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소원
유은정 지음 / 반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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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불행소원 #유은정 #반타


* 오랜만에 읽는 반타 책이다.

일단 '여고괴담'이라는 키워드가

나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두 번째로 '불행 소원'이라는 제목이

나를 궁금하게 했다.

보통 소원이라고 하면 나를 위해

빌기 마련인데, 불행 소원이라니

무슨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 책은 아티스틱 스위밍을 위해

몸을 불사르는 여고생 주아와

인영여고 학생들이 주인공이었다.

주아는 국대가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끝내 듀엣에 들어가지 못했다.

처음부터 송혜송과는 다른 출발선에 선 것 같았다.


* 실력 차이는 곧 질투와 열등감으로 번졌고,

이는 송혜송과 듀엣을 하는 김사랑을 향한

악의적인 마음으로 쌓여만 갔다.

듀엣 옆에서 예비 후보로 합을 맞추던 어느 날,

SNS에서 한 수영조 내부영상을 봤다.

호기심에 찾아간 딥 블루 홀 수영장은

그렇게 주아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다.


* 아무도 모르게 찾은 안식처에서

'불행 소원 비는 법'이라는 종이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듀엣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거나 해를 끼치려는

목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김사랑이 듀엣에서 빠지고

그 자리를 주아가 차지하게 되자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주아는 충동적으로 송혜송이

아무도 모르게 죽어버리라는 소원을 빌게 된다.


* 한편 송혜송의 팬이었던 구다은.

다은은 송혜송이 사라진 이후부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직감적으로 주아의 짓임을 짐작했지만

가지고 있는 증거가 없었다.


* 그러던 그때, 전학생인 엄혜송이

주아를 조사하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한다.

송송을 돌아오게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다은은

엄혜송의 지시에 따라 공개적으로

불행 소원을 입에 올리게 된다.


* 그러면서 반 전체뿐만 아니라

인영 여고 전체에 점점 불행 소원이

퍼지게 되고, 이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외할머니가 무당이었던 다은은

할머니의 말을 기억하며 불행 소원을

막으려는 한편, 여전히 송송이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했던 일이

누군가의 계략에 의해 의도적으로 퍼져 나가고

점점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모습은

혼란 그 자체였다.

대놓고 공포를 드러내지도 못하고

익명성에 기대어 마음을 털어놓는 현실,

고작 그런 이유로 남의 불행을 비는 건가 싶다가도

아이들이니까 이해가 가기도 했다.


* 하지만 단 하나.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엄혜송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이다.

대충 짐작은 가지만 조금 더 뚜렷하게

그 원인이 나왔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

더 공포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저 비릿한 웃음을 흘리는 그 모습과

그저 이용만 당하는 다은의 모습이

불편하게만 느껴졌다.

어떻게 단 한 번도 의심을 안 할 수가 있지?


* 저주라는 것은, 특히 누군가에게

악의를 가지고 해를 입히려는 것이라면

그걸 풀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삶에도 희망이 있는 법이고,

사람이 반성과 회한도 있지 않겠는가.


* 무더운 여름에 '물'이라는 소재,

'수영장 물'이라는 소재를 쓴 것은

매우 참신하고 좋았지만 이런 의미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 저주에 이렇게

악독한 것이 있다고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다.


* 그럼에도 10대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

그들의 불안과 경쟁, 21세기에 저주가 퍼져

나가는 방법 등이 잘 나타난 책이라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마시는 물부터 씻는 물도 조심할 듯.

떨어지는 물도 다시 보자.

누군가의 불행 소원이 담긴 물일지도 모르니.


#여고괴담 #호러소설 #공포소설 #청소년 #호러

#저주 #불행 #소원 #아티스틱스위밍 #수영장 #물

#장르소설 #판타지 #여름소설 #딥블루홀 #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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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보는 변호사 - K’s Case
김주영(탄막) 지음 / 디자인21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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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귀신보는변호사 #김주영 #탄막 #디자인21


* 얼마 전, 우연히 넷플릭스로

'신이랑 법률사무소'라는 작품을 봤다.

그저 그런 코믹극인 줄 알았으나

그 안에서 얼마나 웃고 울었던가.

