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왁자지껄 심리상담소
이광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심리상담소라고 하면 '왁자지껄' 보다는
'조용하고 평온한' 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 마음이 앓는 감기라고 알려진 우울증부터
타인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곳이 '심리 상담소'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전혀 어울리지 않은 단어를
앞에 둔 이 곳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

* 인구 30만의 서남시, 그 중에서도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전통시장의 맨 안 쪽에
1층에는 떡 카페 소담이, 2층에는
왁자지껄 심리상담소가 자리잡고 있다.
떡 카페 소담은 친화력이 좋은 상엽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카페이다.

*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오히려
심리상담소 운영이 어려워 보이는 상엽이
2층의 왁자지껄 심리상담소 원장이다.
전처와 이혼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상엽은
사촌동생 소정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윗층에 심리상담소를 차린 것이다.

*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왁자지껄'이라는 단어도
상엽이 생각해냈다.
상담소를 찾은 내담자들이 자유롭고 활동적이기를,
또 상담소가 자리잡고 있는 전통시장이
활기 넘치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 처음부터 상담소가 잘 되진 않았다.
하지만 친화력 좋은 소정의 소개로
내담자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남편이 암으로 죽은 이후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을 비롯해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 등
다양한 고민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 그런데 이 사람들이 상엽의 심리상담소를 찾고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조금씩이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심지어 상담소 운영자인 상엽도
일상 속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이다.

* 상엽은 이런 일상 속에서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그들 나름대로 어떻게 풀어내고,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은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삶의 가이드처럼 보였다.
살아가면서 상처없이 살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타인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그 상처를 어떻게 아물게 하는지가 중요한데
상엽은 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상엽이 제시한 방법을 결코 허투루 듣지 않고
꼬박꼬박 실천하는 내담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래, 늘 착한 사람만 상처 받는 법이지.

* 이런 종류의 힐링 소설을 읽다보면
가끔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을 툭
끄집어내 줄 때가 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잊고 사는 그런 것들.
이 책이 그랬다.
적어도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축복의
존재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 특히 나는 더더욱 많은 축복 속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막내딸인 엄마의 언니들과 오빠는
줄줄이 아들만 낳았다.
졸지에 딸 귀한 집의 하나뿐인 딸이
되어버린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내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선 사진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 엄마와는 반대로 장남인 아빠의
첫 아이가 나다.
외가에서는 딸 귀한 집의 막내로,
친가에서는 장남의 첫 손주로
자라왔던 나는 분명 완전한 축복이다.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왜 잊어버리고 살았을까.

* 나는 사랑 받으며 산 사람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람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
여러분도 그렇다.
모두의 축복 속에 태어난 이들이
다치고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다.
혹여 다치고 상처받더라도
그 아픔이 금새 아물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사를 찾아서
제이미 린 헨드릭스 지음, 정다운 옮김 / 그늘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그늘 출판사에서 받아본 책이다.
이 책의 서평단 모집 피드가 올라왔을 때,
"미안해. 아니 사실 별로 그렇지도 않아."
라는 한 문장을 보게 되었다.
부부를 중심으로 한 스릴러인데
이 말을 뱉은 이는 아내일까, 남편일까?

* 그, 혹은 그녀는 왜 이런 말을 하게 된 건지
너무 궁금했다.
거기에 키스를 하는 듯한,
혹은 여성의 목을 조르고 있는 듯한 표지마저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게 나는 제이스와 함께 테사를 찾기 시작했다.

*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는 제이스는
얼마 전, 사랑하는 그녀와 결혼했다.
그녀의 이름은 테사.
여느 때처럼 집으로 돌아온 제이스.
하지만 그는 곧 테사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깨진 유리창, 좀 많은 핏방울과
테사의 머리카락 뭉텅이까지.
제이스는 곧 경찰에 신고하지만
늘 이런 사건에서 제일 먼저
의심 받는 것은 남편 아니겠는가?

* 제이스도 이것을 알고 있었다.
제이스는 테사를 찾을 수만 있다면
견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이스는 생각보다
테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피가 묻은 셔츠를 맡기고 경찰서를 오가는 제이스.
하지만 일은 전혀 제이스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큰 폭풍우가 밀어닥치듯이.

