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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코끼리는 공화당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매번 궁금했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위한, 부자밖에 없는 정당을 지지할까? 아무리 지원하더라도 가난한 그들에게 돌아올 것은 아무것도 없을텐데 무엇때문에 지지할까? 처음에는 몰라서, 배우지 못해서, 무지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유수한 학력의 그렇지만 부자는 아닌 분들께서도 여전히 부자 정당을 지지하고 계십니다. 왜 그런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언어학자가 자신이 전공한 인지언어학을 토대로 해석한 것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만의 생각의 틀(Frame)을 가지고 있고 어떤 내용이 자신의 프레임에 부합되지 않으면 사실 여부를 떠나 프레임 속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가를 가족에 빗대어 비유를 한 대목에서 미국 보수주의를 '엄격한 아버지' 모델로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 모델 (아버지 = 국가, 자녀 = 국민)
-세상은 험한 곳이고 자녀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버지는 이를 올바로 인도하기 위해 엄격해져야 하며 규율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들은 아버지에게 순종해야 한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덕적 권위자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순종하는 법을 가르치는 방법은 그릇된 길을 갈때 체벌을 함으로써 교훈을 주는 것이다.
-체벌을 통해 아이 스스로 내면적 규을 확립할 수 있다.
-기회가 있는 곳에서 내면적 규율을 통해 자기를 절제하고 이익을 추구하면 물질적으로 부유해 질 수 있다. (자기 이익의 도덕성: 애덤 스미스가 보았던 자본주의 관점에서 유래.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모두의 이익이 극대화된다.)
-선한 사람은 규율을 잘 따르며 순종적이며 무엇이 옳고 그름을 잘 배워서 옳은 일은 하고 그른 일은 하지 않는 사람이며, 자기 이익을 추구하여 부와 자립을 이룩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방해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는 비도덕적인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자립을 방해하며 의존적인 사람을 만들기 때문에…)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규율을 갖추어 부유해지던지 그렇지 않게 될 것이다. 이때 엄격한 어버지는 그들의 삶에 개입하지 않는다. (기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정부는 개입하지 않는다.)
미국의 보수단체는 이러한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프레임을 꾸준히 전파해서 선거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진보는 부시 행정부의 실정을 예로 들며, 사실이 이런데도 아직도 지지를 하냐고 미쳤다고 외쳤지만 사실은 미친게 아니라 보수의 프레임 속에서는 지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보수가 미친게 아니라 아주 똑똑해서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잘 스며든 반면에 진보는 매번 보수 입장에서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죠.
미국의 예가 한국에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그동안의 궁금증이 조금 풀렸습니다. 언어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정치인들의 노력.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