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1 - 박경리 대하소설, 3부 3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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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들의 삶.

보고 있으면 안타까우면서도

누구 하나 행복한 사람이 없어서 씁쓸하다.


*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죽지도 않는

조준구는 또 누군가의 입에서 근황이 전해졌다.

참 내, 어처구니가 없어서ㅋㅋㅋ

전해지는 이야기만으로도 분노를 유발하는

너는 진정한 빌런!!

다음 소식은 너의 부고였으면 좋겠구나.


* 평사리에 들이닥친 죽음들.

딸의 허물을 덮기 위해 한 늙은이가 놀린

세치 혀로 인해 착하디착한 아낙이 자진했고

이 모습은 한복이의 어머니를 연상시키게 했다.


* 또 요망한 것들의 밀고에 의해

이 모든 일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던

그 이의 죽음.

차디찬 바닥과 쓸쓸한 마지막.

어린 것의 마음에 대못을 박은 벌이었을까 싶다가도

등 한번 어루만져 주고 싶은 안타까움을 지닌 사내.

부디, 저승에서나마 그리운 이를 마음껏 만나길.


* 간도에 불어닥친 바람들로 인해

서희와 길상은 재회하게 됐다.

눈물짓는 이는 없었지만 그 마음들마저

즐거울 수는 없겠지.


* 평사리로 돌아온 기화의 동태 또한 심상치 않고,

환국이를 사위 삼고 싶다는 집안도 나온다.

엇갈린 인연들과 엇갈린 마음들,

이 사람 얘기가 나오면 저 사람이 궁금하고,

저 사람 얘기가 나오면 그 사람이 궁금한 묘한 책이다.


* 아이들이 커가면서 어른들은 죽어 없어지고,

왜놈들의 득세 또한 나날이 커져 가는데

그들이 마음에 품은 희망은 어떻게 표현될 것이며

어떤 형태로 발현될 것인지.

이젠 다음 이야기들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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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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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너의퀴즈 #오가와사토시 #문지원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 이번에 읽은 블루홀6 책은 ‘너의 퀴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이라
휴대성이 좋아 주로 바깥에서 읽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서, 혹은 카페 한켠에서.
책이 내게 던질 퀴즈가 무엇일지
궁금해 하며 한 장씩 넘겼다.

* 이야기의 무대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제1회 ‘Q-1 그랑프리’ 결승전이다.
퀴즈 덕후 미시마 레오와
뛰어난 암기력을 가진 혼조 기즈나.
상금은 무려 천만 엔.
인생을 바꿀 만한 돈이다.
두 사람의 대결은 팽팽했다.
사회자가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버튼이 눌리고, 점수는 어느새 동점.
그리고 마지막 문제.
단 하나의 정답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사회자가 문제를 말하기도 전에
혼조가 버튼을 눌러 정답을 맞춘 것이다.
이미 두 번의 오답을 한 상태라
이번에도 틀렸다면 실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정답을 말했다.
미시마는 충격에 빠진다.
어쩌면 그가 평생 쌓아온 ‘퀴즈 인생’
자체가 부정당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 이후 미시마는 혼조가 어떻게
문제를 듣지도 않고 정답을 맞혔는지
집요하게 파헤친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그에게는 ‘해답’을 찾아야 할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진실 규명’이 아니라 자신이
믿어온 세계의 논리를 지키는 일이었다.
그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그 문제의 답을 찾아나가는 ‘혼자만의 퀴즈’를 시작한다.

* 그 과정은 탐정의 추리 같기도 하고,
철학자의 사유 같기도 하다.
혼조의 방송을 돌려보며 미묘한 표정을 분석하고,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한다.
그렇게 점점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미시마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퀴즈에 인생을 걸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퀴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곧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 읽는 내내 긴장감이 팽팽했다.
결승전 당시의 숨 막히는 순간들이
페이지 너머로 그대로 전해졌다.
사회자의 말 한마디, 버튼이 눌리는 소리,
관중의 숨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다.
작가는 퀴즈 대결의 긴박함을 탁월하게 그려냈고,
미시마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은
일종의 추리극처럼 전개된다.
하지만 그 끝에 기다리는 것은
‘반전’이 아니라 ‘성찰’이었다.

