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뉴어리의 푸른 문
앨릭스 E. 해로우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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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세상 출판사에서 받아본 책이다.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최고의 판타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 셀러로 선정된 책.
이 외에도 휴고상과 네뷸러상, 로커스상 등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어 버린 책.
이런 책을 어떻게 외면할 수가 있을까?

* 기다리고 기다리다 받아본 책은
표지부터 나를 홀리기에 충분했다.
푸른 문을 열고 있는 여성을 보자
아! 재뉴어리구나~ 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다른 세상, 다른 공간이었다.
모험을 하는 여성의 이야기일까?
그녀는 나를 어떤 세상으로 데려갈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쳐 보았다.

* 막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01년,
재뉴어리는 로크 씨의 집에 머무는 소녀였다.
그녀는 유색인이었으나 로크 씨의
하녀나 노예는 아니었다.
재뉴어리의 엄마는 기억이 흐릿하고
아빠는 로크 씨를 위해서
보물들을 찾아 건네주는 일을 한다.

* 자신을 돌보지 않는 아빠,
늘 약속을 어기는 아빠 대신에
재뉴어리의 곁에 있어준 것은 로크 씨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재뉴어리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로크 씨는 강압적인 태도와 은근히
재뉴어리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이 보였다.

* 그러던 중 재뉴어리는 켄터키 주 서쪽에서
작은 문을 발견하게 된다.
그 문을 열자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는 탐험을 하기도 전에
로크 씨의 목소리에 이끌려 다시
이쪽 세상으로 넘어왔다.
작은 동전을 손에 꼭 쥐고.

* 로크 씨는 당연히 재뉴어리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잘 들으라며 다그치고
그녀를 가두기까지 했다.
재뉴어리는 그렇게 로크 씨가 원하는
아이가 되어 10년을 살았다.
그리고 오래된 책을 찾게 되었다.

* 재뉴어리는 어릴 적 자신이 열었던
문을 늘 기억하고 있었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순 없었지만.
그리고 재뉴어리가 찾은 책에서 그녀는
자신이 찾은 문과 똑같은 이야기를 발견한다.

* 문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온 소년과
그를 맞이한 소녀,
대기에서 봄날 냄새가 감도는 시기에
집을 버리고 훌쩍 떠난 소녀의 이야기.
재뉴어리는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책을 읽었다.
로크 씨의 준 생일선물을 거절한 대가로
정신병원에 갇혀서도 그 책을 읽었다.
책의 제목은 '일만 개의 문'.
그렇게 재뉴어리는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 책을 펼쳤을 때, 처음 200페이지
정도까지는 도저히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재뉴어리의 시점에서 서술되기 때문에
전혀 다듬어지지 않는 문장은
정말 7살 여자 아이의 언어 같았다.
여기에 더불어 소설인가? 논문인가?
정확시 알 수 없는 재질의
'일만 개의 문'은 나의 진도를 방해했다.

*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재뉴어리의 이야기와 에이드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는 구성에 익숙해졌고
어느 새 둘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
처음에 더디고 느렸을지언정
마지막에는 누구보다 빨랐던 책이었다.

*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1900년 대 초 시대적 배경을
잘 버무렸다는 점이다.
특히 유색 인종에 대한 이야기와
여성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이나 커가는 재뉴어리를 통해
서서히 무게를 더해갔다.
세상으로 향해 나아가고 싶은 여성을
판타지로 잘 만들어 나갔다.

* 여기에 또 하나, 보통 재밌는 책은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이 책 속에서도 주제를 골라가며 읽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통으로 읽고 두번째는 재뉴어리의 이야기만,
세 번째는 일만개의 문 이야기만 따로
떼서 읽는 재미도 있었다.
(그러느라고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 어린 아이였던 재뉴어리가 어느 새
어른의 티를 갖추고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
가족과 사랑, 사회적 문제를 바탕으로
판타지와 로맨스, 모험이 즐비한
참 재밌는 이야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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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셰에라자드 2 : 장미와 단검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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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수첩에서 받아본 책이다.
새벽의 셰에라자드 1권을 읽고
흥분의 도가니에 쌓여서 2권만 애타게 기다렸다.
매일 서점에 들어가서 검색해보고,
문학수첩 인스타를 살펴보며
출간소식만 기다렸다.

* 그러다 갑작스레 이사가 결정이 되고,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던 와중에
1권의 우수 서평자 자격으로 2권까지
받아볼 수 있었다.
셰에라자드에 대한 내 애정이
나만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눈에도
보이는 일이라서 참 기뻤다.

* 셰에라자드 1권의 표지는
긴머리의 여성이었다.
그런데 2권은 단발의 곱슬머리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K-드라마처럼 감질나게 끊던 뒷 부분을
다시 읽고 바로 이어서 펼쳐보았다.