* 책은 테사를 찾으려는 제이스와
온몸에 멍과 혹을 달고 도망치는
테사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그리 평온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아빠가 다른 언니 오빠들과
늘 취하고 약에 쩔어있는 엄마를 본 테사는
영화같은 사랑과 삶을 꿈꾸게 된다.

* 빛나는 멋진 갑옷을 차려입고
자신을 구해줄 기사님이 올 거라고.
하지만 테사가 고르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쓰레기였다.
테사는 나쁜 새끼 1번, 나쁜 새끼 2번,
나쁜 새끼 3번이라고 번호를 매기다가
결국 나중에는 그마저도 그만뒀다.
나쁜 새끼의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라는 생각으로.

* 테사는 어째서 그렇게 나쁜 남자들만
만나게 되었을까?
그녀의 인생에 사랑을 하고,
사랑 받는 순간은 과연 있는 것일까?
테사는.... 그녀는 무사할까....?

* 읽는 내내 온갖 물음표들이
머리를 둥둥 떠다녔다.
그저 남들이 사는 정도만 되어도
크게 행복했을 그녀 테사.
그녀의 어린 시절은 아동 학대로,
결혼 생활은 가정 폭력으로 피칠갑이 되어 있었다.

* 물론 테사도 학력 위조와 신분 세탁 등
그리 정직하게 볼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래도 그녀를 응원하게 만들었다.
스스로를 깨뜨리고 세상으로
한걸음 나온 테사의 용기에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 둥둥 떠다니던 물음표들이
느낌표 바뀌었을 때도,
책이 딱 한 페이지 남았을 때도
쉽게 안심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굉장한 속도로 몰아치는 책이다.

* 제이스의, 테사의 이야기가 끝나는 장마다
머리 속으로 새로운 관계도를 그리기에 바빴다.
처음에는 계속해서 나쁜 새끼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빠지는 테사가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는 테사처럼 똑똑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했다.

* 경찰 이름이 솔로몬이라서 이름에 맞게
엄청 끝내주는 추리를 보여줄거라 생각했는데
솔로몬은 개뿔~~
포켓몬이 더 똑똑하겠고만!!!

* 출판 마케팅 분야에서 20년에 가까운
경력이 있는 작가님이라고는 하지만
첫 소설부터 이렇게 끝내줄 줄은 몰랐다.
다른 작품으로는 '죽은 자의 결혼식'이
있다고 하니 이것도 꼭 찾아봐야겠다.
가능하다면, 계속 이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싶다.
오랜만에 만나는 찐한 심리 스릴러가
너무 완벽해서 겁나 행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꿈을 걷는 소녀 - 2023 대산창작기금 수상작 미래주니어노블 15
백혜영 지음 / 밝은미래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주니어 소설이라고 하는데 "꿈"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가지고 쓴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다.
거기다가 도플갱어라니~
처음엔 어린 소녀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도 따뜻한 이야기였다니....

* 중학생 새별은 오늘도 같은 꿈을 꾸었다.
버스에서 자신과 꼭 닮은 소녀를 만나는 꿈.
그러나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대방은 새별이를 알아보지도 못한다.
그저, 새별이만이 그녀의 존재를
인식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 똑같은 꿈을 세 번이나 꾸는 새별.
이젠 이 꿈이 뭔가 있다는 생각을 자꾸 한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다.
하나뿐인 엄마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또 하나뿐인 혈육 은별이는 새별의 곁에 없다.
새별이는 자신의 잘못으로 은별이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 꿈에 관해 모든 신경이 쏠리고 있을 때,
반으로 남자 아이가 전학을 왔다.
그의 이름은 서연휘.
잘생긴 외모에 자신감이 충만한 모습으로
전학오자마자 모두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 연휘는 새별이의 짝꿍이 된다.
연휘의 외모에 반한 새별은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상에 이런
또라이 같은 놈이 다 있나?!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생각과
언행으로 연휘는 금새 잘또라는 별명이 생긴다.
잘생긴 또라이.

* 미스터리 덕후인 연휘는 새별이의
꿈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새별은 꿈 이야기를 연휘에게 털어놓는다.
역시 미스터리 덕후, 미덕답게
연휘와 이야기 할수록 뭔가
실마리가 보이는 듯 하다.
예를 들면 그 꿈에서 만난 소녀가 누구인지,
꿈을 통해서 새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말이다.

