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이야기하려 할 때 슬픈 기운이 바닥에서부터올라온다. 기록이 시간과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운명이어서 쓸쓸한 것이 아니다. 기록이 자꾸 권력자의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역사교과서는 초·중·고등학교 내내 왕조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조선 왕들의 삶의 흔적들을 기념하는 공간들은 현존하는 건물들을 없애고도 복원을 한다. 지배층의 기록은 이렇게 잘 보존되어 기념되어지는데 왜 노동의 역사와 문화는 다른 이름으로 변경되어 불리우거나 없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심도직물 굴뚝 터 인근의 소창체험관에서도 강화직물 역사를 말하지만 그 직물 역사의 본질인 직물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역사는 이야기하지 않고 또 새롭게 리모델링해서 인기 있는 카페가 된 조양방직도 강화 직물의 역사를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그 일을 한 노동자의 삶은 말하지 않는다. 기념되지 않는 노동은 소외되거나 왜곡되거나 꾸며지거나 방치되다가 시간과의 싸움에서 소멸한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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