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에 속지 마라>를 리뷰해주세요.
지구온난화에 속지 마라 - 과학과 역사를 통해 파헤친 1,500년 기후 변동주기론
프레드 싱거.데니스 에이버리 지음, 김민정 옮김 / 동아시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미국 대기연구센터에서 또 하나의 우울한 정보가 나왔다. 북극의 기온이 2000년 만의 최고 온도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징후들은 지구의 미래를 더욱 더 암담하게 만든다. 하지만 걱정은 한순간일 뿐, 에너지 소비와 열대림의 파괴는 여전히 증가일로에 있다. 이따금씩 불어 닥치는 어마어마한 자연재해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전 지구적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고 할 수 있다. 선진국들의 실익과 개도국들의 현실 앞에 이 엄청난 문제는 그저 뒤로만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구온난화에 속지마라>는 제목의 책을 만났다. 어이없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이 책과 비슷한 주장을 펼쳤던 또 다른 책이 생각났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구온난화를 명목으로 내세워 기업들에게 '환경세'를 더 걷기 위해 온난화 문제를 부풀렸다고 주장했던 내용의 책이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객관적 근거들을 문제 삼은 점은 비슷하지만 <지구온난화에 속지마라>는 배후세력의 이익문제가 아닌 새로운 이론을 통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통념을 깨고 있다.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지구의 기온은 적어도 백만 년 전부터 1500년(+/-500년)을 주기를 가지고 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기온 상승 역시 그 주기에 따른 변화일 뿐이며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다른 모든 주장들은 억측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새로운 주장은 시추한 빙하 코어로부터 얻어낸 정보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며 약간의 오차가 있긴 해도 전체적인 주기에는 어긋남이 없다고 주장한다. 보면 볼수록 솔깃한 이론, 과연 저자의 주장은 사실일까?

솔직히 저자가 문제 삼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여러 지표나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이론의 근거들을 내가 가진 정보로만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연구결과며 학식 있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이 분야에 문외한인 내가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척 수동적으로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저자가 주장하며 내세운 근거 속에서 몇 가지 오류점과 평소의 내 생각과 어긋나는 대목들을 발견하고부터 책읽기에 변화가 생겼다. 나는 이것들을 저자가 내세우는 주장에 반박하는 내 나름의 근거로 삼고, 저자를 앞에 둔 것처럼 전의를 불태우며 책을 읽어나갔다.

저자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을 개발하려는 현재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충분한 양의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풍차를 설치하고, 태양력 발전소를 만들어야 하므로 다시 수억의 산림과 황무지를 파괴해야 할 것이다." 알맞은 바람이 불고, 충분한 태양력을 모을 수 있는 곳이 꼭 울창한 산림이라는 주장은 다소 지나치다. 게다가 산림파괴가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대륙의 경우는 대체에너지를 위한 개발이 아닌 소고기와 사료를 위해 거대한 숲이 파헤쳐지고 있다.

"비료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비료가 없다면, 우리는 세계의 남아있는 숲들을 갈아 없애고 농경지를 늘려야만 생산량이 적은 농작물로 현재 식량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즉, 화학비료로 대별되는 현대기술이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 이것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 역시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화학비료와 농약을 양껏 사용하는 관행농법과 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토양미생물을 활용한 자연농업을 비교했을 때 후자의 경우가 훨씬 더 많은 수확량을 거뒀다는 보고가 있다.

더불어 저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학비료 없이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아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고, 수확량이 적은 유기농법으로 충분한 곡물을 수확하기 위해 더 많은 숲들이 농경지로 바뀌게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화학비료의 사용이 식량증대의 유일한 길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유기농법의 수확량이 적다는 믿을 만한 보고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생산자가 적기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기아 상태에 빠지는 건 분배의 불공정(다국적 식량기업의 횡포)이나 자연환경 때문이지 화학비료가 없어서가 아니다.

저자의 고집스러울 정도로 집요한 기술 중심주의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반감은 이 책의 가치를 많이 희석시키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후변화주기설' 역시도 저자의 그런 지나친 비약과 미숙한 근거들 때문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또 한편으로는 선진국에서 태어난 저자가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가 많은 지구온난화 대응책들에 대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미 공업화 과정을 거쳐 지구온난화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게 선진국들이지만 저자는 이게 무척 못마땅한 것 같다.

저자는 교토 의정서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에게 기후 대책을 위한 모든 짐을 떠맡기는 안들로 마무리되었던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3세계 나라들은 비후 변화보다는 지금보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가진 자의 사악한 방종이 아닐 수 없다. 기후변화는 원인에 의한 결과물이다. 지금의 지구온난화 역시도 어떤 원인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과거 선진국들의 공업화가 그 원인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니 그 책임도 큰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지구의 기후변동에는 일정한 주기가 있다는 것은 가능한 이론일 수 있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가 전적으로 그 주기에만 영향을 받는 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인류는 실로 막대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했으며,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연료사용으로 인한 오염이나 파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열대림도 더불어 대단위로 파괴되고 있다. 이는 전에 없던 광경이며 무서운 사실이다. 어쩌면 인류는 저자가 주장한 그 주기마저 흔들어버릴 만큼의 파괴를 했는지도 모른다. 자연의 무시무시한 경고가 빈번히 찾아오고 있는 이때에 그 주기를 믿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더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지구의 온기를 낮춰주는 것만이 우리가 해야 하는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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