* 그렇게 새별은 30년 전,
자신과 꼭 닮은 모습의 엄마를 보게 된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바라본 엄마의 학창시절.
새별은, 엄마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까?

* 엄마가 짊어지고 있던 짐과
새별이 가지고 있던 죄책감.
단어만으로도 무거운 이것들을
어린 새별이가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내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새별은 큰 용기를 낸다.

* 사실 나는 '꿈'이라는 단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몸이 휴식을 취하는 그 사이에
내가 보는 영상, 그러나 깨고 나면
기억도 나지 않는 부질 없는 것.
이라고 생각했다.

* 흔히 우리가 장래희망을 물어볼 때도
'꿈이 뭐니?' 라고 물어본다.
나는 꿈이라는 단어와 이 문장도 싫었다.
어렸을 때 꿈은 너무 자주 바뀌었고,
철이 들고서부터 꿈은 닿을 수 없는
먼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것도 부질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이 책을 통해 내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다.
'꿈'이라는 단어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히려 새별이 나이대의
아이들은 많은 꿈을 꿀수록 좋을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 무거운 단어와 주제를 산뜻하게 풀어나가
내 생각도 조금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지면을 조금 할애해서 엄마가 가지는
감정의 변화도 그려줬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면 주니어가 아닌 어덜트 소설이
될 것 같은 생각도 든다.

* 꿈은 자신의 욕망을 발현하는 도구라고도 하던데,
그렇다면 새별은 엄마와의 관계 발전을
욕구로 이런 꿈을 꿨을지도 모르겠다.
불행하다고 보여질 수 있는 한 가족과
사회적 참사, 그 피해자와 유가족 모두를
어루만져주는 책이었다.

* 오랜만에 피와 살이 튀는 소설이 아닌
산뜻한 책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지나버린 휴일조차
조금은 편안해졌다.
휴일 내내 지쳐 쓰러져있었는데,
오늘은 나도 용기를 낸 새별이처럼
기운을 내 다시 하루를 살아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캐리어의 절반은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파란색 캐리어와 맑은 하늘의 여행지,

표지부터 굉장히 기분 좋은 느낌을 주었다.

여성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뒷모습에서도 즐겁고 행복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표지.

이 책은 또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

매우 기대되었다.


* 30살이 다 되도록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마미.

그녀는 이미 결혼도 했다.

신혼여행은 꼭 뉴욕으로 가고 싶어 했는데

망할 남편 놈은 은퇴하고나 가자고 한다.


* 그러다 우연히 플리마켓에서 발견한 파란색 캐리어.

마미는 충동적으로 그 캐리어를 사고

친구들의 조언을 받아 혼자서

뉴욕으로 떠나기로 한다.

처음 가는 해외 여행, 그것도 혼자.

잔뜩 겁을 집어먹었지만 마미의

첫 홀로 여행은 나름 즐거운 추억을

선사해 준 듯하다.


* 마미가 일본으로 돌아온 후,

하나에는 매년 한 번씩은 방문하는

홍콩에 가게 된다.

갑자기 캐리어가 고장이 나서

마미의 파란색 캐리어를 빌리고서.

하나에는 일본에서의 자기 모습과

홍콩에서 부유하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큰 괴리감을 느낀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자신의 여행을

얘기해 주지 않는다.


* 그러나 이번 여행은 달랐다.

하나에는 홍콩에서 우연한 행운을

맞이하게 된다.

그 후 이 캐리어는 '행운의 캐리어'로

불려지게 되었다.


* 마미와 하나에를 시작으로 그녀의 친구들 유리카와 유코,

그리고 파란 캐리어를 둘러싼 이들의

모습이 순차적으로 나온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이 파란색 캐리어를 가지고 있을 때,

작든 크든 행운을 만났다는 것이다.


* 캐리어는 여러 사람의 손에 이끌려

뉴욕과 홍콩, 아부다비와 파리, 독일을 여행한다.

그만큼 여기저기 상처도 생긴다.

하지만, 캐리어는 옷장에서 깨끗한

상태로 있는 것 보다 이 편을 더 즐겼을지도 모른다.


* 그녀들의 여행을 뒤쫓아가 그들의 상처와

이야기를 목격하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 여행 가고 싶다.' 였다.

중국과 베트남은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하지만 주로 내 여행지는 국내이다.


* 심지어 나도 마미처럼 신혼여행을

국내로 다녀왔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이었지만 그 당시

나의 몸 상태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사로서

도저히 멀리 갈 수 없었다.

