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필날 - 오늘은 나의 꽃을 위해 당신의 가슴이 필요한 날입니다
손명찬 지음 / 좋은생각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꿈을 안고 왔단다. 내가 왔단다.

슬픔도 괴로움도 모두모두 비켜라

안 되는 일 없단다 노력하면은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별루 열심히 듣지 않는 트로트 중에서 그나마 내가 가장 좋아라하는 송대관의 [해뜰날]의 한 일부가사이다. 어떻게 말하면 조금 유치하지만 처음 [꽃필날]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바로 송대관의 [해뜰날]이었다. 명사+동사+명사로 이루어진 구조로 “꽃이 피게 될 날”, “해가 뜨게 될 날”을 축약하여 “꽃필날”, “해뜰날”이라고 표현한 것이 같은 맥락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각자가 내포하고 의미 또한 같은 맥락으로 다가왔다. 해가 떠올라야 꽃이 피지 않겠는가.

예전에는 시집을 읽는 다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그리고 괜히 거부감이 느껴졌다. 그 거부감은 혐오감으로 인한 거부감이 아니라, 불편함으로 인한 거부감이었다. 시집은 어렵고 난해하며 속으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겉으로는 그대의 깊은 참뜻을 이해했노라 고개를 끄덕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당연히 책을 선택할 때마다 시집은 열외 1순위였다.

그런데 이번 [꽃필날]을 통해서 시집이 참으로 편안하면서도 포근하게 다가왔다. 우선 책 겉표지에 그려져 있는 빨강, 주황, 노랑으로 그려져 있는 민들레들이 큰 몫을 했을 터. 그러나 아무리 겉표지가 아름답다고 한들 책 안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들보다는 깊고 진지하지는 않을 터.

보통 시집이 그렇듯이 전체적인 책 사이즈에 비해 시로 구성되어 있는 활자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많지 않다. 책 한 페이지 중에서 시가 차지하고 있는 부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자와 글자의 간격, 여백이 모두 시 안에 포함되어 있는 구성품이다. 우린 그 여백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단순히 페이지만 잡아먹어 책값 올려 먹으려는 심보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몇 줄 읽었다가 잠시 쉬어가고, 다시 몇 줄 읽었다가 쉬어가고, 여백이 주는 미를 통해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가 머릿속으로 그린 영상과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영상이 일치하는지 미일치하는지 생각해보고 고민해보는 시간 또한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였다. 비록 서로가 그린 그림이 미일치 할 수도 있지만 이것 역시 작가와 독자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소소한 해프닝일 것이다.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 왜냐하면 독자 역시 작가의 생각에 최대한 근접하려고 노력했기에.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시로만 구성이 되어 있었다면 완독하는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을 것 같다. 스토리텔링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짧은 시를 읽어 나가는 과정이 그다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다행이 중간 중간 스토리텔링으로 이루어진 글들이 있었다. 마치 라디오 방송에서 짧은 코너에 소개 될법한 짧은 글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글들이었다.

책의 겉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다. “오늘은 나의 꽃을 위해 당신의 가슴이 필요한 날입니다.” 당신의 가슴이 바로 [꽃필날]이다. “오늘은 나의 꽃을 위해 [꽃필날]이 필요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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