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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들어가며.
솔직하게 말하겠다. 아마 이 책은 서평단 모집으로 나에게 오지 않았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를 책이다. 아니 내 손에 들어와 읽을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사람은 늘 익숙한 것에 마음이 가고 끌리지 않는가.
내가 지금은 책 읽는 것을 즐기지만 예전에는 그러지 못해서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많다. 그래서 신간보다는 예전에 나온 책들을 더 많이 찾아 읽는 편. 게다가 나는 저자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마 인스타그램 이벤트에 당첨되지 않았다면, 이 책이 내게 도달할 때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이제 책은 다 읽었고, 서평단 이벤트 조건인 서평을 쓸 때가 와서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게 만들 수 있을까?’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은 지인에게 추천하거나 선물하고 싶게 마련이다. 하지만 글을 쓸 때가 와서 내게 그런 힘 있는 글을 쓸 깜냥이 부족하다는 걸 새삼 깨닫고 그냥 내 힘이 닿는 한에서 써보기로 했다. 서평단에 당첨되지 않았더라도 언젠가 내가 이 책을 손에 넣어 다 읽게 되었다면, 분명 이 글을 썼을 테니.
책 소개 및 줄거리.
이 책을 읽기 전에 ‘옮긴이의 말’을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을 번역한 이은선 님이 쓴 ‘옮긴이의 말’은 저자를 덕질하는 팬이 쓴 글 같은 느낌이다. “고백한다.” 시작하는 이 글은 시작처럼 번역가가 저자에게 팬임을 고백하는(?) 느낌.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 문단을 읽고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를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을 읽었는데, 이 글을 읽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자는 평범한 불안함들에 대해 쓰고 싶어한 것 같다.
줄거리를 조금 소개하자면, 새해를 이틀 앞둔 날, 은행에 강도가 든다. 하지만 은행 강도는 그 은행에 현금이 없다는 걸 몰랐을 정도로 허술했고 은행 직원이 신고를 하려 하자 은행 건너편 아파트로 도망친다. 이 아파트에는 마침 매물로 나온 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어 문이 열린 곳이 있었고, 은행 강도는 그곳으로 들어가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
결국 인질극은 끝나고 인질들은 모두 무사히 풀려나 아파트에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인질을 잡고 있던 그 집에서 “탕!” 하고 총소리가 난 후 경찰이 진입하자 집에는 피가 흥건한 상태였지만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밖으로 뛰어내린 것도 아닌 상황. 경찰은 사라진 범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람들의 진술을 듣고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 책의 매력.
이 책은 여러가지 매력을 갖고 있는데, 첫 번째는 ‘유머’이다. ‘불안’ 같은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매력이 있는 책. 등장인물들 간의 티키타카도 아주 재미있고 책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저자의 유머러스함을 읽는 것도 즐겁다. 예를 들면 이런 것.
그리고 거짓말도 하면 안 된다. 물론…… 가끔 예외는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여기서 왜 초콜릿 냄새가 나요? 아빠 초콜릿 먹고 있어요?˝라고 물을 때.(P87)
이 문장은 작가의 경험이 담긴 유머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감사의 글’에 이런 글이 나오기 때문이다.
원숭이와 개구리. 나는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 진짜야. 하지만 너희가 차 안에서 점프하면서 ˝이거 무슨 냄새예요? 아빠 사탕 먹어요?˝라고 물었을 때 아빠가 거짓말했다. 미안.(감사의 글, P480)
두 번째 매력은 ‘나의 편견의 발견’이다. 이 책은 나의 편협한 생각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건 저자가 의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쓰지 않겠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책의 서두에 나오는 등장 인물란을 읽어보면 어떤 것은 힌트가 있을 수도.
세 번째는 가독성이다. 500페이지에 가까운 꽤 두꺼운 책임에도 읽는 데 며칠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가독성이 좋았다. 내용이 좋고 재밌어서 오히려 책이 끝나고 있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
무엇보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 모두 어느 정도 불안을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느끼는 불안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회사에서 은퇴한 후 자신의 자리를 누군가 대체할 수 없어 곧 다시 자신을 찾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라던가, 곧 출산하게 되는데 내가 이 아이에게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이라던가, 혹은 아이들의 보호자로서 겪는 고충이라던가 하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불안들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인질극이라는 평범하지는 않은 사건을 통해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간다.
맺음말.
사람은 누구나 늘 불안하다. 일이 너무 잘 돼도 언젠가 끝날 것을 알기에 불안하고, 안 돼도 언제까지 안 풀릴지 모르니 불안하다. 맛있는 걸 먹어도 내일 아침에 몸무게가 늘어나 있진 않을까 불안하고, 굶어도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불안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 행복을 ‘전시’하고 그 전시된 행복을 보며 또 불안해한다. 나도 행복을 ‘전시’ 해야 할 것만 같아서.
이 소설은 누구나 느끼는 불안을 주제로 쓰여졌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지극히 평범해서 그들의 감정에 이입하는 게 어렵지 않다. 왜냐, 우리도 이들과 비슷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니까. 책을 읽는 며칠간 소설 속 사람들과 불안을 나누며 나도 함께 위로 받는 느낌이었다. 읽는 내내 피식거렸고 힐링하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모든 이들도 나와 같은 행복을 느끼기를. 여기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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