*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미스터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답’이라는 개념을 끊임없이 흔든다.
퀴즈는 늘 정답이 하나이지만,
인생의 문제에는 수많은 해답이 존재한다.
미시마가 끝내 찾아낸 답은,
어쩌면 혼조의 정답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왜 그 문제를 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 자신도
‘나의 퀴즈’를 떠올리게 된다.
나는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가,
무엇을 정답이라 믿고 있는가.
그리고 그 믿음이 정말 나만의 것인가.
작가는 이 모든 질문을 퀴즈라는 게임의
틀 안에 녹여내며, 독자에게 생각할 여백을 남긴다.

*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미시마의 집요함이 결국 ‘자기 탐구’로
귀결된다는 점이었다.
그는 혼조를 이해하려다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남의 정답을 좇던 사람이 마침내
자기만의 문제를 만든 것이다.
그 지점에서 나는 묘한 전율을 느꼈다.

* 나 역시 문득 생각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긍정을 어디서 찾았나?'
답은 역시 책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붙잡는 일,
거기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일.
결국 이 책은 퀴즈라는 외피를
쓴 성장소설이자 철학서다.

* 정답보다 과정을, 결과보다
이유를 묻는 이야기.
미시마가 퀴즈를 통해 인생을 해석하듯,
나 역시 내 인생의 문제를
다시 풀어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정답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또 다른 퀴즈를 시작한다.
“퀴즈란 결국, 살아간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출판사 도장깨기 5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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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맨
프리다 맥파든 지음, 조경실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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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국소설 #핸디맨 #프리다맥파든 #조경실 #북플라자

* 오랜만에 읽는 프리다 맥파든 작품!
핸디맨 읽으려고 벼르고 벼르다
이제서야 읽었네.
섬뜩한 표지에 “끝난 줄 알았던
살인이 다시 시작된다”는 띠지 문구까지…
읽기 전부터 기대감이 제대로 차오른 책이었다.

* 책 속에는 살인자 아버지를 둔
노라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노라는 11살에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체포 되었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녀의 아버지 애런 니어링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고 법 없이도
살 만큼 가정적인 남자였으나
그 실체는 연쇄살인마였다.

* 그는 최소 열여덟 명의 여성을 죽였고
희생자들은 모두 손목이 잘려나갔다.
그래서 그에게는 '핸디맨'이라는
별명이 붙었고 살인 방조 혐의로
아버지와 같이 체포, 기소되었던
어머니는 재판을 받기 전
구치소에서 자살했다.
노라는 성을 데이비스로 바꾸고
아버지와는 다른 인생을 선택했다.
그 역시 칼을 들지만 사람을 살리는
외과 의사로서의 삶을 택한 것이다.

* 아버지가 그 유명한 핸디맨이라는
사실은 노라가 26년 동안 꽁꽁 숨겨 놓은
가장 커다란 비밀이었다.
그랬기에 그녀는 결혼은 물론,
연애와도 담을 쌓고 지냈고
일에 미쳐 지내면서 싱글라이프를
말 그대로 견뎌내고 있었다.
그녀의 유일한 휴식은 퇴근길에
단골 바에 들려 올드 패션 칵테일을
한 잔 하는 것 뿐이었다.

* 그렇게 늘 똑같은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바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환자를 만나게 된다.
노라에게 추근거리는 그 환자를
센스 좋은 바텐더가 물리쳐 주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노라의 차를 낯선 차가 따라오게 된다.
이상한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날도 어김없이 수술이 끝난 후
외래를 준비하던 노라에게 경찰이 찾아온다.

