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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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신주로 #요코미조세이시 #시공사


*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체감상(?)

일본 소설을 읽은 지 한참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64'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이런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손가락을 머뭇대다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신주로'라는 책을 들었다.


* 대학 강사인 시나 고스케.

그는 동료인 오쓰코쓰 산시로의 권유로

여행길을 떠났다.

신슈 N 호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하고

그곳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 버스 안에서 의문의 노파가 다가와

'그곳에 가면 피의 비가 내린다'라는

알 수 없는 경고를 한다.

그저 정신 나간 노파이려니, 하고

조카딸과 단 둘이 산다는

우도의 저택으로 향한다.

보통 이런 경고를 무시하면 꼭

무서운 일이 생기던데 말이지.


* 춘흥루라고 이름을 붙인 그 저택에서

시나는 아주 아름다운 여인 유미에게

이내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오쓰코쓰와 함께 호수에 보트를 띄우며

휴가를 즐기던 그들은 우연히 한 밤중에

버드나무 아래에서 물에 젖은,

그러나 아주 신비롭고 아름다운

미소년을 보게 된다.


* 지난 밤에 보았던 미소년에 대해 얘기하자

뭔가 숨기는 듯한, 혹은 공포에 질린 듯한

모습을 보이는 우도.

그리고 인근에서 화산이 분화하던 날,

호숫가에 나갔던 시나와 오쓰코쓰는

신주로라고 불리는 미소년이

우도를 습격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 곧바로 도망친 미소년을 뒤쫓았지만

그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남은 것이라곤 머리가 잘린 우도의 시신뿐이었다.

신주로도, 우도의 머리도 찾지 못한 채

사건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유미와 오쓰코쓰는 어느새 연인이 되어 있었다.


* 참담한 마음을 안은 채 시나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하지만 도쿄에서 우연히 차에 타 있는

신주로를 목격하게 되고, 곧바로

두 번째 참극이 벌어지는데.....

신주로는 어디로 사라졌던 것일까?

그가 이런 참극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 온갖 의문을 안고 책을 읽었지만

아무래도 고전 추리소설이다 보니

어느 정도 읽으니까 트릭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유려한 문장과

화자인 시나를 통해 전해지는 생생한 공포.

깨달음을 얻은 순간 느끼게 되는 경악과

좌절이 독자인 나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리라.


* 의뢰도 신고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나타난 유리 린타로의 정체가

약간 의문이기는 했지만 이것 또한

고전 추리 소설이니까~ 하고 넘어가기에 충분했다.


* 이 작품은 여러모로 기괴하고 아름다웠다.

눈길을 사로잡는 여자와 미소년.

그 화려한 외모 속에 숨겨진

추악한 내면의 모습은 기괴함으로 다가왔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사람의 마음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추리해 나가는 재미.

그리고 그것이 맞았을 때 느껴지는 환희와 안타까움.


* 어떻게 보면 빤히 보이는 트릭임에도

가끔 고전 추리 소설을 찾는 이유가

이런 즐거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찾기 쉬운 트릭이라 할지라도

그때 당시에 얼마나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이 책을 계기로 슬슬 시작해 보려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들.

다음 이야기는 어떤 기묘한 아름다움으로

또 나를 홀려줄지 기대된다.


#고전추리 #고전추리소설 #본격추리 #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 #유리린타로 #유리린타로시리즈

#미소년 #참극 #추리명작 #춘흥루

#독서기록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오늘의책 #일본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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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신 ㅣ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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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안녕신 #마야유타카 #내친구의서재


* 엄청 똑똑한 초등학생들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경악할 만한 결말로 많은 독자들을 놀라게 했던

『신 게임』의 후속작 『안녕 신』을 읽었다.

자신을 신이라고 소개하는 스즈키는

이번에도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아이들 앞에 나타난다.

과연 그는 또 어떤 방식으로 모두를

놀라게 할까 하는 기대를 품고 책장을 넘겼다.


* 그런데 첫 장부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에는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조차 생략한 채

스즈키가 구와마치 준에게 범인의 이름을 알려준다.

어떻게 살해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오직 이름 하나만 남긴 채 진실을

확인하는 일은 아이들의 몫이 된다.

시작부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이 설정은

'역시 신의 장난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 이야기는 여섯 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사건들이

구와마치 준의 주변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코난이나 김전일 뺨치는 살인 사건들 속에서

준과 구온초 탐정단은 스즈키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 사건을 따라가고,

어떤 사건은 그의 말대로 흘러가지만

어떤 사건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붙잡히기도 한다.

결국 신의 말을 믿는다면 무고한 사람이 잡힌 셈이고,

믿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허황된 장난처럼 보인다.


* 사건이 하나둘 이어질수록 내 시선은

범인보다 스즈키에게 향했다.

그는 왜 준에게만 진실을 알려주는 걸까.

