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나고 오셔! -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
우치다 쇼지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 택시운전사의 좌충우돌 일기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내가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아버지께서는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임을 하셨다. 정년퇴임까지 하셨으면 자식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사시면서 즐거운 노년생활을 즐기셔야 마땅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그러지 못하셨다. 나와 2살 아래 동생 녀석을 대학 보내기 위해 아버지께서는 일을 해야 하셨고, 그때부터 시작한 일이 택시 운전이다.

 

그렇다 보니 내 나이에서 20을 빼면, 아버지께서 택시 운전을 하신 연차가 나온다. 내 나이가 올해 36이니, 우리 아버지께서는 16년째 대전 시내에서 개인택시를 몰고 계신다. 오늘도 혼나고 오셔!의 저자인 우치다 쇼지도 쉰 살에 택시기사를 시작하여 15년에 걸쳐 택시운전을 하셨다고 하니, 우리 아버지와 연세도 비슷하고 연차도 비슷한 셈이다.

 

오늘도 혼나고 오셔!은 일본 택시운전사가 65세에 은퇴를 한 다음, 지난 15년을 되돌아보며 써 내려간 택시운전사의 일기다. 택시 운전사로 성공한 이야기를 다음 책이 아니라 정말 하루하루 택시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동종업계 사람들은 물론 이 업계를 모르는 분들도 택시 업계의 희비극을 즐겨주었으면 더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는 저자의 말에서 그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은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지만, 함께 살던 시절에는 아버지의 택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오늘 너네 회사 앞을 지나갔어.", "오늘 충대 ROTC 후보생을 태웠어.", "오늘 논산까지 장거리 뛰고 왔어."라는 말씀을 하실 때면, 과거에 그토록 과묵했던 우리 아버지가 맞는지 싶다. 확실히 택시를 하시면서 손님들과 소소한 대화도 나누고, 이런 저런 일을 겪으시다보니 말수가 좀 느셨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택시를 타는 손님 중에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은 없다. 다들 어딘가를 빨리 가야 하기 때문에 급한 마음에 택시를 잡는다. 택시운전사들은 늘 조급해하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다. 주변에 나를 다급하게 재촉하거나, 빨리빨리를 외치며 무언가를 빨리 요구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한가로이 드라이브나 즐기러 택시를 타는 것이 아니기에 택시에서는 별별 일들이 다 벌어진다. 걸어서 5분 거리를 택시 잡아서 가는 사람, 신호등 노란불에서 멈춰 섰다고 뭐라 하는 사람, 차에 폰 놓고 내렸으니 가져다 달라고 하는 사람, 택시 안이 춥다고 뭐라 하는 사람, 집에서 지갑 가지고 오겠다고 해놓고 잠수 타는 사람 등등. 이거 다 우리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다.

 

오늘도 혼나고 오셔!에서도 이처럼 '설마? 그런 일이?'하는 다양한 사건들이 담겨 있다. 특히 우리 아버지께서 겪은 일들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무척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아버지께서도 이런 몹쓸 일들을 겪으셨을 텐데, 왜 말씀을 안 하셨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행복하고 즐겁고 재밌는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오늘도 혼나고 오셔!는 결국 우리 아버지 이야기다. 오늘날 우리 아버지들이 아내와 자식이 지켜보지 않는 사회라는 정글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계신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나아가 오늘도 손님이 가자고 하는 곳까지 안전하게 운전하고 계실 택시운전사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책이다. 부디 오늘은 혼나고 오지 마세요.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