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대체 호수나 강도 아닌 바다가 산이 되려면 어떤 일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 상상해보았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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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 시선을 따라가자 구름이 갈라진 틈 사이로 햇살이 내려와 바다에 닿아 있었다. 햇살이 닿은 부분만 반짝였다. 둘은 한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둘 다 걸음을 멈추지는 않았다. - P189

너무 바라는 거잖아. 어떻게 싹 다 토해내라 할 수 있냐, 조개한테. 어? 조개뿐이 아니야. 낙지는 또 어떻고. 존나 살아 있어야 되지? 막 다 썰어도 존나게 움직여야 돼. 그거 진짜 너무하는 거라고 생각 못하냐?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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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는 이미 오래전에 얼어죽은 것처럼 보였고 나무들은 앙상하게 가지만 남겨둔 채 떨고 있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계속 걸었다. 저래도 봄이 되면 또 난리 나겠지. 나는 앙상한 나무들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또 난리 나겠지. 우르르 살아나서…… 또 아름답겠지. - P103

나는 다시 전력 질주를 할 수 있을까.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가쁜 숨을 내쉬며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도 또다시 뛸 수 있을까? - P147

나와 멀리 떨어진 죽음일수록 슬픔도 덜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러나 묘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든 그것이 묘비라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 목덜미를 차가운 손으로 쓱 쓰다듬는 듯한 서늘함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비록 내가 한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이나 심지어 동물이라 할지라도 결국 미소는 지워졌다. 관람객들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죽음은 불시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우리를 비탄에 빠지게 한다. 병마에 잠식당해 천천히 죽어가는 이를 겪게 함으로써 우리를 무기력으로 밀어넣는다. - P167

그들의 죽음은 너무 가까운 것 같기도 했고 또 한없이 멀리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자 사진이 더이상 무섭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베티 스미스의 시선도 처음과 달리 애틋한 느낌이었다. - P168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마지막으로 내게 손을 들어 보이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나는 알까. 그게 진짜 마지막이라는 걸.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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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은 별은 우주 어딘가에서 아직도 빛난다. 우주가 태어난 후 조(兆) 단위의 연도가 지났건만, 그 탄생의 순간 퍼져나간 최초의 빛은 아직도 태초의 영상을 품은 채 비행한다. - P329

빛은 자신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세계를 살고 있으니까. 그래도 빛은 이 우주를 유지하는 에너지의 근원이었지요. 당신이 느끼지 못했어도 무한의 시간이 당신 안에 녹아 있어요. - P337

저는 이 소설이 글에 대한 제 열정과 사랑을 끊어주기를 갈망했습니다. 작가가 될 수 없다고 믿으면서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한 채 사는 것이 버겁고 괴로웠습니다. 다 쓰고 나면 후련해져서 다시는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 우주의 끝으로 가기를 갈망하는 사람의 이야기였지요.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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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속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아닐지도 몰라. 계속 지구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미 다른 우주로 들어와버렸을지도 몰라."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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