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메이드
프리다 맥파든 지음, 김은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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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하우스메이드 #프리다맥파든 #북플라자


*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부고 소식과

의도치 않게 다쳐버린 발목으로

우울한 요즘이다.

여기에 집어든 책마저 실패로 돌아가

나는 지하 암반수 마냥 땅굴을 파고 들어갔다.


*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장하는 책을 골랐다.

이럴 때 쓰려고 내가 하우스 메이드를

아껴 둔 것 아니겠는가.

뭐, 땅굴은 한 두 시간 정도 판 것 같지만.


* 전과자로서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밀리.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여자라면 꼭 한 번은 살아보고 싶은 듯한

집에 입주도우미로 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면접 때 본 고용주 니나의 인상도 좋았다.

드디어 그녀의 인생에도 볕이 드는 줄 알았다.


* 하지만 출근 첫 날,

집은 돼지우리 마냥 더러웠고 그녀는

장장 7시간 동안 청소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위험 요소들.

정원사인 엔조의 경고부터 밖에서만

잠글 수 있는 방 문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 니나는 수시로 말을 바꾸고 밀리를

무능한 여자로 몰아갔다.

그래도 밀리는 이 집에서 버티기로 했다.

일단 돈을 모아야만 한다.

다시 닛산 자동차의 뒷좌석으로

삶의 터전을 옮길 수는 없다.

그리고 그녀가 이 집에 꼭 머물고 싶은 한 가지.


* 바로 니나의 남편인 앤드루 때문이었다.

잘생긴 외모에 재력까지 갖춘,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다정한 남자.

이런 남자가 왜 니나랑 사는지 모르겠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밀리의 마음이

점점 더 커져 갈 때, 밀리의 다락방 방문이 잠긴다.


* 사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대충의 줄거리는 책을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거기에 이미 프리다 맥파든의 책을

몇 권을 읽은 나로서는 작가가 심어둔

첫 번째 장치는 짐작하고도 남았다.

소설에서 내용을 알면서도 재밌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가!


* 그런데 여기에 결말을 모르는 나에게,

땅굴을 파고 들어가는 나를 단숨에

끌어올려 줄 또 다른 장치가 숨어있었다니!

드디어 미소를 되찾을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 이런 느낌이라면 2권과 3권도

무조건 재미 보장이겠지!!

하루라도, 한 시간이라도 빨리

다음 권을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땅굴 따위, 그거 파던 게 언제였더라?


#추리소설 #스릴러 #스릴러소설

#입주도우미 #경고 #주인부부 #다락방

#사이코패스 #영상화 #원작소설 #가정부

#소설추천 #추미스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오늘의책 #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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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승호(고 가쓰히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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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Q #오승호 #블루홀6


* 블루홀6에서 나온  100번째 책이자

가장 두꺼운 책인 Q가 출간됐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매우 놀라웠다.

800페이지가 넘는 두께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책이 가벼웠다.

여기에 측면을 영롱하게 수놓은 색감.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황홀경에 이를 지경이었다.


* 그런데 여기에 제목이 Q란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 나는 질문을 의미하는

Question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 단어에는 논의, 또는 처리해야 할

문제라는 뜻도 담겨져 있다.

작가님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려는 걸까,

아니면 같이 논의를 하자는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을 펴들었다.


* 틈만 나면 경적을 울리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선배와 일하고 있는 하치.

히토미 클린이라는 청소업체 직원으로 일하는

그녀가 바라는 것은 그저 고요한 평범함이다.

출근하는 직장이 있고, 몸을 뉘일 곳이 있는 삶.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숨죽이며 살아온

그녀에게 한 통의 연락이 온다.


* 7년 만에 온 의붓언니 로쿠의 연락이었다.

로쿠와 하치에게는 큐라는 남동생이 있다.

큐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이로

화려하게 데뷔할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로쿠는 큐를 위협하는 자가 나타났다며

다시 한 번, 큐를 위해 나서야 할 때임을 알렸다.