무엇을 위해 이런 선택을 반복하는 걸까.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은 점점 커졌고,

신이라기보다 사람을

시험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의 의도를 추측하는 과정이

오히려 사건을 추리하는 것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건마다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면서

중반부까지는 다소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등장인물 소개 역시 여러 번 반복되어

긴장감이 끊기는 순간도 있었고,

본격 추리물로 기대했던 치밀한 추리의 재미는

생각보다 약하게 다가왔다.

초등학생들의 활약 역시 전작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후반부의 분위기 변화 때문이다.

조금씩 쌓여 온 위화감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내가 읽은 건 뭐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장치가 등장하면서

작품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 순간만큼은 작가가 왜 이런 구성을 선택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 개인적으로는 전작만큼의 충격은 아니었다.

마지막 반전 역시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신 게임』이

남긴 강렬한 여운을 뛰어넘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했다.

오히려 두 작품의 출간 순서가 바뀌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신'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믿음과 의심을 시험하는 발상만큼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전작의 그림자를 끝내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스즈키라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만으로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신게임 #후속작 #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

#초등학생 #신 #범인 #이름 #탐정단 #검증

#살인사건 #추리 #일본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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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9 - 박경리 대하소설, 5부 4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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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이 머지 않음에

너무 아쉬운 마음으로 펴들었다.

학도병과 강제 징용으로

아들을 보낸 어머니들, 아버지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되는 아들을

보낸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징용을 피해 지리산으로

모여드는 인원들도 있었다.


* 아들을 보낸 부모의 마음을

지금 내가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친모에게서 도망쳐 나온 남희의

병으로 마은 고생을 하던

성활 할매난 성환이의 징용 소식을 듣고

그만 눈이 멀어버린다.


* 전쟁이 없었더라면,

일본이 우리 나라를 먹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이런 비극을 겪지 않아도 됐을텐데......


*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자식들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곡식들도, 사람들의 인심도 같이 없어졌다.

보급제를 통해 얻은 식량은

식구들이 모두 먹기에는 부족했고,

그나마 돈이 있는 부자들은 잘 먹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 찬란한 해가 뜨기전

새벽녘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모습은 눈을 떠도

앞이 보이지 않는,

그런 어둠 속에서 살고 있었다.


* 양현은 윤국과 혼인하길 바라는

서희의 바람을 물리치고 영광과 만난다.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이들의 아픔을 같이 나누지 못해

너무 미안했다.


* 홍이의 딸 상의는 학교에서 사감의 언행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빈곤을 모르는 계층이라고는 하지만,

그 철없는 아가씨들 사이에서

그나마 상의가 제일 어른스러워 보였다.


* 자식들의 걱정, 근심에

나라 걱정까지 해야했던 그들.

나였다면, 과연 이들처럼 그 당시를

살아갈 수 있었을까?

이제 마지막 한 권이 남은 지금.

쉬이 보내기 아쉬운 이들이지만

이제, 그들의 마지막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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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파드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8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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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소설 #레오파드 #요네스뵈 #비채


* 오랜만에 읽는 해리 홀레 시리즈.

8번째 책인 레오파드이다.

고양이를 키웠던 나에게 레오파드라는

이름은 반가움 그 자체!

그렇게 나는 또 다시 해리의 고통스러운

삶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 홍콩에서 전설의 형사를 찾는 카야.

그는 군나르 하겐 경정의 명으로 몰래 도망친

해리 홀레 반장을 찾고 있었다.

그녀는 해리에게 여자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만 콧방귀만 끼는 해리.

그런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은 아버지

올라브 홀레였다.


* 아버지가 병으로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해리는 곧장 노르웨이로 달려간다.

알콜중독과 함께 약에도 손을 댄 해리.

그는 피 속에서 들끓는 무리들을 잠재우기 위해

갖은 방법을 쓰다가 결국 보고서를 읽었고

그렇게 다시 형사의 뇌를 장착했다.


* 자신의 피에 익사한 여자들은

어떠한 공통점도 없었다.

범인에 대한 흔적도, 그들을 숨지게 한 도구도

발견하지 못한 채 하원의원인 마리트 올센이

수영장에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 해리는 직감적으로 같은 놈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아채지만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니

크리포스(오슬로 중앙 범죄 수사 기구)의 벨만이었다.

최근 크리포스의 차장이 된 미카엘 벨만은

수사권을 두고 경찰청과 대립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놈 치고 제대로 일하는 놈은 못봤는데 말이지.


* 그렇기에 군나르는 해리에게 비밀 수사를

지시했고, 그렇게 해리의 본부는 감옥의 보일러실 옆,

덥고 더운 지하의 방이 되었다.

해리는 카야와 비에른 홀름과 같이 수사를 진행하고

증거들을 모으지만 이상하게 벨만이

중요한 순간에 늘 그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 발소리를 죽인 채 사냥감을 향해 살금살금

다가오는 짐승 같은 범인은 더 흉포하게 날뛰었고

벨만은 법무부에 기댄 채 언론에 얼굴을 비추며

그의 왕국을 건설하기 위해 해리를 협박한다.

