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댓글을 단 여성들을 고소한 웹툰 작가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남성들은 메갈리아를 혼쭐냈으니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할 거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그들은 괜한 짓을 했다. 고소를 하지 않았다면 온라인 여성 유저들은 여전히 온라인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며 살고 있을 것이고, 기존의 페미니스트들은 워마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직접 만날 마음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소를 하지 않았다면, 남성들은 온라인의 메갈리아만 견디면 됐겠지만, 이제 그들은 더 강력하게 연결된 여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고소는 소심한 관찰자였던 나를 당사자로 만들었고, 수많은 여성주의자 선배, 선생님들, 활동가들이 메갈리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돕기 위해 모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온라인 페미니스트들도 오프라인으로 나와 서로를 확인하게 만들었다. 남성들의 공격은 여자들을 구석으로 밀어 넣었지만, 도망칠 구석이란 없다는 걸 깨닫게 된 여자들은 더욱 강하게 다시 태어났다. - P58

친구와 함께 변호사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어느 날 저녁, 술에 취해 담벼락에 노상 방뇨하는 남자를 보았다. 친구는 무례한 사람이라며 질색팔색했고, 나는 그 사람이 혹시 우리에게 해코지를 할까봐 친구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러다 걸음이 잦아들면서 불현듯 내 안의 내가 비명을 질렀다. 언제까지 이렇게 숨죽여 살 건가! 누군가 해칠까봐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사는 게 사람의 삶인가? 나는 그제야 친구가 재판을 선택한 이유를 진정으로이해할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가 있다. 더군다나 출판된 인쇄물이라면 그에 대한 비평은 더더욱 자유로워야한다. 그렇다면 왜 친구는 이런 고통을 겪어야하는가? 무수히 많은 다른 피고소인들은? 이게 정말 정의라면 왜 유독 정의의 철퇴가 여성에게만 가해지는 것인가? 이거야말로 여성의 자유를 박탈하는 사회적 강제가 아닌가? 강남역에서 살해당한그 여성이 맞닥뜨린 것처럼 현실에서 혹시 모를 ‘정신이상자‘를 화장실 구석에서 마주칠까봐, 늘 집에 일찍 들어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 P69

페미니스트 이슈로 논쟁이 격화되었을 때 그들은 담론에 끼어들어 문제를 일으킨다. 성매매 논쟁이나 로리타 논쟁의 경우, 남성이 담론에 끼어들거나 담론을 주도하려는 순간 권력지형이 왜곡되고 논의는 뒤틀려버린다. 남성은 언제나 여성의 표면적인 자유를 외치는 쪽의 손을 들어준다.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남성들은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는 원천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래디컬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버리려는 급진적 사조인데, 아무리 페미니스트라도 남성들은 그것에 완전히 동의하기 힘들 거라 생각한다. 남성들은 페미니스트 당사자가 되기 힘들다. 그들은 언제나 조력자의 위치에 있을 뿐이고 그래야 한다. 그들은 여성들이 정말로 권리를 갖는 것을 두려워한다. - P134

‘교차성‘은 여성억압의 중층적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쓰는 용어로서 다층적 방식으로 나타나는 여성 억압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인여성과 흑인 남성은 각각 여성과 흑인이라는 점에서 소수자성을 갖지만, 똑같은 차별의 기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 안에서 교차성을 묻는다는 것은 백인여성에게 작동되는 억압과 흑인여성에게 작동되는 억압의 차이를 다각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용어를 남성에게까지 확대 적용하여 백인여성과 흑인남성의 ‘교차성‘을 비교하게 된다면, 다양하고 다층적인 차별을 일원화하고 결국 이는 권력의 작동방식과 과정, 그리고 각각 사회적 소수자들이 처한 맥락을 일원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과 남성간의 교차성을 비교하고 주장하는 것은 현실에 속해있지 않는 논의들을 불러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비장애인 여성과 장애인 남성간의 성폭력 사건에서 비장애인 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이다. 장애인 남성들이 ‘정상성‘ 의 범주에서 배제되는 소수자성을 갖고 있지만, 젠더의 측면에서 그들은 여성이 자위를 도와주는 ‘화이트핸즈‘라는 서비스를 받는 젠더권력을 가진 입장이다. 여성이 장애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애인 남성보다 사회적으로 나은 위치에 있을 수는 있지만,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어 있는 젠더위계에서 볼 때는 분명 사회적 약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성폭력 사전에서 여성들이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 남성보다 권력자임을 강조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교차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혹자는 교차성 자체가 흑인 페미니즘에서 생긴 단어라는 점을 들어, 백인여성들이 자신의 성차별에 대해 저항하는 것은 "백인중심적이다"라고 비판하면서 이들을 입막음하기도 한다. 교차성을 이와 같이 오용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도리어 강자로 만드는 방식이며, 그 자체가 여성혐오적이다. 여성이 자신의 위치에서 여성혐오에 저항하는 방식이 누군가를 강자를 만드는 전략으로 이용되거나, 남성과의 ‘교차성‘으로 분석해 서로 다른 차별의 위계를 일원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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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현경(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 여성 신학 교수)


그들의 분노는 그들의 힘이다. 분노해야 바뀐다. "근본 있는" 이론과 행동에 사로잡히면 혁명을 못한다. 가장 근본적인 변혁은 모든 "근본 없는" 존재들의 눈물과 외침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믿는 페미니즘은 가장 깊은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지금은 메갈리아나 워마드를 검열할 때가 아니라 그들의 진실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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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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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특유의 읭? 하는 부분이 있지만 재밌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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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3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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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 재미있게 읽고 있다. 4권 빨리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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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2 - 시오리코 씨와 미스터리한 일상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2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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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시리즈물의 장점은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인해 계속 다음 권을 읽고 싶어진다는 것이고 단점은 계속 다음 권을 읽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장점이자 단점이라는 건데, 지금 공부를 하고 있는 상황에 이 책을 읽게 되어서 곤란해졌다. 다행인지 아직 4~7권이 내 손에 없어서 잠시 중단해야 할 처지이지만.
지금은 3권을 읽고 있고 오늘 안에 다 읽어버릴 것만 같다. 읽을 책이야 쌓여있으니 문제 없지만 어서 4~7권을 빌려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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