* 멍청한 타리크와 아버지로 인해
할리드와 헤어지게 된 샤지.
그녀는 가족을 만났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일상이 짜증스럽기만 했다.
샤지는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쓰러졌던
아버지와 이상한 책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했고
하나뿐인 남편 할리드의 저주도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 한편 할리드 역시 샤지를 잊지 못했다.
그녀의 안전을 위해 자신을 떠나보냈지만
결코 그녀를 잊을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또렷히 생각이 나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이런 할리드의 사정도 모른 채
샤지는 바쁘게 움직일 결심을 한다.
전쟁은 가까워져 오고 있고,
그 전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모두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무사가 전해준 낡은 양탄자는
하늘을 나는 마법의 양탄자였다.
용기가 없었던 샤지는 그것을 알고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하지만 움직여야 했다.
아버지와 할리드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 내가 새벽의 셰에라자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할리드와
샤지의 꽁냥꽁냥 애정행각이었다.
할리드에게 한 마디도 지지 않는 샤지와
그런 샤지가 귀여워 죽어가는 할리드의 모습.
그런데 기다리던 장면은 나오지 않고
온통 암울한 이야기 뿐이라 처음에는 좀 속상했다.
그래도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할리드와 샤지 모두다 서로를 향한
굳건한 마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는데
적어도 할리드와 샤지에게는 이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떠한 의심도 하지 않고
오로지 서로를 향한 마음만 있는 두 사람.
그리고 멍청한 타리크.

*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했던가.
타리크는 한번의 선택으로 인해
나에게 이제는 똑똑한 타리크가 되었다.
진작 좀 이렇게 할 것이지.

*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가장 주목했던 점은 용기 있는 여성들이었다.
먼저 샤지가 그랬고, 그녀의 동생 이르사가 그랬으며
데스피나와 그녀의 동생 야스민도 그랬다.
적어도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낸 여성들이었다.

* 그리고 이미 자신감과 용기로
무장을 한 남자들.
그들은 타협과 용서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할리드!! 너무 멋있어.........😍
이르사한테 남자형제가 있었으면
어떤 기분이냐고 했을 때,
내가 오빠가 생긴 것처럼 너무 기뻤다.
크~~ 할리드 같은 오빠라면 전 언제든 환영이요!!

*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내가 사랑하기로
선택하고 가족이 된 그들.
그 가족이 핏줄로 이어진 가족보다
더 소중하기도 하다는 문장이 너무 최고였다.
나한테도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 오랜만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읽었던 책.
샤지와 할리드는 늘 떠올리면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될 것 같다.
근데, 작가님........
하룬으로 이야기 하나 더 써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대로 못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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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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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로망스에서 서평단 신청을 통해
받아본 책이다.
처음 서평단 모집 피드가 올라왔을 때
나는 잠시 멈칫했다.
생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질문이었다.

* 심사숙고한 끝에 내가 내린 대답은
'가장 편안한 곳'이었다.
치였던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의 공간.
적막한 새벽녘에 옆에 잠든 고양이와
손에 쥔 책 한 권의 시간을 나는 가장 사랑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질문도,
이 대답도 잊혀졌었는데 책을 펼친 순간
번뜩! 하고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아, 이래서 이 질문이었구나' 하는.

* 파리의 건축가 뤼미에르는
단잠을 한 통의 전화에 단잠을 깨게 된다.
그는 나중에 이 날을 '전화 한 통이
그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날'
이라고 얘기한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부동산.

* 건축가이나 자신의 집이 없었던 뤼미에르가
가장 번화한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느긋한 파리의 모습과 달리 굉장히
서두르는 기색인 알랑.
뤼미에르는 알랑과 함께 그 집을 보게 됐다.

* 오래도록 비워 놓은 집이라
집은 전체적으로 낡았다.
하지만 뤼미에르를 통해 상상한 그 집은
매우 신비로웠다.
왼쪽 난간에 비해 오른쪽 난간이 더 낮은 계단,
와인빛의 대리석과 오래된 나무의 정문까지.

* 아무리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이라고는 하지만
수리하는데 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라고 생각한 뤼미에르.
그러나 그는 이 집을 보자 궁금증과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집을 보자마자 무슨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호기심'이라고 대답한다.

* 뤼미에르의 대답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던 걸까?
조금 이상해 보이는 집주인은
자리를 옮기자고 한 후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한다.
그녀는 집주인 피터 왈처 씨의 대리인 이자벨.
이자벨은 뤼미에르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 후, 집을 사고 싶으면
스위스에 있는 피터 왈처를 만나야 한다고 얘기한다.

* 유난히 지쳤던 날, 뤼미에르는
충동적으로 이자벨에게 연락해
피터를 만나러 스위스로 가게 된다.
'외로운 부자들의 무덤' 이라는 별칭이
붙은 병원이었다.

* 그곳은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건물이었고
뤼미에르는 그 건물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낯선 곳에 혼자 뚝 떨어진 느낌이지만
뼈 속까지 건축가인 뤼미에르는

*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피터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서 건물을 돌아다닌다.
그는 왜 피터가 그를 여기로
오게 했는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병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 건물의 이름이 '4월 15일의 비밀'
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 그저 하나의 수도원을 개조해 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뤼미에르의 눈으로 본 그 곳은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듯 했다.
차근차근 밝혀낸 비밀들은 내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고.
작가님이 건축가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소설이었고
중간에 그림을 삽입해 건축에 문외한인 나도
충분히 이해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 뤼미에르를 따라 건축가가 남겨준
수수께끼를 풀다보니 어느새
눈물이 왈칵 터지는 구간을 만났다.
피터가 열쇠를 받는 장면에서는
왜 이리도 눈물이 나던지.