결국 해리는 짐승을 잡기 위해 스노우 맨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까지 한다.


* 그리고 해리를 배신한 사람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욕설을 뱉어버렸다.

옆에 있던 남편의 움찔과 이상한 눈초리를

애써 외면한 채 나는 배신자를 받아들이는

해리를 애써 이해해보려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해리였다면 다신 쳐다도 안 봤을 것 같은데.


* 모든 게 사랑에서 시작하고

사랑은 미움의 뒷면이라던 그 말을 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해리가 그런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해리 부자가 마지막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과 더불어

또 다른 부자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다.

상반되는 분위기와 말로 이루어진 그 장면은

해리가 왜 경찰이 되었는지,

그가 어째서 전설의 형사인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 700페이지가 훌쩍 넘는 이야기 속에서

해리는 또 다시 깨지고 부러졌고 가루가 되었다.

그는 또 다시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으며

손가락 하나가 없는 오른손과 함께 이제는

얼굴에도 지울 수 없는 흉터가 새겨졌다.

조용히 사냥감을 응시하며 뛰어나갈 때를

기다리는 짐승의 눈빛.

레오파드는 해리가 아니었을까.


#해리홀레 #해리홀레시리즈 #북유럽소설

#북유럽스릴러 #추리소설 #미스터리소설

#연쇄살인 #비밀수사 #크리포스 #경찰청 #스노우맨

#범죄소설 #스릴러소설 #소설추천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오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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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구락부
이화경 지음 / 한길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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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비밀구락부 #이화경 #한길사 #서평단


* 최근 남편과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 이후 남은 체력은 0.

없는 체력에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비가 오는 날, 뮤지컬을 한 편 보고 왔더니

무슨 짓을 해도 피곤이 풀리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한길사에서 받아본

'비밀 구락부'라는 책은 느리게 읽기에

제격인 책이었다.


* 곱씹고 싶은 문장들은 빠르게 책장을

넘기고 싶은 나의 마음과 손을 저지시켰고,

암흑의 시대에, 시대보다 더 어두운

삶을 살았던 이들의 언행은 칼날이 되어

나를 찌르려고 들었다.


* 열 살이 된 딸을 엄마가 팔았다.

그저 입 하나 덜겠다고 딸에게 묻지도 않고

해치우듯이 후딱 시댁으로 보내버렸다.

민며느리가 되어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소년을 남편으로 삼으며 살았지만

부모에게도 버림 받은 아이의 편은

그 어느 누구도 없었다.


* 그래서 도망쳤다.

겨울 밤 길을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한 선교사의 집이었다.

그의 도움으로 아지는 경성에서

애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기 시작했다.


* 미스 엘리슨의 족보에도 없는 의붓딸로 들어가

그녀에게 영어를 배우며 지난날의 아픔을

씻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선배를 따라간 '비밀 독서회'에서

그를 만난 이후로 그녀의 삶은

결코 평온하다고 할 수 없는 인생이었다.


* 채현욱.

첫 만남, 첫 눈에 애란의 모든 것을 앗아간 남자.

그는 좌익 지식인이었고, 그의 신념은 애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사람,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사랑.

애란과 현욱, 주드와 에이든으로 변하는

화자들 속에서 독자는 그들이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청년들을 마주하게 된다.


*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났던 말은

'이것은 나의 history이자 lovestory.'라던

미스터 선샤인의 대사였다.

사랑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기도 하고,

상대를 위해 목숨도 걸 수 있는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휘몰아치는 전쟁과 정세.


* 책은 일제강점기 후반인 1930년대부터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그리고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담아낸다.

사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수시로 변하는 화자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에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처음엔 제본 잘못된 줄ㅋㅋㅋ


* 하지만 어느새 이러한 변화는 적응되었고

나는 작가가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씩

꾹꾹 눌러서 쓴 그 마음들을 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제야 왜 이런 구성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두운 시대에 만들어진 비밀 독서회,

그 속에서 책과 함께 어떤 만남을 이어갈지

궁금해서 신청한 책이었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마음 아픈 인연이었다.


* 단지 조선에서 태어난 여인이라는 이유로

아지, 애란, 엘렌, 애첩, 부르주아 탕녀 등

많은 이름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그녀.

작가는 그 당시 보통의 사람이었을 그녀를

섬세하게 그려내 독자에게 내보임으로써

그 시대를 살지 못했던 우리에게

그 깊고도 어두운 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성을 살렸고,

뛰어난 고증으로 어느 지점에서는 소설로,

어느 지점에서는 역사서로도 읽히는 책이었다.

한 남자를 가슴에 품고 'Go forward'라는 말을

길잡이 삼아 그저 살고자 했던 여인.

그렇게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슬픈 생애.


* 사는데 '만약'이란 것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만약에 내세라는 것이 있다면,

그때는 배고픔을 모르는 아이이길,

그때는 넘치도록 사랑받는 철 없는 여인이길,

그때는 더 밝고 안정된 세상에서

지아비와 행복한 아내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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