당시에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하다.

체코, 꼭 가보고 싶었는데.....


* 나는 '여행'이라고 하면 늘 아빠가 생각난다.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일 때

아빠는 늘 주말마다 가족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특별한 일이 있다거나, 

내가 아프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봄, 여름, 가을이면 늘 떠나있었다.


* 당시에는 주 6일 수업이었고, 

토요일은 오전만 수업을 했다.

대부분 학교가 끝나면 아빠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그대로 여행지로 떠났다.

아주 가끔은 토요일에 눈 떠 보면

이불에 돌돌 말린 채 차 안이기도 했다.


* 사실, 나는 20살 이전까지는 남들도

다 그런 줄 알았다.

주 6일 근무에 과감히 회사를 땡땡이 치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는 아빠.

그런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 보니

이게 굉장히 드문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네비도 없었던 시절이었는데

아빠는 멀게는 강원도와 서울을,

부산과 거제도, 배 타고 흑산도와 홍도도 다녀와 봤다.

전라 남, 북도에는 안 가본 곳을 찾는 게 더 빠르다.

그러다보니 지금 남편이나 친구들과

가는 여행지는 대부분 아빠랑 먼저

가봤던 곳이었다.


* 한참 친구가 좋은 시절, 매주 그렇게

나의 동의도 없이 납치하듯 데리고 떠나는

아빠랑 엄마가 싫기도 했다.

나도 약속이 있는데!! 나도 사생활이 있는데!!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들고,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일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을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여행을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빠랑 엄마처럼 주말마다 모시고 갈 수는 없지만,

이제는 내가 부모님 모시고 여행을 다녀야겠다.


* 마미의 해외여행을 시작으로 

내 부모님과의 여행 계획으로 끝을 맺은 책.

덕분에 오랜만에 효도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녹을 때까지 기다려
오한기 외 지음 / 비채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비채 서포터즈로 받아본 책이다.
다섯 명의 작가가 다섯 개의 디저트를
가지고 쓴 다섯 편의 소설.
디저트의 종류도 참 다양했다.
내가 너무 익숙한 초콜릿과 사탕, 젤리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이스파한과 슈톨렌.

* 디저트라고 하면 굉장한 단 맛과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기분 좋음,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고 할 정도로
조금 덜 찬 배를 꽉 채우는 느낌이
가득한 책일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열어본 책은
첫 편부터 조금 실망스러웠다.

* 초콜릿과 똥을 연관 시킬 줄은 몰랐으니까.
한 편의 소설이 끝난 뒤에는
작가님이 나름대로 쓴 작가 노트가 있다.
그런데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는
작가노트를 봐도 잘 모르겠다.
에세이 성격이 강해서 정말 있었던 일인가 싶어
네이버에 작가님 검색도 해 봤다.
이걸 노렸다면 작가님은 정말 천재👍👍👍

* 처음의 실망감을 안고 두 번째 편을
읽었는데, 나 난독증인가 싶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모르겠다.
전혀 연관성 없는 장면들이 휙휙 지나간다.
마지막에는 뭔가 독자가 납득할만한
맺음이 있을 줄 알았는데....
2탄을 위한 빌드업 같은 느낌에서 뚝 끊겼다.

* 하하.... 이걸 어쩌나~ 싶던 도중에
세 번째 편을 읽으면서 부터는
살살 감이 잡혔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에서는 확신이 들었다.
디저트라는 큰 틀을 이용하기는 했지만
세세하게 들여다 보면 이 책은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 친구 인줄 알았던 경쟁자,
우리가 알지도 못하고 스쳐가는 사람들,
외로운 사람들, 친구, 가족.
이렇게 생각하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으니 이번에는 이해가 되는 듯 했다.
달콤한 디저트와 씁쓸한 타인과의 관계가
대조적으로 보였다.

* 물론 그 안에는 다툼도 있고 화해도 있다.
외면도 있고 용서도 있다.
또는 아무것도 아닌 배려에,
용기 내서 내민 손길의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나와 내 주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고
인연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 손으로 그 인연을 끊은 적도 있다.
'그때, 내가 한번 더 손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디저트는 보통 음식을 먹고 난 뒤
입가심으로 먹는 것으로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처럼
다양한 인간의 군상과 그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