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별밤 에디션)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일제 치하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소설은 최근 읽었던 『파친코』와의 비교를 불가피하게 했다. 『파친코』가 여성의 입으로 남성들의 언어-불쾌하리만큼 부적절한-를 사용해 남성만의 서사를 말했다면 『밝은 밤』은 4대에 걸친 모계 가족의 여성을 이야기한다.

거짓말같지만 지연의 아빠와 외조부, 외증조부 같은 류의 남성들을 실제로도 쉽게 볼 수 있다. 밖에선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며 정의로운 투사를 자처하지만 집에만 오면 턱 밑에 밥상을 대령해야만 한 술 뜨는 이른바 ‘진보 꼰대 남성‘ 같은 경우를. 게다가 외도를 안 하니까, 욕은 안 하니까, 때리지는 않으니까 등의 온갖 이유를 갖다대며 지금의 배우자가 가정폭력범보다 낫다고 합리화하는 여성의 경우도 흔하다. 기대하고 실망하는 대신 쉬운 쪽인 포기를 해 버리기도 한다.(220쪽) 여성의 눈이 하향패치가 된 것이라고 말하는 내가 나이브한 걸까?

‘정상가족‘에서 철저히 배제됐지만 그 범주에 속하기 위해 괜찮은 척 세월을 보내며, 생활고에 짓눌린 젊은 시절 할머니의 어깨는 펴질 줄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오래된 친구 희자를 다시 만날 용기를 가진다. 자신의 어머니가 새비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던 것 처럼.

220쪽 이후 부터는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눈물을 흘렸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정확한 영문을 알 수는 없다. 어쩌면 아파하는 그이들의 마음에 전적으로 동화되어 그랬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