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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 - 모던걸과 모던보이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스캔들
이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사람들의 심장은 시대와 상관없이 다들 뜨겁고, 덥나보다.
<경성을 뒤흔든 11가지 연애사건>을 읽는 동안 조금은 낯설고, 놀라운 경험을 했다.
옛날 사람들 하면 흔히 봉건주의적 사상에 물들어 남편 얼굴 한번 보지 못하고, 집에서 정해주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고 생각했다. 외간 남자와 눈만 마주쳐도 큰일이 나고 남녀칠세부동석을 철석같이 지키며 살던 사람들이란 생각이 머리속에 박혀있는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니 놀라는게 당연했다. 사랑을 위한 그들의 몸부림은 처절했고, 때론 비장하기까지 했다.
이 책은 1920년,30년대의 연애가 어떤식으로 변모했는지, 여성의 위치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조혼이 성행하던 시절, 드물긴 했지만, 점점 고등교육을 받은 신여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랑"이란 단어를 모르고 부모님의 강요에 의해 하던 결혼에 반기를 드는 남녀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조혼의 폐해가 여기저기서 들어나기 시작했다. 여성의 교육엔 등한시 했던 부모들이, 아들에게만은 외국 유학까지 시키면서 교육열을 불태웠다. 외국물을 먹고, 신식문물에 익숙한 남편과, 조혼으로 부부가 된 아내사이엔 차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결과이다. 결국 남편들은 자신들과 말이 통하고, 정서적인 교류가 가능한 신여성들에게 눈을 돌리게 된다. 그건 신여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대부분 불행으로 끝이났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깊었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와 구세대를 살고 있는 가족들과의 불화는 그들을 힘들게 했고, 막다른 길에 선 그들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삶을 마감해 버린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너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어가는 구나란 생각과 신여성들이 말하는 연애, 사랑이란게 대체 뭘까란 생각이었다.
아무리 많이 배웠고, 능력이 좋아도 여자라는 이유하나만으로 그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았다. 때론 여자라는 이유로 원통하고 분한 일을 겪고도 끝내 그 억울함을 다 풀지 못하고 죽어간 경우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소위 시대를 이끌었던 선각자 같은 여성들의 연애관과 사랑은 너무 빨리 타오르고 너무 빨리 식어간게 아닐까? 그들의 사랑이 과연 진정한 사랑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주장한 사랑관과 실제 행동에서는 여러가지로 모순된 면이 있어서 안타까웠다.
사랑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특히, 그 시절 그들의 사랑을 지금의 잣대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를 뒤흔들만큼 대단한 사랑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야기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았을텐데, 하나같이 비극적으로 막을 내리니, 씁쓸했다.
사랑이 남기고 간 자리에는 무엇이 남는 걸까? 곰곰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