마지막 화까지 보고 나자 이 드라마의 내용과

비슷한 책 제목이 떠올라 바로 책장을 뒤졌다.

'귀신 보는 변호사.'

신이랑의 여운을 깊게 남기며, 그 드라마와

어느 부분이 같고 또 어디가 다를지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형 법무법인에서

1년을 일한 뒤, 바로 자신의 법률 사무소를

차린 유혜영 변호사.

새내기 변호사가 덜컥 사무실을 차렸으니

수임이 있을 리가 있나.

그렇게 미래를 걱정하는 혜영에게

발신번호 표시 제한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싸가지를 밥에 말아 야무지게 먹은 듯

상대방은 지 할만만 늘어놨다.

간단히 얘기하면 최근 '자동차 살인사건'으로

불리는 살인사건의 피의자를

무죄를 입증해 달라는 것이었다.

수임료는 무려 1억 원.

여기에 성공 보수로 플러스 1억 원.


* 현재 상황에서 1억 원은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K를 쉽게 믿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그의 말에 휘말린 혜영은 결국 사건을 맡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피의자 허수지를 만났다.


* 수지를 만나 보니 누군가 그녀를 함정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수지는 누가 쳐 놓은지 모를 덫에 걸린 것이었고,

K는 그런 그녀를 구해주고 싶었으리라.

그렇게 사건을 정식으로 받았는데

어라.....? 의뢰인이 좀 이상하다.


* 유명한 무당의 딸인 혜영에게도

신기는 있었지만, 세상에!! 

의뢰인 K가 귀신이라니!!!!!

근데 요즘 귀신들은 휴대폰도 쓸 수 있나보다.

그렇게 K의 의뢰를 성실히 수행하는 혜영 앞에

놓인 것은 수지의 시체였다.

대체 K의 정체는 누구이며 수지는 왜!

보석을 얼마 남기지 않고 죽은걸까?


* 객관적으로 변호사라는 직업과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만 빼면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또 다른 이야기에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확실히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은

몇 가지가 있었다.


* 먼저, 엄마가 유명한 무당인데 혜영이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자금난에 허덕인다고...?

유명 기업인들이 앞다투어 찾는 무당의

고명딸인데 그럴 리가~ 

여기에 한순간에 변한 K의 마음.

아니, 수지 안쓰럽다고 할 때는 언제고

어느새 혜영한테 반해서 그렇고 그렇게 된다고?

도의적인 부분이라고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죽어서도 도와주고 싶은 연인이었는데

나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차라리 K랑 수지를 남매로 만들거나

혜영의 상대가 흥신소 소장님이었다면 또 모를까.


* 이 두 가지를 제외하고는 다 쏘쏘~ 

무난했다.

특히 저승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과

웅녀를 소환한 점,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물면서도

각자의 문제는 각자가 해결하게 하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또한 귀신들의 흥신소와 그들의 화폐가치,

이승의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한

저승의 많은 것들과 그들의 규칙들을 보면서

저승도 결국은 사람이 부대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끝난 드라마가 아쉬워서 펼쳐든 책이었으나

이제는 이 책이 더 아쉽다.

다행히 2권까지 가지고 있어서

바로 펼쳐볼 듯 싶다.

이번에는 흥신소 소장님과 어떤 거래를 할지,

혜영과 그녀의 연인은 또 어떤

거대한 문제에 휘말리게 될지 매우 기대된다.


#판타지소설 #미스터리소설 #법정소설

#오컬트 #귀신 #변호사 #저승 #흥신소

#자동차살인사건 #재벌 #그룹

#책추천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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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위선자
메리 쿠비카 지음, 신솔잎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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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소설 #다정한위선자 #메리쿠비카 #해피북스투유 #선물책


* 서국도에서 잠시 만난

장미토끼님께서 선물해 주신 책이다.

메리 쿠비카 책을 몇 편 읽어봤는데

프리다 맥파든과는 조금 다른 결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재밌는 내용들이어서

꼭 읽고 싶었던 책 중에 하나였다.


* 밖은 폭염에 타들어 가는 상황이어서

서늘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펼쳐든 책은 담담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려진 여성의 곁으로

나를 데려갔다.


*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하며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메건 마이클스.

