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를 리뷰해주세요.
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의 민주주의 온도는 몇℃인가?

누구나 아는 것처럼 99℃의 물이 100℃가 되면 기포가 생기며 끓기 시작한다. 이러한 물리적 변화를 비유적으로 사용하는 예가 종종 있는데 그것은 보통 결정적인 무언가를 발하도록 촉구하거나 변화를 이끌어내는 내용이다. 100℃의 물은 '끓는 물'이기 때문에 온도를 재지 않아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100℃에 이르지 못해 끓지 않는 물은 그 온도가 50℃인지 90℃인지 직접 재지 않고서는 알 길이 없다. 다시 말해 어떤 대상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이상이 충만함을 우리가 끓는 물을 보듯 행동을 통해 보여주지 않으면 누구도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은 끓는 물에 가까운 감정을 소유했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저 그런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화 <100℃>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에서도 가장 극적인 부분을 다뤘다. 독재를 향한 자유의 외침이 빨갱이 짓으로 낙인찍히고, 탄압과 유린의 이유가 되었던 그 시절의 모습이 만화를 통해 재현되었다. 학생들은 물론 일반시민들과 종교계까지도 모두가 들고 일어섰던 당시의 폭발적인 '끓음'은 이 땅에 민주주의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수없이 많은 학생들이 짓밟히고 끌려갔으며 일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문까지 당했다. 희생당한 이들은 날로 늘어났으며 학생들의 외침이 거세질수록 정권의 탄압과 횡포는 극에 달했다.

지는 싸움인 줄 알면서도 뛰어들었던 그들, 이길 수 없었음에도 끝까지 저항했던 그들의 노력으로 민주주의를 모르던 사람도, 투쟁을 멀리했던 사람들도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끓음은 6.10 민주항쟁이라는 희대의 대규모 민주화 시위를 촉발시켰다. 그리고 비로소 권위주의적 횡포로 권력을 탐하던 군부독재 세력을 시민의 역량으로 저지하게 이른다. 차갑게 식어간 어떤 이의 목숨, 남아 있는 사람을 대신해 잡혀간 누군가의 희생으로 민주화를 향한 불길은 거세졌고 마침내 모두가 끓어올랐던 것이다. 우리 모두의 힘으로 독재의 밭을 갈아엎고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렸던 것이다.

국민 모두의 힘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오늘 날 다시금 거센 저항과 위협에 직면해 있다. 민주주의를 향한 일념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었던 그 때의 경험은 이제 옛일이 되었고, 20여년의 세월은 많은 국민들을 그저 속으로 분을 삭이고 마는 방관자로 만들었다. 작은 집회마저 반정부세력으로 규정하고 탄압을 일삼으며 어떤 식으로든 국민을 통제하려 드는 작금의 상황은 우리가 다시 한 번 민주주의를 위해 팔을 걷어야 함을 잘 보여준다. 여론을 믿지 않고 국민의 뜻을 따르지 않는 안하무인식의 행동에는 국민 모두의 힘이 담긴 행동이나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개개인의 참여의식과 적극성이 요구된다. 우리가 또 한 번 100℃로 끓어올랐을 때 민주주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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