* 로쿠가 하치가 연락을 끊기 전,

그들은 큐의 미래를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현재 큐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이 과거가 폭로되는 것이다.

하치는 평온한 일상의 단맛을 뒤로하고

다시 큐를 위해 진흙탕 속으로 발을 내디딘다.


* 한편 로쿠는 로쿠대로 그녀의 동거인인

혼조가 그녀의 과거를 캐고 있었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아주 잠깐 사이에

싹튼 불씨는 그를 로쿠의 고향까지 데려갔다.

여기에 하치의 주변을 맴도는 문신남까지

얽히면서 점점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다.


*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지극히도

현실적인 모습들에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모습들은 책장을 넘길수록

이상한 집착으로 변질되었고,

이것은 곧 광기의 피칠갑으로 변해버렸다.

이 변화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책장을 넘기며 온몸으로

검은비를 맞고 있을 뿐이었다.


* 두 번째 놀라웠던 점은 다양한 인간군상이었다.

세상은 넓고 또X이는 많다는 게 내 평소 생각이지만

오우, 이 책처럼 다양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미친건가? 싶다가도 다시 보면 제정신이고,

얘는 제정신이구나 싶다가도 잠깐 페이지를 넘기면

얘도 미친애처럼 보였다.


* 처음에는 피가 섞이지 않은 삼남매의

고군분투와 고난, 역경을 그려냈다고 생각했다.

내가 또 이분을 얕봤다는 뜻이다.

그는 절대 내 생각처럼 글을 쓰지 않았고

늘 언제나 놀라운 문장으로 나까지 그에게 홀리게 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과

지극히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들의 광기는

그냥 태양을 마주보고 두 눈이 멀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책이 내 생애 마지막 책이 되었을 텐데.


* 책장을 넘길수록, Q가 가지고 있는 의미가

뚜렷해질수록 정말 할 수만 있다면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울림과 광기를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을 텐데.

이걸 쓰면서도 그저 이런 말밖에 내뱉지 못하는

부족하고 모자란 내 어휘력이 저주스럽다.


* 오승호 작가에게 보내는 독자들의 응원의 글에

내 응원의 글이 실린 걸 봤다.

나의 바람이 작가님께 전해졌을 거라 생각하니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중간중간 익숙한 이름들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데뷔 10년 만에 이런 책을 쓰실 정도면,

데뷔 20주년에는 어떤 책이 나올까? 기대가 됐다.

그 날을 위해 또 한편으로는 내 눈을

조금 더 아껴놔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 Q.

나의 앤서는 블루홀6는 내 운명이라는 거야.


* 출판사 도장깨기 82/100


#미스터리소설 #사회파미스터리 #100번째책

#광기 #우상 #인간군상 #퀘스천 #앤서

#삼남매 #의붓언니 #남동생 #언니

#소설추천 #책추천 #일본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오늘의책

#소설스타그램 #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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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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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골고루먹고가시게 #김아직 #정명섭 #문화류씨 #최하나 #팩토리나인


* 작가진이 쟁쟁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했던 책이다.

서평단 책도 다 읽었으니 이제부턴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 다시 시작!!

문화류씨 작가님을 좋아하는 관계로

순서와 상관없이 그분의 글부터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왔다.


* 네 명의 작가님이 들려준 네 개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해 있고,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민속신앙, 그 중에서도 '굿'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무당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춤과 노래로

인간의 길흉화복, 운명을 비는 의식인 굿은

그 종류와 방법도 천차만별이다.


* 책에서는 도당굿, 소환굿, 대운굿, 고사상을 소재로

네 명의 작가님이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보여준다.

소설이라는 특성상 일부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졌겠지만

도당굿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고,

고사상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작년에 차를 바꾸면서 고사상까지는 아니어도

막걸리를 사다가 차 주변에 뿌리면서

무사고를 빌기도 했으니까.


