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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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인스타 스토리에 책의 어느 부분을 찍어 올렸더니, 무슨 책이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바로 이 책이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폭소했다. 글이 이렇게 맛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나. <SNL 코리아>, <놀라운 토요일> 방송 작가 일을 하는 분이셔서 그런가 센스가..

아무것도 버리지 않은 날이면 무엇도 해치지 않은 하루였구나 하고 뿌듯해 하거나(50쪽), 뭔가를 시도했으니 얻어낸 결과이기에 포기 또한 하나의 성과(106쪽)로 보는 작가의 마음은 본받고 싶을 만큼 따뜻하고 다정하다. 또한 그는 팍팍하고 재미 없는 세상을 촉촉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딘 세상 모든 초보자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작가의 말처럼 아직은 초보 사업가인 나도 언젠가 이후에 만날 사업계에 첫 발을 내딛는 초보들에게 다정한 응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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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별밤 에디션)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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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치하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소설은 최근 읽었던 『파친코』와의 비교를 불가피하게 했다. 『파친코』가 여성의 입으로 남성들의 언어-불쾌하리만큼 부적절한-를 사용해 남성만의 서사를 말했다면 『밝은 밤』은 4대에 걸친 모계 가족의 여성을 이야기한다.

거짓말같지만 지연의 아빠와 외조부, 외증조부 같은 류의 남성들을 실제로도 쉽게 볼 수 있다. 밖에선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며 정의로운 투사를 자처하지만 집에만 오면 턱 밑에 밥상을 대령해야만 한 술 뜨는 이른바 ‘진보 꼰대 남성‘ 같은 경우를. 게다가 외도를 안 하니까, 욕은 안 하니까, 때리지는 않으니까 등의 온갖 이유를 갖다대며 지금의 배우자가 가정폭력범보다 낫다고 합리화하는 여성의 경우도 흔하다. 기대하고 실망하는 대신 쉬운 쪽인 포기를 해 버리기도 한다.(220쪽) 여성의 눈이 하향패치가 된 것이라고 말하는 내가 나이브한 걸까?

‘정상가족‘에서 철저히 배제됐지만 그 범주에 속하기 위해 괜찮은 척 세월을 보내며, 생활고에 짓눌린 젊은 시절 할머니의 어깨는 펴질 줄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오래된 친구 희자를 다시 만날 용기를 가진다. 자신의 어머니가 새비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던 것 처럼.

220쪽 이후 부터는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눈물을 흘렸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정확한 영문을 알 수는 없다. 어쩌면 아파하는 그이들의 마음에 전적으로 동화되어 그랬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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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머니에게
윤성희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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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부동의 1위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가 견고하게 만든 감옥 안에 갇힌 노인들이 있음을 말해준다. 모두가 나이 들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미 나이 들어 버린 사람을 향한 사회적 혐오와 차별이 팽배하다. 가족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손주들과의 괴리감으로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안의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이고(51쪽), 동시에 몸이 둔해져 엄청난 집중과 자각 없이는 조용히 민첩하게 움직이는 게 불가능(202쪽)해진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나이듦은 살아 있다는 감각과 동시에 이미 너무 늙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66쪽)이자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주지 않는 형벌(67쪽)이 된다.

나는 어릴 때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 되면 그야말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꽤 나이를 먹은 지금 ‘어른이‘로 살고 있다. 이제 할머니가 된 엄마도, 증조할머니가 된 할머니도 겉모습은 나이 든 어른이지만 속은 여전히 꿈꾸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왜 여태 몰랐을까.

한편 자식이 있는 아주머니가 할머니네 집에 와 있는 동안 아이를 누가 돌보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109쪽) 것이나 세 모녀-할머니, 할머니의 딸, 할머니의 손녀-의 성이 다 다르다(172쪽)는 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쉬이 간과하는 사실들을 새삼 짚어주는다. 읽으며 아차, 하고 말았다.

6명의 작가가 쓴 이 책에서 여타의 소설이 가진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서 6편의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여성서사는 부족한데, 그 중에 유독 나이 든 여성의 이야기는 턱없이 모자라다. 더 많은 여성 노인 서사를 함께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언젠가 할머니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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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 주의보 -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를 경계하며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 3
현병호 지음 / 씽크스마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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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反知性主義)
지성, 지식인, 주지주의를 적대하는 태도와 불신을 말하며, 주로 교육, 철학, 문학, 예술, 과학이 쓸데없고 경멸스럽다는 조롱의 형태로 나타난다. / 출처 : 위키백과


최근에도 백신 괴담, 사이비 종교 등으로 국내 정세가 시끄러웠다. 저자는 음모론, 유사과학 등 사회를 좀먹는 반지성주의의 실태를 조명하며 연구결과와 실제 사례를 근거로 그러한 지식권력으로 누가 힘을 얻는지에 우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병원에서 의료진을 마주했을 때 괜히 주눅 드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유사과학은 그 주눅 든 마음의 주름살을 펴주면서 기존 권위를 부정하게 만들고(21쪽), 우리의 에고를 강화하지만 이것은 숨겨진 진실을 알게 돼 스스로 주체성을 회복했다는 착각에 불과(22쪽) 하다고 비판하면서 반지성주의는 ˝지식 권력에 대한 경계심과 그 권력을 해체함으로써 스스로 권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다.˝(7쪽)고 말한다.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맹목적 신뢰가 바로 반지성주의였음을, 넘쳐나는 정보 속에 나조차도 시나브로 반지성주의에 빠져들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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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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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낳아주고 싶어, 낳아서 처음부터 키워주고 싶어요. 그러면 분명히 구해줄 수 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엄마와 딸 그 관계에서 오가는 감정들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다. 그것은 애증이라는 납작한 단어로 표현될 수 없다.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그 삶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나 때문이라는 사실에 묘한 자책을 하게 되곤 한다.

˝엄마의 아픔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옮겨져 오고˝(38쪽), ˝엄마와의 경계가 매우 모호해서 언제나 피부까지 공유하는 것 같은˝(38쪽) 딸들은 언제나 엄마에게 양가감정을 느끼지만 끝내 그 고통을 외면할 수 없기 마련이다.

우짱은 결혼도 임신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엄마를 낳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사랑해 주기 위해서. 그 말로 모든 딸들이 엄마에게 가진 미안함과 연민을 표현하는데, 여태 읽은 책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문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코끝이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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