*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한 저택, 그리고 다른 시대의 주인이라는
단어처럼 이 집은 영원히 내 것일 수도 있고
또 영원히 내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 최근 나는 이사를 앞두고 있다.
삶의 터전을 낯선 곳으로 바꿔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익숙하도록
노력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설레임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다.
지금은 어떻게 그 공간에 나만의
손길을 머무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 건축가가 아니라 전업 작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스토리.
마지막에 들어서야 왜 책 제목이
'빛이 이끄는 곳으로'인지도 실감하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때 보다 두 번째가 더 많이 보이는 소설.
조금 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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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삼사라 서 세트 - 전2권
J. 김보영 지음 / 디플롯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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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스토리까지 취향 저격이라 너무 기대돼요!!
빨리 내 손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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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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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끼 출판사에서 받아본 책이다.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주셨을 때,
내가 좋아하는 장르라서 고민없이 받았다.
태양을 움켜쥔 듯한 표지도 끌렸고.

* 사실 나에게 "비나이다 비나이다" 라는
주문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다.
불교를 모태신앙으로 하는 우리 집은
민속 신앙에도 믿음이 깊었다.
할머니의 부엌 찬장 한 구석에는
성주단지로 보이는 항아리가 늘 있었다.

* 어렸을 적부터 자주 아팠던 나는
열에 들떠 정신이 없던 와중에도
그 단지를 향해 두 손을 비비며
손녀의 건강을 비는 할머니의 모습을 자주 봤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이어 받아
엄마도 불경을 틀어놓고 내 머리맡에 앉아
밤을 세우며 이 주문을 외웠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딸 건강하게 비나이다.'

* 그래서 나에게 이 주문은
나를 지키기 위한 어른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이 책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누군가의 마음이 깃들어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분 좋은 느낌의 표지를 쓰다듬으며
책을 열어보았을 때,
이 주문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 어렸을 적 화재로 인해 부모님과
하나뿐인 여동생을 잃고 고아가 된 최이준.
그는 보육원에서 자라며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늘 홀로였던 이준에게 도심은 외로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숲이 있는 깊숙한 산골 마을로
발령을 받았을 때, 내심 안도했다.
작은 마을은 적어도 그에게 가족의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

* 그렇게 한사람 마을로 향한 이준은
길을 헤매고 헤매이다 슈퍼 할머니에게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거기는 안가는 게 좋아.
가더라도 절대 내 이야기는 하지마.'
마을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는데 이 불길한 대답이란.

* 이준은 이런 말 따윈 깡그리 잊어버리고
결국 한사람 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마을 주변에 울타리가 처져있고
늘 한사람이 초소를 지키는 마을.
그리고 마을과 이질적이게 세련된 건물인 교회,
신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마을 사람들.
나는 이 모든 것이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 어느덧 주말이 되었을 때,
새빨간 액체가 들어있는 비닐 봉지를 들고
마을 사람들은 교회로 향한다.
이방인인 이준은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다.
하지만 이장이자 교회 목사의 허락으로
처음 예배에 참석한 날,
이준은 영광의 방에 갔다온 노인의 허리가
꼿꼿이 펴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 이것이 기적이라 부르는 신의 은총인가,
아니면 사이비에 의한 악마의 농간인가.
나는 적어도 배울만큼 배운 젊은이이기 때문에
이준이 훨씬 더 이성적으로 행동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신을 영접한 이준은 병적으로
영접에 집작하게 된다.
그리고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소원을
마음 속으로 품게 되는데
이 과정을 독자로서 납득이 가게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 한사람 마을에 들어가서 갑자기 눈이
돌아간 것이 아니라 그 앞에서부터
이준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내심 그를 응원하게 되고, 같이 불안해 하게 되었다.
제발 걸리지 마라, 조금 더 생각해서 행동해!
라고 했는데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이
확인 되는 순간 불안은 더 고조되었다.

* 절대 무를 수 없는 소원과
어째서 그들이 이렇게 고립된 생활을 하는지
단 한번에 이해가 되었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어리석은 인간에게
신은 어떤 행동을 보여주는지 잘 보여준 책이었다.
오랜만에 잘 차려진 맛깔나는 오컬트 소설이랄까~
용두사미의 결말이 아니라서 더 즐거웠다.

* 가장 좋았던 점은 우리나라 고유의 민속신앙에만
기대지 않고 서양의 종교인 '교회'를 가지고 와
절묘하게 섞어놨다는 점이다.
파묘와 곤지암을 잇는 계보가 아닌 신도윤표
장르를 개척한 기분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파묘와 검은 사제들 사이정도?

*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는 세련되어 보였고
이준에게 깊게 이입할 수 있었다.
적어도 한국에 이런 글을 쓰는 작가님과
책을 내주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게 되었다.
더불어 이 작가님의 행보를 계속 지켜보고 싶었다.
이렇게 좋아하는 오컬트 작가님이 한 분 더 생기는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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