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외출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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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원한 외출>은 내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다. 조금 부끄럽긴 하군. 한동안 글과 책에서 멀어져 있었다. 매일 쓰던 일기도 최소 일주일 텀으로 쓰게 됐고 책은 늘 들고 다니긴 했는데 읽지는 않았었다. 그렇게 글과 떨어져 살다가 최근에야 다시 책을 붙잡고 읽기 시작했고 일기도 다시 매일 쓰고 있으며 이따금 이렇게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있다.

예전엔 다시 글과 친해지기 위해 뭔가 강제적으로 영상과 멀어지려고 했었다. 유튜브를 안 보려고 앱을 지우면서 글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거 같은데 최근에는 어쩌다 보니 책을 조금씩이라도 매일 읽게 됐고 일기도 다시 매일 쓰고 있다. 자연스런 디지털 디톡스. 영상을 아예 안 보는 것도 아닌데도. (물론 유튜브 앱은 아직도 없다. 이따금 밥친구가 필요할 때 구글 앱을 통해 들어가서 보고 있다. 구글 앱을 통해 보면 프리미엄이 아니더라도 광고가 없는 장점도 있다!)

이 책을 알게 된 건 다른 책을 통해서였다. 어떤 책을 읽으면서 소개된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해서 바로 구매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책이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읽었던 책을 다 뒤져볼 수도 없고.

며칠 전 어머니댁에 가는 길에 책을 읽으려고 가방을 뒤적거렸는데 가방이 비어 있었다. 집에서 읽던 책을 챙겨 간다는 걸 깜빡한 것. 그래서 어머니댁에 가져다 둔 책 중에 무엇을 읽을까 하다가 이 <영원한 외출>이 얇아서 집어들었다.

이 책을 집어들 때만 해도 왜 구매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가 죽음을 목전에 둔 아버지의 옛 이야기를 인터뷰하는 내용을 읽다가 기억이 돌아왔다. 암 4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프린트한 뒤 아버지께 보여드리자 다음 인터뷰를 할 때부터는 양복을 갖춰 입고 나오더라는 내용. 다른 책에서 유독 그 내용이 특별하게 기억되었던 것은 나도 언젠가 어머니의 어릴 적 일들을 인터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원한 외출’이라는 그 제목처럼 죽음이 나온다. 처음엔 삼촌의 죽음, 그리고 금방 뒤이어 찾아온 아버지의 죽음. 그러나 나이가 들면 그 죽음들이 마냥 슬퍼하기만 할 수 없는 것이 내 가족의 죽음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가족의 장례를 치르면 장례식장 비용을 포함한 모든 부대비용들을 지불하고 회사에는 공가 사용을 증명하기 위해 사망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가 나와 가족의 ‘생활’을 해나가야 하고. 이 책의 저자의 인생에서 작든 크든 한 자리를 차지하던 이들이 떠났지만 그것과 별개로 생활을 해나가는 이야기하는 것을 읽으며 끄덕끄덕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 책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따른 부재와 슬픔을 받아들이는 개인과 가족을 보여주었다.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귀향하는 저자는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사가지고 가면서 슬퍼도 결국 사람은 배가 고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또한 슬픔을 피아노 선율에 비유하며 슬픔이 계속 강하지만은 않고 약해지고 강해지기를 반복한다는 것. 슬퍼하는 와중에도 ‘일을 끝마치고 오길 잘했다’ 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하는 저자를 보면서 무척 공감도 되었고.

또한 언젠가 찾아올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하면서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사라질 ’어머니의 반찬‘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이 배워놓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어머니 특유의 반찬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나도 내 어머니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영원한 외출>에서 특히나 예쁘다고 생각한 구절 중 하나.

‘어떤 사람이든 언젠가는 서로 이해하게 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가 싫어지는 것은 내 속에서 소중히 여기는 그 무언가가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아하 그건 어쩔 수 없겠구나 하고 어깨의 힘도 빠진다.’

30페이지에 나오는 구절인데 마음에 새겨야겠다. 내가 누군가가 싫어진다면 내 속에서 소중히 여기는 어떤 것이 그 사람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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