출생하는 아이의 입장으로 관점을 돌리면, 사람의 탄생을 맞이하는 마음이 어떠해야 할지 다르게 보인다. 국가의 존속과 발전보다는 사람이 이 땅에 태어나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양육자를 희생시키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시간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된다. 사람을 그 자체로 존엄하게 여기지 못하고 도구로 취급하는 사회에 기꺼이 태어날 아이가 있을까. 자신이 어떤 삶의 제비를 뽑을지 모르는 불평등한 세상에 나오기로 마음먹는 일이 쉬울까. 어쩌면 지금의 낮은 출생률은, 사람이 어떻게 태어나든 존엄하고 평등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가 될 때까지 세상에 나올 수 없다는 아이들의 절박한 집단행동일지도 모른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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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리는 연재가 하는 말들, 제 몸이 될 부분들에 관한 설명을 들으며 유독 빛나는 연재의 눈을 보았다. 사람은 아주 가끔, 스스로 빛을 낸다. - P209

지수와 붙어 다닌 지 몇 주 만에 몸무게가 3킬로그램이 늘어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굳게 믿었던 신념이 처음으로 깨졌다. 함께 보낸 시간이 몸에 쌓인 기분이었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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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비교는 암이고 걱정은 독이야. 안 그래도 힘든 세상살이. 지금의 나만 생각하고 살렴." - P186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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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그냥 옷 한 벌 산 것뿐‘이라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쇼핑으로 분출된 도파민에 도취되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이미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가해자로 거듭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가 여성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보이는 존재가 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것도 여성, 옷을 실컷 사둔 옷장 앞에 서서 옷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는 것도 여성, 위험한 노동환경에서 옷을 만들다 목숨을 잃는 것도 여성이라니,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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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디지털 상품은 은근슬쩍 우리를 점령하는 최면 시스템이 되어간다. 현실감 상실은 어디라 가릴 것 없이 우리 일상의 곳곳에서 진행형이다. 인간에게 ‘현실‘의 가장 중요한 보증은 아날로그의 상대방, 나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타인의 존재이다. 인간 사이의 대부분 만남을 중재해주고 통제하는 권력을 디지털 기업이 장악했다는 사실,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는 만남이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현격히 줄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현실감 상실이다.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게임이라는 가상공간에서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이 현실감 상실이다. 더는 몸을 쓰지 않고, 아바타로 자신을 대체하는 우리의 현주소, 초등학생이 몸을 다룰 줄 몰라 공중제비를 더는 넘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사실, 이 모든 것이 현실감 상실이다. - P180

트랜스휴머니즘의 핵심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진 약점을 보는 깊은 혐오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약점을 트랜스휴머니즘은 주어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노골적인 반감부터 품는다. 인간은 컴퓨터처럼 빠르게 계산할 수 없다, 툭하면 병에 걸린다, 늙는 것을 피할 수 없다,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하는 따위가 트랜스휴머니즘이 싫어하는 약점이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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