남편이었던 벤과 이혼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전철이 바로 옆을 지나가는 집에서 그녀는

딸 시에나의 걱정을 멈출 수가 없었다.


* 밖에서는 혼자 사는 여성들을 습격하는

괴한이 나돌아 다니고 있지만

짧은 옷을 입고, 문단속을 소홀히 하는

시에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딸에게 그 모든 것을 내비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딸과의 사이가 멀어질 게 뻔하니까.


* 그런 그녀의 직장에 한 여성이 환자로 들어왔다.

약 6미터 높이의 육교에서 떨어진

케이틀린 베킷은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태였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매우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는

부모님이 계셨고, 그들은 메건을 좋아했다.

그래서 메건이 케이틀린의 담당자가 될 수 있게 요청하고,

간호사와 환자의 부모로서는 나눌 수 없는

은밀하고도 내밀한 사생활까지 얘기하게 된다.


* 한편 퇴근 후, 이혼자 모임에 참여한 메건은

그 앞에서 우연히 오래전 친구였던 냇을 만난다.

냇은 남편인 데클런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었고,

그 흔적은 냇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멍든 얼굴과 찢어진 입술과 불안해 보이는 눈빛.


* 이타적이었던 메건은 냇이 친구가 아니었더라도

그녀를 돕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렇게 냇의 안전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칠 때,

케이틀린이 스스로 육교에서 뛰어내린 것이 아닌

누군가가 밀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미는 순간은 못 봤지만

육교 위에는 분명 두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 메건은 간호사로서 케이틀린의 회복에

도움을 주어야만 했다.

그녀는 구해야만 하는 여자였다.

그리고 냇은 친구로서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녀는 구하고 싶은 여자였다.

담담하게 하루를 털어놓는 메건의 일상 속에서

그녀의 불안과 걱정이 고스란히 내비쳐졌다.


* 그리고 어째서 제목이 '다정한 위선자'인지

깨달은 순간,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기 때문은 아니리라.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뚜렷한 피해자도 없고,

뚜렷한 가해자도 없고, 누구나 쌍욕을 할 만한

악인 또한 없는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춰

그 모습을 바꾸고, 꾸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런 모습들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는 다정한 사람이 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나에게는 냉정한 사람이 타인에게는 다정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책에 나온 인물들이 평면이 아닌

입체가 되어 책을 뚫고 나에게 다가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 처음에는 메건이 너무 걱정이 많다고,

이 정도면 신경 쇠약이 아닐까 의심했었다.

하지만 엄마로서, 여자로서 그녀의 걱정은

타당한 것이었고 그녀의 상황을 보자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 메건이 무슨 원더우먼도 아니고

모두를 구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가 구해야만 하는, 구하고 싶은 것은

물론 이해하지만 여기에 그녀는 자신과

시에나의 안전까지 신경 써야 했으니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 누구도 욕할 수 없었다.

심지어 메건과 시에나에게도.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어떻게 보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마도

페넬로페일지도.


#미스터리소설 #스릴러소설 #심리스릴러 #범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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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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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특수청소부 #나카야마시치리 #블루홀6


* 오랜만에 읽는 시치리 형님 작품이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소설 속에 품으며 독자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거나,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하는 힘을 지닌 이분이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지 매우 기대됐다.


* '특수 청소'라고 함은 쓰레기 집이나

시신이 발견된 집 등 사건·사고가 발생한

집을 청소하는 일을 가리킨다.

엔드 클리너는 대표인 이오키베,

입사 2년 차인 시라이, 그리고 이제 갓 입사한

신입 가스미까지 총 3명이 근무하는 작은 업체이다.


* 최근 고독사가 늘어 바쁜 일상을 보내는 그들은

'배어 있는 한까지 닦아내는 일이 특수 청소'라고

이야기하는 대표의 말에 큰 울림을 받는다.

물론 나 역시도 이 대목에서 감탄했다.

직업 윤리를 넘어선 인간의 당연한 마음이랄까.


* 그렇기에 엔드 클리너 직원들은 청소로만

일을 끝내지 않고 시신이 남긴 마지막 말,

혹은 그들이 남기고 떠난 것에도 집중한다.

