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와 연
청예 지음 / 래빗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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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주와연 #청예 #래빗홀


*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꼭 데리고 와야 할

책 중에 하나였던 주와 연.

빌 주(咒)와 인연 연(緣)을 제목으로 가지고 있는

이 책의 뜻은 쉽사리 짐작이 되지 않았다.

누구에게 비는 것이며,

이것은 어떤 인연과 맞닿아 있을까.


* 무당이 주는 부적은 손에 쥐고 있어야

효험이 발휘된다고 했다.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그 여자의 손에

부적을 쥐여주고 5초를 셌다.

그리고 미련 없이 아래로 몸을 날렸다.


* 여자의 비명은 한참 뒤 감격에 겨운

눈물로 변했다.

그 여자의 몸에서 제일 흉한 날과 시에,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전생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서.


* 무능력했던 아버지는 가정을 버렸다.

돈을 좇아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고,

다시 생명을 준 계모는 악랄했다.

그 얄팍한 사랑하나 믿고서.

무당이었던 외할머니의 경제력에 기대어

행복에 겨운 나날이 이어질 줄 알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나, 예전에는 오주희였던 아버지의 딸이

오연린으로 다시 태어났으니까.


* 그렇게 태어나는 것부터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연린.

제일 흉한 날,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복선이라도 되듯이

그녀는 전생의 복수를 시작한다.

받은만큼 대갚아 주는 벌이었다.


*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었다.

열일곱의 소녀였던 주희가 다시 태어나

그들의 기대를 받고 그것을 처참히

무너트리는 과정은 의외로 담담하게 들렸다.

하지만 단어 하나하나에 꽂힌 그 마음들은

칼날처럼 나의 뼈에 깊게 새겨졌다.

그래서 그녀가 받은 상처의 깊이가 얼마나

어둡고 깊은 것인지 짐작만 할 수 있었다.


* 이해를 바라지 않는 삶,

오로지 하나의 목표만을 가지고 태어난 삶은

복수가 행해지고 결과물이 만들어져도

통쾌한 기쁨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더욱 깊고도 쓸쓸한 침잠의 형태로 남아

나의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가장 놀랐던 것은

역시나 청예 작가님의 문장력이었다.

'입술 밖으로 하얀 혼이 달아나는 계절이었다.'

겨울을 표현한 이 문장을 몇 번이나 곱씹어

읽었는지 모르겠다.

하얗게 달아나는 혼이 내 눈에 보이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한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손이 시린 듯한 느낌이었다.


*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던 결말.

순식간에 주도권을 바꿔버리는 그 힘은

어디에서 새어 나오는 것일까.

한 여자의 생을 그린 에세이로도,

하나의 오컬트 소설, 혹은 철학서로도

읽혔던 이 책은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 사랑과 삶,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주와 연.

오늘 나는 어떠했는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가.

나는 오늘 누구를 사랑했나.

괜히 되돌아보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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