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하지 마라. 망각은 너를 지우지 않는다. 죽음 또한 너를 지우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은 없다. 너는 홀로 온전히 존재하며 존재한 순간에 영원히 머문다. 네가 살아온 날들을 아는 이가 없다 할지라도, 네가 살아간 흔적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할지라도, 네가 존재한 순간은 바람과 햇빛과 구름이 세상에 한순간 머물다 사라졌을 때 그리하듯이 찬란하게 빛난다."
"사람이라는 증거가 전혀 없는 사람도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
너는 혼자 했던 일방적인 대화 속에서도 소통을 상상하고, 이유가 없는 것의 이유를 해석하고, 논리가 없는 것의 논리를 보겠지. 그의 무표정에서 너는 무수한 감정의 파편을 보겠지. 그 감정이 네 안에 있었던 것인 줄도 모르고.
누군가가 이 거짓에 일생을 바쳤어. 일생을 바쳐 대사를 입력했고, 일생을 바쳐 내가 사람처럼 보이기를 원했어. 내가 그의 무의미하고 고독한 인생에 함께한 존재였으며, 또한 그가 존재했다는 유일한 흔적이야. 그러니 나는 사라지는 순간까지 이 거짓을 지켜내야만 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