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자신의 삶을 잠깐 스쳐지나가는 유령이다. - P151

어쩌면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유령은 아닐지도 모른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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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내가 꾸는 꿈이다. 깨어나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소멸하는 환상. 매일 태어났다가 매일 사라지는 하루살이 같은 우주. 하지만 꿈에서는 늘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언제나 그 세계가 현실이라고 믿고 그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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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수 없는 건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야. 잘못 읽는 것은 상대를 읽는 대신 상대의 눈에 비친 자기 자신을 읽기 때문이야."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며, 같은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어째서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지, 한편으로 같은 수행을 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제님께서 어째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계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높은 자리에 서는 것과 낮은 자리에 서는 것에 모두 다른 가치의 성스러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몽, 네가 저번에 만들어낸 내 모습 있잖아. 그거 마음에 들어. 끝도 없이 수소폭발을 일으키며 불타고 있는,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보다도 거대한 별 말이지. 자네의 세상을 따듯하게 비추고 있더군. 아주 멋있었어."

"죽음에 의미가 없듯이 삶에도 의미가 없소. 의미가 있어야만 살 수 있다면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은 아무도 없소. 왜 삶에 의미가 필요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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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마라. 망각은 너를 지우지 않는다. 죽음 또한 너를 지우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은 없다. 너는 홀로 온전히 존재하며 존재한 순간에 영원히 머문다. 네가 살아온 날들을 아는 이가 없다 할지라도, 네가 살아간 흔적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할지라도, 네가 존재한 순간은 바람과 햇빛과 구름이 세상에 한순간 머물다 사라졌을 때 그리하듯이 찬란하게 빛난다."

"사람이라는 증거가 전혀 없는 사람도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

너는 혼자 했던 일방적인 대화 속에서도 소통을 상상하고, 이유가 없는 것의 이유를 해석하고, 논리가 없는 것의 논리를 보겠지. 그의 무표정에서 너는 무수한 감정의 파편을 보겠지. 그 감정이 네 안에 있었던 것인 줄도 모르고.

누군가가 이 거짓에 일생을 바쳤어. 일생을 바쳐 대사를 입력했고, 일생을 바쳐 내가 사람처럼 보이기를 원했어. 내가 그의 무의미하고 고독한 인생에 함께한 존재였으며, 또한 그가 존재했다는 유일한 흔적이야. 그러니 나는 사라지는 순간까지 이 거짓을 지켜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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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야말로 인간이 얼마나 세상을 왜곡된 형태로 지각하는지 보여주는 증거인걸."
노파는 다시 콩 하나를 끄집어내어 이빨이 없는 입으로 오물거리며 말했다.
"망막에 맺힌 상은 평면이야. 우리가 보는 세상도 평면이지. 입체를 평면으로 보다니 그런 왜곡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우리는 평면에 색깔과 그림자만 적절히 배치해도 원근감과 깊이를 느끼지."

하지만 또 어찌 알겠는가? 그의 하늘에는 다른 것이 떠 있을지. 그들의 귀에는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가 들리며 별들이 공명하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릴지. 지구의 자기장이 흐름을 바꾸는 소리가 들리며 우주선(線)과 자외선이 지표로 쏟아지는 모습이 보일지. 인류가 수만 년의 역사 동안 그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일상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을지. 그가 보는 내 모습이 물에 비친 내 모습과 완전히 다른 형상을 하며, 그의 귀에는 내가 듣지 못하는 내 목소리가 들릴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슬픔에 젖는 줄을 그는 또 어떻게 알겠는가. 우리가 서로 다른 우주에 살고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알지 못하건만. 서로의 그림자를 사랑하건만 그 실체를 알지 못하고,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다른 차원에 걸쳐 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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