* 경찰은 노라의 환자가 예전 '핸디맨' 사건처럼
양 손목이 잘린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사건 당시 그녀의 알리바이를 묻는다.
여기에 우체국 소인 없이 전달되는 아버지의 편지,
노라의 뒤를 쫓는 낯선 차,
갑자기 노라의 눈 앞에 나타난 전 남친,
그리고 노라의 환자들을 노린 핸디맨 사건.
과거의 그림자가 한꺼번에 되살아난다.
그리고 독자는 묻게 된다.
범인은 누구인가?
과연 노라는 정말 결백한가?

* 프리다 맥파든의 강점은 역시
'의심의 뉘앙스를 뿌리는 법'에 있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라마저도
끝까지 의심하며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파든이 언니한테 뒷통수 맞은 적이
한 두번이어야지.
어떻게 보면 얘가 범인 같고,
또 이렇게 보면 쟤가 범인 같고.
오랜만에 머리가 터지는 즐거움이었다.

* 역시 프리다 맥파든답게 페이지는
술술 넘어갔고, 범인의 실체가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때,
크~ 역시 쌍따봉을 날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맛에 이 언니를 끊을 수가 없다니까.
이 언니, 신작이 나왔다니까 또 읽어볼 수밖에.

#살인자 #아버지 #외과의사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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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복신의 환영
김이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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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칠복신의환영 #김이수 #나무옆의자

* 일주일 동안 조카 돌보미로 지내느라
책 한 권 펼칠 여유도 없었다.
읽어보려고 몇 권을 챙겨 갔지만
표지조차 보지 못했고,
돌아와 보니 몸무게만 3kg 빠져 있었다.
육아가 이렇게 직빵 다이어트일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

* 그 바쁜 시간이 지나고,
좋아하는 뮤지컬 한 편으로 호흡을
가다듬은 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선물 받은 책을 펼쳤다.
바로 칠복신의 환영.
여기서 칠복신이란
일본 민간신앙에서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일곱 신으로 각지의 절이나 신사,
창작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칠복신(七福神)이라는 이름답게,
어떤 복을 가져다줄지 궁금증이 일었다.

*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의 프로 킬러 영춘이다.
그는 과거의 특별한 이력 덕분에
국가정보원이 맡긴 임무—혐한 시위의 선봉에
서 있던 극우단체 간부이자 전직 야쿠자 오야붕,
이사부로 제거—를 맡게 되고, 역시나 훌륭하게 해낸다.

* 하지만 문제는 그 직후였다.
일본에서 빠져 나가려던 바로 그때
코로나로 인해 하늘길이 완전히 닫혀버린 것이다.
비자 만료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한
영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자신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남자,
이사부로의 보디가드이자 야쿠자 겐지였다.

* 결국 영춘은 살아남기 위해
겐지로 위장해 일본에 머문다.
더군다나 겐지가 이사부로와 함께 죽으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겐지의 집에서
겐지의 삶을 이어가게 된다.
처음에는 단지 몸을 숨기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건물 아래층에 사는 미코의 짐을
잠깐 들어준 작은 친절이 영춘의 삶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

* 그 일 이후로 그는 미코, 미코의 동생 준페이,
민들레 상가에서 바를 운영하는 루나 등
상가 사람들과 얽히게 된다.
피 냄새로 얼룩졌던 그의 삶에 처음으로
‘사람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영춘은 그동안 느껴본 적 없는 가족 같은
따뜻함을 경험하며 점점 이들의 삶 속으로 녹아든다.

* 하지만 평온한 일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민들레 상가를 노리는 야쿠자의 음모에
루나가 휘말리면서, 영춘도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운명을 함께 해 나가게 되었다.
결국 네 사람은 상가를 지키기 위해
거액을 마련할 방법을 찾던 중,
과거 대학생들이 장난삼아 만들었던
비트코인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 되었음을 알게 되고,
그 비트코인을 둘러싼 한판 승부가 시작된다.

* 야쿠자들과 비트코인을 둘러싼 승부!
소중한 사람들과 거대한 금액,
일본에는 가위바위보도 질 수 없는
대한의 건아 영춘!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13척의 배로 133척 적함에 맞서야 했던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적진으로 향한다.