*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이어오고 있는

삶 속의 풍습들이었다.

그때는 그저 엄마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재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쌀이 가득 든

밥통을 집에 제일 먼저 들여놓는 것도

조왕신에게 복을 비는 행동이리라.


*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태어난 날부터 이름을

점지 받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생각해 보니 굉장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내 이름도 스님이 지어주신 이름이고,

얼마 전에 생긴 조카도 사주를 보고

부족한 기운을 더하는 이름을

스님께서 지어주셨다.

나는 언제나 이름 뜻이 너무 크다며

내 이름을 지어주신 스님에게 볼멘소리를 하지만

어쩌면 이 이름 덕분에 그래도 둥글게둥글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책에서 이 다음으로 주의 깊게 봤던 점은

바로 '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였다.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죽임 당해 저승길로

가지 못한 사람도 있는가 하면

괴롭힘으로 인해 사망한 이를 위한 처절한 복수,

소리 소문 없이 변화하는 운명으로 인한

무고한 피해자를 막기 위한 이,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제사상에 올려져야 했던 이들까지.


* 작가님들은 모두 굿을 통해 자신의 염원을 담은

이면에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무당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문이라고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어쩌면 소리 없이 사라진 자들의

대변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단편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굿이라는 의식을 통해 산 사람보다

먼저 떠난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준

네 편의 이야기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속 #민속신앙 #굿

#도당굿 #소환굿 #대운굿 #고사상

#한국오컬트 #오컬트소설 #한국무속 #앤솔로지

#단편소설 #무속신앙 #책추천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오늘의책 #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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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로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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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신주로 #요코미조세이시 #시공사


*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체감상(?)

일본 소설을 읽은 지 한참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64'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이런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손가락을 머뭇대다가

요코미조 세이시의 '신주로'라는 책을 들었다.


* 대학 강사인 시나 고스케.

그는 동료인 오쓰코쓰 산시로의 권유로

여행길을 떠났다.

신슈 N 호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하고

그곳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 버스 안에서 의문의 노파가 다가와

'그곳에 가면 피의 비가 내린다'라는

알 수 없는 경고를 한다.

그저 정신 나간 노파이려니, 하고

조카딸과 단 둘이 산다는

우도의 저택으로 향한다.

보통 이런 경고를 무시하면 꼭

무서운 일이 생기던데 말이지.


* 춘흥루라고 이름을 붙인 그 저택에서

시나는 아주 아름다운 여인 유미에게

이내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오쓰코쓰와 함께 호수에 보트를 띄우며

휴가를 즐기던 그들은 우연히 한 밤중에

버드나무 아래에서 물에 젖은,

그러나 아주 신비롭고 아름다운

미소년을 보게 된다.


* 지난 밤에 보았던 미소년에 대해 얘기하자

뭔가 숨기는 듯한, 혹은 공포에 질린 듯한

모습을 보이는 우도.

그리고 인근에서 화산이 분화하던 날,

호숫가에 나갔던 시나와 오쓰코쓰는

신주로라고 불리는 미소년이

우도를 습격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 곧바로 도망친 미소년을 뒤쫓았지만

그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남은 것이라곤 머리가 잘린 우도의 시신뿐이었다.

신주로도, 우도의 머리도 찾지 못한 채

사건은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유미와 오쓰코쓰는 어느새 연인이 되어 있었다.


* 참담한 마음을 안은 채 시나는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도쿄로 향한다.

하지만 도쿄에서 우연히 차에 타 있는

신주로를 목격하게 되고, 곧바로

두 번째 참극이 벌어지는데.....

신주로는 어디로 사라졌던 것일까?

그가 이런 참극을 벌이는 이유는 뭘까?


* 온갖 의문을 안고 책을 읽었지만

아무래도 고전 추리소설이다 보니

어느 정도 읽으니까 트릭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도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사람을 빨아들이는 유려한 문장과

화자인 시나를 통해 전해지는 생생한 공포.

