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인권기행 - 눈물 젖은 대륙, 왼쪽으로 이동하다
하영식 지음 / 레디앙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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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캐나다의 아래쪽에 위치한 중남미 대륙은 서구 열강에 의한 침략과 식민지 경험이라는 우리가 겪었던 아픔과 비슷한 상흔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더욱이 군부독재의 횡포에 맞서 불같이 일어난 혁명의 물결은 7, 80년대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고, 근래에 이르러 좌파 정부가 들어선 점 역시 우리의 그것과 닮았다. 하지만 혁명이란 이름으로 그들이 쟁취한 자유와 민주주의는 혁명 세력의 부패와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 이렇다 할 진전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과거와 다름없이 대다수 원주민들은 여전히 절대빈곤의 처지에 있으며 권력을 쥔 지배층만이 늘 그렇듯 막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사회를 바꿔보겠다던 혁명 세력의 외침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 남고 만 것이다. <남미 인권 기행>의 저자 하영식 씨는 혁명 후 변화의 기로에 놓인 중남미 국가들의 현주소를 책에 담았다. 아직 확연히 눈에 띄는 변혁의 모습은 없지만 원주민 출신의 대통령이 나오는 등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오늘의 남미를 자세히 조명하고 있다.

<남미 인권 기행>의 여정은 볼리비아에서 시작한다. 지리적인 여건상으로는 남미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대륙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볼리비아다. 그렇기 때문일까? 체 게바라는 쿠바에서의 혁명을 완성한 후 이곳 볼리비아로 향한다. 하지만 볼리비아에서의 '혁명 투쟁'은 녹록지 않았고, 결국 여기서 목숨을 잃는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꿈은 결국 좌절되었지만 그래도 헛된 것은 아니었다. 그의 피가 뿌려진 땅에서 고대하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 나왔으니 말이다. 모랄레스 정권은 많은 국민들의 희망을 안고 들어섰다. 그리고 준비한 야심찬 계획들을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기득권층과 미국의 압력 때문에 계획추진에 난항을 겪으며 위기를 겪고 있다. 가장 중요한 현안사업 중에 하나인 농지개혁이 원주민과 대지주 모두로부터 반감을 사며 지지율이 급속도로 낮아진 것이다. 과연 볼리비아 정부는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양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볼리비아에 이어 언급되는 국가는 아르헨티나다. 항상 축구와 탱고가 먼저 생각나는 아르헨티나 역시 다른 남미국가들처럼 군부정권의 혹독한 탄압에 숱한 국민들이 희생당했다. 아직까지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공공연한 금기처럼 여겨질 정도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군부정권이 자행한 무분별한 구금과 처벌 때문에 엄청난 실종자가 생겼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들의 생사여부조차 알 길이 막막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공개와 진상파악을 요구하며 많은 국민들이 시위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얻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는 높아만 가는 데 오히려 아르헨티나 정부는 군부 지도자들의 처벌은 고사하고 사면시켰다.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정부란 말인가? 저자와 인터뷰했던 미겔 드 루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산교육이라면 정의가 살아있다는 점을 사회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군부실세들의 정당한 처벌은 꼭 필요하리라고 본다.

세로로 길쭉한 모양을 한 나라 칠레는 선거를 통해 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거의 유일한 국가다. 하지만 그 정권은 그리 오래가지 못해 군부세력의 쿠데타에 의해 무너졌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피노체트는 아옌데 정부를 무력으로 진압하며 정권을 잡았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학살이 자행된 건 물론이다. 문제는 아옌데 정부시절 엄청난 인플레를 겪으며 국민의 원성을 샀다는 사실이다. 그 같은 상황에 이르기까지는 미국과 다국적 기업의 횡포가 있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런 정치적 현안에 대해 알 길이 없었다. 반면 피노체트는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도입해 소기의 성과를 올린다. 이 때문에 일부 국민들은 피노체트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의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말이다. 어쨌든 피노체트는 잔인하고 폭압적인 군부 독재자였음에도 제 명까지 살다가 죽는다. 그 어떤 단죄도 없이 말이다. 피노체트는 이제 없지만 여전히 칠레에는 그가 남긴 유산이 많다. 우선 법이 그렇다. 희대의 폭군에 의해 잘못 만들어진 법이 여전히 남아 칠레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하루빨리 잘못된 법을 고쳐 민주주의의 숨통을 틔워야 할 것이다.