* 책 속에서 '브라더~'가 나올 때마다
신세계의 황정민 배우 음성이 자동 재생되어
나도 모르게 킥킥 댈 수 밖에 없었다.
액션, 코믹, 그리고 약간의 로맨틱 감성까지
고루 담겨 있어 실제 영화로 제작되어도
손색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 덕분에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유쾌·상쾌·통쾌,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읽는 동안 웃고, 긴장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다.
제목처럼 정말 ‘복’이 담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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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이 너는 괴물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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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나는괴이너는괴물 #시라이도모유키 #구수영 #내친구의서재 #협찬도서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나는 괴이 너는 괴물이라는 제목과
삐에로가 그려진 표지,
시라이 도모유키라는 이름만으로
이미 마음이 설레었다.

* 책은 총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의문의 습격을 받는 초등학생들,
명탐정이 되고 싶은 아이가
호기롭게 나서는데
어라? 뒤로 가면 갈수록
어째 내용이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첫 이야기부터 시라이 도모유키만의
기묘한 천재성이 드러난다.

* 외계인이 침공한 지구,
지능으로 인간의 생사를 판단하는
잔혹한 세계가 펼쳐진다.
그들 마음대로 구역을 정하고
지능을 측정한다.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무차별한 학살이 이루어지는데
여기서 ‘말’로 맞서는 한 노인의 이야기는
불쾌함과 통쾌함이 동시에
밀려오는 역설적인 쾌감을 안겨준다.

* 세 번째 이야기는 살면서
이렇게 불우한 남자가 있을까 싶었다.
조직의 함정에 빠져 모시고 있던
어르신을 때려 죽인 것도 모자라서
죽은 것도 이렇게 어이없게 죽다니.
자신을를 독살한 범인을 찾는 유령과
그를 도와주는 유녀 조합.
웃음과 추리, 괴이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 네 번째 이야기는 가장 오묘했다.
고고학이 나와서 가장 재미있게
읽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먼 미래의 이야기는 내 취향이 아닌걸로.
꽈배기처럼 베베 꼬아놓은 추리 과정은
좋았으나 마지막 그 한 문장까지 가는
그 여정이 너무 험난했다.

* 그리고 마지막 천사와 괴물.
가장 길었던 이야기이고 그만큼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밀실 살인, 천사와 괴물의 얼굴이
단 한 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참으로 신기했다.

*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성'이다.
다섯 편의 이야기 모두 시대적 배경,
무대, 인물군이 다르다.
소재도 어린이 탐정에서부터 외계 생물,
유곽과 예언자까지 매우 폭이 넓다.
그렇기에 지루하지 않고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기분 좋은 신선한 충격과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여러가지 맛!
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느낌이었다.

*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시라이 도모유키 특유의
기발하면서도 괴이한 상상력이다.
그는 늘 현실에서 반 발짝 비껴선 세계를 만들어내며,
그 안에서 인간의 본성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읽는 내내 ‘이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언제부턴가 ‘그럴지도 몰라’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게 바로 그의 힘이다.

* 외계인이 인류를 나누어 시험하고,
학살하고, 멸망 위기에 놓인 인류가
선택한 방법이 말 싸움 잘하는
노파 하나라는 것도 우습지마
그 방법이 또 기가 막힌다.
일상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
현실감이 없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어느샌가 푹 빠져서는 거의
빙의 체험 하듯이 읽었다.

* 이렇게 몰입감이 좋은데 또
트릭은 깔끔하고 독자로서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 쳐주고 싶은 설정이었다.
단순한 흥미로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인간의 본성을 끌어내고
나에게 너는 괴이인지 괴물인지를
물어보는 작품이었다.

* 괴이와 괴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나에게는 취향저격이면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는 이 주제를
이토록 맛깔나게 풀어줄 이는
역시, 시라이 도모유키 뿐이리라.

@chae_seongmo
@mytomobook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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