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빛이 이끄는 곳으로
백희성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8월
평점 :

* 북로망스에서 서평단 신청을 통해
받아본 책이다.
처음 서평단 모집 피드가 올라왔을 때
나는 잠시 멈칫했다.
생각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질문이었다.
* 심사숙고한 끝에 내가 내린 대답은
'가장 편안한 곳'이었다.
치였던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의 공간.
적막한 새벽녘에 옆에 잠든 고양이와
손에 쥔 책 한 권의 시간을 나는 가장 사랑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질문도,
이 대답도 잊혀졌었는데 책을 펼친 순간
번뜩! 하고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아, 이래서 이 질문이었구나' 하는.
* 파리의 건축가 뤼미에르는
단잠을 한 통의 전화에 단잠을 깨게 된다.
그는 나중에 이 날을 '전화 한 통이
그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은 날'
이라고 얘기한다.
그 전화의 주인공은 부동산.
* 건축가이나 자신의 집이 없었던 뤼미에르가
가장 번화한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느긋한 파리의 모습과 달리 굉장히
서두르는 기색인 알랑.
뤼미에르는 알랑과 함께 그 집을 보게 됐다.
* 오래도록 비워 놓은 집이라
집은 전체적으로 낡았다.
하지만 뤼미에르를 통해 상상한 그 집은
매우 신비로웠다.
왼쪽 난간에 비해 오른쪽 난간이 더 낮은 계단,
와인빛의 대리석과 오래된 나무의 정문까지.
* 아무리 좋은 위치에 있는 집이라고는 하지만
수리하는데 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 것이라고 생각한 뤼미에르.
그러나 그는 이 집을 보자 궁금증과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집을 보자마자 무슨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호기심'이라고 대답한다.
* 뤼미에르의 대답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던 걸까?
조금 이상해 보이는 집주인은
자리를 옮기자고 한 후 정식으로 자기소개를 한다.
그녀는 집주인 피터 왈처 씨의 대리인 이자벨.
이자벨은 뤼미에르가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 후, 집을 사고 싶으면
스위스에 있는 피터 왈처를 만나야 한다고 얘기한다.
* 유난히 지쳤던 날, 뤼미에르는
충동적으로 이자벨에게 연락해
피터를 만나러 스위스로 가게 된다.
'외로운 부자들의 무덤' 이라는 별칭이
붙은 병원이었다.
* 그곳은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건물이었고
뤼미에르는 그 건물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낯선 곳에 혼자 뚝 떨어진 느낌이지만
뼈 속까지 건축가인 뤼미에르는
*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피터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서 건물을 돌아다닌다.
그는 왜 피터가 그를 여기로
오게 했는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병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 건물의 이름이 '4월 15일의 비밀'
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사를 시작하게 된다.
* 그저 하나의 수도원을 개조해 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뤼미에르의 눈으로 본 그 곳은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듯 했다.
차근차근 밝혀낸 비밀들은 내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고.
작가님이 건축가이기 때문에 쓸 수 있는 소설이었고
중간에 그림을 삽입해 건축에 문외한인 나도
충분히 이해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 뤼미에르를 따라 건축가가 남겨준
수수께끼를 풀다보니 어느새
눈물이 왈칵 터지는 구간을 만났다.
피터가 열쇠를 받는 장면에서는
왜 이리도 눈물이 나던지.
*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한 저택, 그리고 다른 시대의 주인이라는
단어처럼 이 집은 영원히 내 것일 수도 있고
또 영원히 내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 최근 나는 이사를 앞두고 있다.
삶의 터전을 낯선 곳으로 바꿔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익숙하도록
노력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설레임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두려움이 모두 사라졌다.
지금은 어떻게 그 공간에 나만의
손길을 머무르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 건축가가 아니라 전업 작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스토리.
마지막에 들어서야 왜 책 제목이
'빛이 이끄는 곳으로'인지도 실감하게 되었다.
처음 읽을 때 보다 두 번째가 더 많이 보이는 소설.
조금 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애정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