북미와 남미의 길목에 위치한 니카라과는 '소모사 정권'이라는 족벌 정권에 온 국민이 몸살을 앓아야 했던 비운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무려 45년간 니카라과인들은 독재정치에 시달려야 했고, 희생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비운의 역사만큼이나 투철한 혁명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도 이곳이다. 니카라과인들은 소모사 독재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을 조직하고, 게릴라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정권에 대항했다. 결국 혁명 세력은 소모사 정권을 와해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혁명이 성공한 지금 니카라과는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혁명을 이끈 주동세력이 권력의 단맛에 빠져 부패해 버린 것이다. 권력층의 부패로 정치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바나나 농업으로 근근이 연명해 나가는 농민들은 '네마곤'이라는 살충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 MBC의 W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조명된 적이 있는 니카라과 농민들의 심각한 실상은 니카라과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대변해 주는 것 같아 몹시 안타까웠다. 혁명으로 세운 나라를 유지하지도, 국민을 지켜주지도 못하는 정부, 과연 니카라과에도 평화의 그날은 찾아올 수 있을까?

여정의 종착역은 쿠바다. 미국의 금수조치에도 아랑곳없이 현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쿠바는 피델 카스트로에서 라울 카스트로로 권력이 이양되었다고 한다. 사회주의 체제가 유지되고는 있지만 국민의 행복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쿠바 역시도 변화와 변혁의 바람이 필요한 곳이었다. 새로 권력을 잡은 라울 카스트로가 통화정책이나 배급제에서 변화를 준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의 삶에 조금 보탬이 되는 정도일 뿐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는 없다. 현 쿠바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젊은이들과 지식인층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모국인 쿠바를 떠나려한다고 저자는 전한다. 자국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 과연 이 국민들을 달래고 회유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마도 이것은 쿠바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중남미 5개국을 순회하며 혁명의 역사, 인권 투쟁의 역사를 살펴봤던 <남미 인권 기행>은 혁명은 결코 완료될 수도 완전할 수도 없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기행문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 책은 제대로 된 민주국가를 건설하는 일에 있어서 '과거사의 청산' 없이는 결국 한 걸음의 진전도 없다는 진리를 되새겨주기도 했다. 서구 열강의 침입, 미국의 간섭과 군부독재 세력의 전횡으로 눈물 젖은 대륙이 될 수밖에 없었던 중남미 대륙이 혁명에 성공하고, 좌파정부를 수립하는 등 밝은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만들었지만 생각지 못한 갈등과 부패의 벽에 부딪혀 좀처럼 도약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그 이유가 복잡한 이해관계에 의한 의사결정의 어려움에 있다면 우선적으로 민중의 뜻을 먼저 헤아려보는 건 어떨까? 이 결정 의해 민중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까를 앞서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추상적이고 다분히 모범답안적인 생각이지만 어머니가 밥을 지으실 때 가족을 먼저 생각하듯이 우선적으로 고려할 대상과 그 대상을 위해 필요한 일을 먼저 생각한다면 적어도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선택을 하진 않을 것이다. 혁명을 위해 기꺼이 목숨 받쳤던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혁명의 참뜻을 되새겨 억압받은 자에게 자유를 주고, 가난한 자에게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이 슬픈 대륙에도 울분의 눈물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 흐르게 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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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와 만다라 - 나를 찾아 떠나는 한 청년의 자전거여행
앤드류 팸 지음, 김미량 옮김 / 미다스북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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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자전거 여행

언젠가 TV에서 베트남을 소재로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다. 베트남의 전통과 자연환경, 식문화 등을 소개하며 베트남에 잠재해 있는 다양한 성장 동력을 분석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를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은 식민경험과 좌우대립의 역사에서 자식에 대한 교육열과 끈끈한 가족애 그리고 사회적 성공 욕구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이란 나라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부장적인 사회와 지나친 혈연의식 같은 버려야 할 인습까지도 우리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또한 교포출신들이 갖는 비애감 역시도 슬프지만 닮아 있는 점이었다.

