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한 10만 시간
엘리자베스 마셜 토머스 지음, 정영문 옮김 / 해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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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해나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받았다. 처음 되어본 거라 조금 어리둥절 하긴 했지만 아직 서점에 출간되기 전인 책을 받아서 읽는다는 게 좀 두근거렸다. 참고로 이 책은 2021년 5월 24일에 일반 서점에 출간된다.

책을 고를 때 늘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사는 편인데 이 책도 비슷했다. 책을 받아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했다.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출판사의 메일을 받고 이틀 후 집에 책이 도착했다.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된 [인간들은 모르는 개들의 삶]의 개정판이다. 동일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책이 올해 5월에 개정판으로 나오는 것이다.

우선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제목만 보고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이 책은 에세이일 것 같다.
2. 이 책에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듬뿍 들어가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맞았다. 이 책은 에세이이다. 저자가 데리고 살았거나 돌봤던 개(허스키, 퍼그, 딩고)들을 오랜 시간 관찰하며 쓴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들의 삶에 개를 끼워 맞추어 살게 하지만 저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했다.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개들을 인간의 눈으로 관찰하고 같은 종인 늑대와 비교해보기도 했다.

두 번째는 틀렸다. 이 책은 거의 대부분 관찰자와 연구자 시점에서 쓴 책으로, 연구서적 아닌가 생각도 하게 한다. 하지만 이따금 저자의 감정이 들어간 문구들도 볼 수 있었다.

저자는 여러 종의 개를 키웠는데, 이 책에서 관찰의 대상이 된 개의 대부분은 시베리안 허스키였다. 이 책에서 중간중간 늑대와 비교를 하는 문단들을 볼 수 있었는데, 늑대와 개는 같은 개과이면서 늑대에서 개가 분리되었다고 하고 아무래도 허스키와 늑대는 생김새도 비슷하니까. 이 책의 여러 군데에서 허스키들이 늑대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연구를 위해 개를 관찰한 것이 아니고 워낙 개를 사랑하다 보니 관찰을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분명 인간의 관점에서 개를 관찰하고 행동을 분석하기는 했지만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것들을 섣불리 해석하려 하지 않고 물음표로 남겨두었다.

또한 개와 형성된 신뢰 관계 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들만 관찰했고 인위적으로 환경을 조절하지 않았는데, 이 대목에서 개들의 삶을 존중하는 저자의 태도를 볼 수 있었다.

저자가 외국인이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가치관이나 연구 목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sns에서 본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분들과는 달리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고 그들의 출산을 장려(?)하기도 하는 저자의 모습도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랑이라는 게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개들도 성적으로든 다른 의미에서든 서로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허스키인 미샤와 마리아의 사랑 이야기나, 퍼그인 바이올렛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한 편의 로맨스물을 읽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의 서두에 있는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추천의 말에 담겨 있는 내용 중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인간이 개를 반려동물로 삼은 것이 아니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늑대가 인간을 자신의 반려인으로 삼은 거라는 학설에 대한 내용이 그것이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처음 개가 가축화되었고 여러 대륙으로 전파되었다는 이야기를 [총,균,쇠]에서 읽었는데 실은 개가 우리를 선택한 거라니 너무 흥미로웠다! 이따금 SNS에서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집사로 간택당했다는 이야기를 보곤 하는데 2만 년 전 처음으로 사람을 집사로 간택한 늑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사뭇 궁금해졌다.

SNS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반려동물이 저승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가끔 본다. 이 책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위 이야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인데, 기독교적 서사가 들어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책에서 보길 바란다.

이 책을 다 읽고 내가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 한 개에 대해 몰라도 한참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개는 귀엽고 충성스럽다는 것만 알았고 그 외에는 아는 게 없었으니까. 개를 키울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개의 행동 분석을 한 책이라는 점에서 예습 목적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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