책에는 총 네 건의 고독사가 등장하는데,

엔드 클리너 직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들의 삶과 죽음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고인이 남기고 간 것들뿐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도 그들은 신경을 쓴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절망과 희망' 편이었다.

이야기 속 가장 젊은 나이의 사망자이기도 했고,

엔드 클리너 직원과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남았다.

끝까지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갔던 사람이었지만,

집에서 열사병으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은

나를 몇 번이나 울컥하게 만들었다.


* 이처럼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정은 매우 다양했다.

엔드 클리너 직원들은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그 사연들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사정이 다양한 만큼 사인도 천차만별이었고,

특수 청소 과정 역시 실감 나게 그려내

그들의 노고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어떻게 보면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억지 감동도 없고, 뚜렷한 악인도 없는 이곳에서는

오히려 소외된 이웃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시치리 작가님의 책은

어떤 이야기든 시리즈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일에 어느 정도 적응해 혼자 청소를 전담하는 가스미,

존경하는 상사 밑에서 열심히 배우며 3D 업종의

또 다른 현장인 경찰에 도전하는 시라이,

그런 직원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으면서도

전직 형사로서의 날카로움과 다정함으로

또 다른 직원을 키워가는 이오키베가 보고 싶다.


* 죽은 이의 흔적을 닦아내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닦아내는 것은 단순히 오염된 공간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삶과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엔드 클리너가 하는 특수 청소가 아닐까 싶다.


* 출판사 도장깨기 8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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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와 연
청예 지음 / 래빗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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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주와연 #청예 #래빗홀


*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꼭 데리고 와야 할

책 중에 하나였던 주와 연.

빌 주(咒)와 인연 연(緣)을 제목으로 가지고 있는

이 책의 뜻은 쉽사리 짐작이 되지 않았다.

누구에게 비는 것이며,

이것은 어떤 인연과 맞닿아 있을까.


* 무당이 주는 부적은 손에 쥐고 있어야

효험이 발휘된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그 여자의 손에

부적을 쥐여주고 5초를 셌다.

그리고 미련 없이 아래로 몸을 날렸다.


* 여자의 비명은 한참 뒤 감격에 겨운

눈물로 변했다.

그 여자의 몸에서 제일 흉한 날과 시에,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서.


* 무능력했던 아버지는 가정을 버렸다.

돈을 좇아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고,

다시 생명을 준 계모는 악랄했다.

그 얄팍한 사랑하나 믿고서.

무당이었던 외할머니의 경제력에 기대어

행복에 겨운 나날이 이어질 줄 알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나, 예전에는 오주희였던 아버지의 딸이

오연린으로 다시 태어났으니까.


* 그렇게 태어나는 것부터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연린.

제일 흉한 날,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복선이라도 되듯이

그녀는 전생의 복수를 시작한다.

받은만큼 대갚아 주는 벌이었다.


*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

열일곱의 소녀였던 주희가 다시 태어나

그들의 기대를 받고 그것을 처참히

무너트리는 과정은 의외로 담담하게 들렸다.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꽂힌 그 마음들은

칼날처럼 나의 뼈에 깊게 새겨졌다.

그래서 그녀가 받은 상처의 깊이가 얼마나

어둡고 깊은 것인지 짐작만 할 수 있었다.


* 이해를 바라지 않는 삶,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태어난 삶은

복수가 행해지고 결과물이 만들어져도

통쾌한 기쁨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더욱 깊고도 쓸쓸한 침잠의 형태로 남아

나의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가장 놀랐던 것은

역시나 청예 작가님의 문장력이었다.

'입술 밖으로 하얀 혼이 달아나는 계절이었다.'

겨울을 표현한 이 문장을 몇 번이나 곱씹어

읽었는지 모르겠다.

하얗게 달아나는 혼이 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시린 듯한 느낌이었다.


*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결말.

순식간에 주도권을 바꿔버리는 그 힘은

어디에서 새어 나오는 것일까.

한 여자의 생을 그린 에세이로도,

하나의 오컬트 소설, 혹은 철학서로도

읽혔던 이 책은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 사랑과 삶,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와 연.

오늘 나는 어떠했는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가.

나는 오늘 누구를 사랑했나.

괜히 되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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