<메기와 만나다>라는 어린 시절 망명길에 올랐던 지은이가 자신의 뿌리에 대한 향수와 호기심으로 다시 조국을 방문해 고향까지 자전거로 긴 여행을 한다는 내용이다. 지은이에게 망명국 미국에서의 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집안 살림은 빠듯했으며, 학교에서는 곧잘 놀림감이 되어야 했다. 더욱이 누이를 잃은 깊은 상실감까지 더해져 결국 이 곳에서 온전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만다. 그가 갑작스럽게 여행을 떠난 이유 역시 이런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낯선 곳에서의 원치 않았던 삶에서 벗어나 과거의 내 모습을 찾고, 나를 기억해 주는 이들을 만나 당시의 추억을 되새기는 건 어쩌면 지은이에겐 벗어날 수 없는 필연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꿈에 그리던 고국을 여행하는 일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힌다. 나라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걱정한 많은 친척들이 그를 만류했던 것이다. 그들은 심지어 여행 중에 죽을 지도 모른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와 만나겠다는 강력한 ’끌림’이 그 모든 방해물을 물리쳤다. 이미 여러 곳에서 자전거 여행을 했던 그에게 이번 여행은 적어도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베트남계 미국인’으로서 고국의 영토를 누비는 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보고 무작정 적대감을 표시하는 이들, 비아냥거리며 ’교포’에 대해 철저히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어린 꼬마들에게도 그는 ’낯선 사람’이었다.

과거의 나와 만나기에 앞서 그는 현재의 나를 사람들에게 설명해야했다. 때로는 진실 그대로, 때로는 두루뭉술하게, 때로는 거짓말로 그는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답해 주었다. 교포들과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베트남에서 그는 더 이상 베트남인이 아니었다. ’부유하니 등쳐도 돼는 교포’, ’고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선이었다. 철저하게 교포대우를 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그는 여행을 이어나간다. 험악하고, 탐욕적인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견디며 힘겹게 고향땅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지은이의 고행에 가까운 여정은 마치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몸짓만큼이나 처절해 보였다. 근간을 잃고 허물어진 삶을 지탱하기 위해 결정한 과거로의 여행. 모든 걸 버리고 선택한 여행이었건만 사람들은 좀처럼 관대한 시선으로 봐주지 않는다. 미국과 베트남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뿌리의 설움’은 그의 삶을 짓누르는 ’무서운 폭력’이다. 하지만 그런 폭력조차도 그의 여행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폭력의 실체와 마주하며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자각하고, 사람들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친분을 쌓아간다. 그러면서 자연히 여행은 자신의 과거는 물론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훌륭한 순례길이 된다. <메기와 만다라>는 격동의 역사 속에서 뜻하지 않게 교포라는 중간자적 입장에 놓인 사람들을 이해하는 좋은 참고서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일한국인’처럼 설움 많았던 우리의 교포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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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리뷰해주세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 -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E. 벤저민 스키너 지음, 유강은 옮김 / 난장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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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제, 그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사람들

최근 나는 노예라는 단어를 역사책이 아닌 TV 뉴스에서 접하게 되어 적잖이 놀랐다. 그 일이 다른 나라도 아닌 바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노예 취급을 당하며 학대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시대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악마성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할 길 없는 '그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한없이 안쓰러웠다. 표적이 되어 노예가 되었던 이들은 어린아이, 노인, 지체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었고, 이들은 그 어떤 보상이나 처우 없이 굴욕적인 대우를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그들이 끔찍한 생활을 하며 버텨야 했을 하루하루를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릴 정도다.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암암리에 존재하는 노예제, 하지만 우리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그 실태는 더 심각하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만연해 있는 노예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이 책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대륙을 넘나들며 노예제의 참혹한 현장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며 누가 노예가 되어 어떤 인생을 살게 되는지 아주 생생하게 전한다. 가난과 전쟁, 범죄, 계급의식이 만연해 있는 곳에는 항상 노예들이 존재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 부모들은 협잡꾼의 농간에 속아 아이를 넘기고, 그 아이는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노예가 되고 만다. 더욱이 이런 관계는 어린 여아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고, 그 아이들의 대부분은 성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의 초등학생 정도쯤 되는 여아가 가난을 이유로 별다른 제재 없이 너무나 쉽게 '성노예'가 되는 것이다.

