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렇다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밖에.

   홍도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막다른 골목에 당도하면 다시 돌아나와 다른 길을 생각하는 편이 영리한 처사였다. 홍도는 그것을 서른 언저리를 넘긴 지금에야 알 것 같았다. 젊은 피와 끓는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에는 앞을 막아선 담벽에 몸을 부딪히고 머리를 찢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고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면서도 돌아나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는 순진하게도 젊음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태우려고만 했었다. 뜨겁고, 거칠고, 뒤돌아보지 않고, 부딪히고, 반항하고,깨뜨리면서 그는 살았다.

  늙는다는 것은 죄를 짓는 것 같았다. 원로 화원들의 맥없는 눈빛, 구부정한 어깨, 달려본지 오래된 가는 다리, 쭈그러든 얼굴과 깊게 패인 얼굴의 주름... 그 모든 것들이 젊음을 잃어버린 자들에게 내려진 형벌만 같아서 홍도는 늙은 자들을 혐오하였다.

  하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늙는다는 것은 젊음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젊음에 더해지는 축복임을.

 

  요즘 생각하는 것들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글을 <바람의 화원>에서 발견했다. 젊은 혈기로 늙음을 퇴보로 나태함으로 보았던 날들...

  그러나 나이듦의 행복을 이제사 알게 되었다. 돌아나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연륜과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안목,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로움까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젊음에 더해진 축복이다. 그래서 지금의 내가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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