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를 보지 못한 채 코끼리 몸의 부분부분만을 만져보고는, 또는 자기가 좋아하는 어느 부분만을 떼어서는 ‘이것만이 코끼리다!‘라고 단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원래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이 위험하다. 그리고 진짜 나쁜 건 알 만큼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이다. - P28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코만, 또는 뒷다리나 꼬리만 보지 말고 코끼리 전체를 체계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법은 평등하지 않다.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할지 모르지만, 법 자체는 평등하지 않다. 무슨 소리인가 싶을 것 같은데, 이런 얘기다. 법은 그 제정 주체와 절차에 따라 다양하고(헌법·법률·명령·조례),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각 분야를 규율하는 개별법들도 무수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 많은 법들이 또 법 개정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다보면 필연적으로 법과 법이 충돌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려면 법도 위아래가 있어야 한다. 각자 자기 입장에 따라 유리한 법조문 하나씩을 들고 와서 아우성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판사가 나 모르겠다고 도망가지 않으려면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 P31
하지만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루는 사회계약의 기초는 우선 우리 동료 인간들을 존엄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것만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인간이 진짜로 존엄하긴 한가 하는 절망과 회의를 반복하게 되지 않나. - P46
인간은 서로에게 상냥할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인간은 존엄한 것 아닐까. - P47
우리는 국가가 합법적으로 국민을 죽이는 사회에 살고 싶은가, 그렇지 않은가. - P59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사회는 제도만으로 건설할 수 없다. 밥은 굶지 않게 최소한의 먹을 것은 국가가 지급하고 있지 않느냐, 뭘 더 바라느냐 감사할 줄 알아야지. 이런 마음이 지배하는 사회는 아무리 사회복지제도가 잘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급자들을 동냥하는 걸인으로 취급하는 사회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기본권의 주체로 보느냐, 남들의 동정을 받는 대상으로 취급하느냐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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