깨달음을 얻은 순간 느끼게 되는 경악과

좌절이 독자인 나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이리라.


* 의뢰도 신고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나타난 유리 린타로의 정체가

약간 의문이기는 했지만 이것 또한

고전 추리 소설이니까~ 하고 넘어가기에 충분했다.


* 이 작품은 여러모로 기괴하고 아름다웠다.

눈길을 사로잡는 여자와 미소년.

그 화려한 외모 속에 숨겨진

추악한 내면의 모습은 기괴함으로 다가왔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사람의 마음이 무너져 가는 과정을 추리해 나가는 재미.

그리고 그것이 맞았을 때 느껴지는 환희와 안타까움.


* 어떻게 보면 빤히 보이는 트릭임에도

가끔 고전 추리 소설을 찾는 이유가

이런 즐거움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찾기 쉬운 트릭이라 할지라도

그때 당시에 얼마나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이 책을 계기로 슬슬 시작해 보려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들.

다음 이야기는 어떤 기묘한 아름다움으로

또 나를 홀려줄지 기대된다.


#고전추리 #고전추리소설 #본격추리 #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 #유리린타로 #유리린타로시리즈

#미소년 #참극 #추리명작 #춘흥루

#독서기록 #책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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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신 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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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안녕신 #마야유타카 #내친구의서재


* 엄청 똑똑한 초등학생들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경악할 만한 결말로 많은 독자들을 놀라게 했던

『신 게임』의 후속작 『안녕 신』을 읽었다.

자신을 신이라고 소개하는 스즈키는

이번에도 전지전능한 존재처럼 아이들 앞에 나타난다.

과연 그는 또 어떤 방식으로 모두를

놀라게 할까 하는 기대를 품고 책장을 넘겼다.


* 그런데 첫 장부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번에는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조차 생략한 채

스즈키가 구와마치 준에게 범인의 이름을 알려준다.

어떻게 살해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오직 이름 하나만 남긴 채 진실을

확인하는 일은 아이들의 몫이 된다.

시작부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이 설정은

'역시 신의 장난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 이야기는 여섯 개의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사건들이

구와마치 준의 주변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코난이나 김전일 뺨치는 살인 사건들 속에서

준과 구온초 탐정단은 스즈키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 사건을 따라가고,

어떤 사건은 그의 말대로 흘러가지만

어떤 사건에서는 전혀 다른 사람이

범인으로 붙잡히기도 한다.

결국 신의 말을 믿는다면 무고한 사람이 잡힌 셈이고,

믿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허황된 장난처럼 보인다.


* 사건이 하나둘 이어질수록 내 시선은

범인보다 스즈키에게 향했다.

그는 왜 준에게만 진실을 알려주는 걸까.

무엇을 위해 이런 선택을 반복하는 걸까.

설명할 수 없는 위화감은 점점 커졌고,

신이라기보다 사람을

시험하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그의 의도를 추측하는 과정이

오히려 사건을 추리하는 것보다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사건마다 비슷한 흐름이 반복되면서

중반부까지는 다소 늘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등장인물 소개 역시 여러 번 반복되어

긴장감이 끊기는 순간도 있었고,

본격 추리물로 기대했던 치밀한 추리의 재미는

생각보다 약하게 다가왔다.

초등학생들의 활약 역시 전작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 그럼에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후반부의 분위기 변화 때문이다.

조금씩 쌓여 온 위화감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내가 읽은 건 뭐였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장치가 등장하면서

작품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그 순간만큼은 작가가 왜 이런 구성을 선택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 개인적으로는 전작만큼의 충격은 아니었다.

마지막 반전 역시 충분히 흥미로웠지만 『신 게임』이

남긴 강렬한 여운을 뛰어넘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했다.

오히려 두 작품의 출간 순서가 바뀌었다면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신'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믿음과 의심을 시험하는 발상만큼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전작의 그림자를 끝내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스즈키라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만으로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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