한편 전쟁으로 사회가 뒤숭숭한 곳에도 노예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노예는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손에 걸레나 빗자루가 아닌 총을 들어야 한다. 수년간 지속된 내전은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사상자만 늘렸고, 거기서 부족해진 군병을 채우기 위해 어린 소년을 대상으로 한 납치가 자행된다. 총을 드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는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를 향해 총을 쏘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된다. 납치로 인해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는 이 뿐만이 아니다. [테이큰]이란 영화를 봤다면 이 경우가 어떤 종류의 노예를 의미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춘을 목적으로 한 여성들의 '인신매매'는 흉악한 범죄조직이 개입돼 있는 끔찍한 사건이다. 일단 납치가 이루어지면 계속적인 마약 투여로 몸이 만신창이가 돼버리기 때문에 자력으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이제 내 몸은 더 이상 내 몸이 아닌 것이다.

21세기에도 여전한 노예의 현장을 지켜보는 일은 정말 끔찍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한 그들의 삶은 도저히 한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뿌리 깊은 계급의식이 남아 있고, 노예에 대한 가혹한 착취가 벌어지고 있는 인도는 정말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곳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얻은 노예 딱지를 운명인 냥 받아들이는 그들은 모습은 화가 날 만큼 답답했지만 굳어버린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가장 힘없는 부류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노예제는 분명 근절돼야 하는 반인륜적 범죄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을 남의 문제라 치부해 관심을 두지 않거나 고묘하게 자신의 사악한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이제라도 노예제의 포악한 사슬을 끊기 위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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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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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무게에 짓눌려버린 진실, 은밀하게 발목을 잡는 악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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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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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앞둔 그들에게 찾아온 뼈아픈 시련

히가시노 게이고가 창조해낸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졸업>은 졸업을 앞둔 한 무리의 대학생들에게 닥친 믿지 못할 살인사건과 그 사건에 연루된 범인을 쫓는 학원추리물이다. 한낮의 벼락처럼 찾아온 친구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워 하는 그들, 둘도 없이 친한 친구였기에 ’그녀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그들 모두를 경악케 했다. 하지만 더 큰 충격은 그녀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어떤 동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커가는 의혹 속에 그들이 몸소 발벗고 나선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의 가가 군이 있다.

 가가와 친구들, 특히 가가의 여자 친구로 나오는 사토코는 사건에 관련된 단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진실의 길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혹과 가정만이 풍선처럼 커져간다. 우선 쇼코의 죽음은 ’밀실의 살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살처럼 보이기도 한다. 현장에 남겨진 흔적으론 타살에 무게가 더 실리지만 언제나 그렇듯 자살은 가장 친한 친구조차 그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기에 무엇이라고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쇼코의 죽음에 이어 발생한 나미카의 죽음, 이 역시 의혹투성이다. 모임에서 설월화라는 의식을 하던 도중 급사한 나미카, 그녀는 쇼코의 죽음이후 부쩍 두문불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쇼코의 죽음과 자신이 참가한 대회에서의 패배로 한껏 의기소침해 있던 것이라고 친구들은 생각했지만 그 정도가 평소의 나미카라고 믿기에는 다소 의아한 점이 많았다. 과연 나미카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혹 그녀의 죽음에는 쇼코와 관련된 어떤 일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두 여학생의 죽음에는 수많은 의혹들이 둘러싸여 있다.

친구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서는 가가와 사토코. 대단하게도 소설 속에서 그들은 형사들과 거의 대등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위치에서 비범한 재능을 보이며 ’탐정게임’을 해나간다. 솔직히 소설의 내용이 실제의 경우라면 가가와 친구들은 ’유주얼 서스펙트’가 되어 운신조차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살인사건이란 사건의 심각성 때문에 죄의 유무를 떠나 심리적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전혀 그런 점을 발견할 수 없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은 친구의 죽음을 너무도 냉철한 시선으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졸업>은 공학적인 아이디어나 게임진행 상의 트릭 등을 사용해 ’추리소설’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형상기억 합금이나 카드의 바꿔치기나 섞기 등은 분명 소설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독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한 이들에게 찾아온 ’살인사건’이 현실감 없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나라면 입에 담기도 힘들 친구의 살인사건을 마치 게임하듯이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그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인물들의 입을 빌어 마치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사건에 개입하고 범인을 찾는 일련의 일들이 ’탐정놀이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 말에 동의해줄 독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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