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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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비채 서포터즈 자격으로
'인버트'라는 책을 받아보았다.
'영매탐정 조즈카의 귀환!' 이라는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 그렇다면 영매탐정 조즈카를
먼저 읽어줘야지! 하고 바로 주문!!

* 용인으로 이사와서 가장 좋은 점은
오전에 책을 주문하면 저녁 무렵
바로 온다는 것이다.
사실 이야기의 내용이 크게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인버트를 읽기 전에
먼저 이 책을 읽고싶었다.

* 추리작가로 일하면서도
간혹 경찰들에게 도움을 주는 고게쓰.
그는 한 부인으로부터 딸을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탐정도 아니고, 간혹 경찰을 도와서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추리소설에게 이런걸?
하는 생각도 내심 들었었다.
하지만 나는 곧 깨달았다.

* 고게쓰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파트너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조즈카.
영매로서 고게쓰의 후배를 통해
우연히 만나게 된다.
비록 조즈카를 만나게 해준 그 후배는
목숨을 잃었지만 이 사건을
같이 해결하면서 둘은 가까워졌다.

* 이후 자신이 가진 힘의 이유를
찾고 싶다는 조즈카 히스이.
오랜 외국 생활과 가진 힘으로 인해
사람들이 자신을 떠나버리는 고독감과 외로움,
일을 할때를 제외하고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히스이에게 고게쓰는 얘기한다.
영매가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존재이듯
자신은 논리를 이용해 히스이의 힘으로
현실과 이어지게 돕겠다고.
그렇게 둘은 기묘한 파트너가 되었다.

* 명탐정 코난 뺨치게 가는 곳곳마다
시신을 발견하게 되는 고게쓰와 히스이.
히스이는 영적인 능력을 통해서 범인을 밝혀내고
고게쓰는 히스이가 밝혀낸 범인이 잡힐 수 있게
증거를 찾고, 논리를 완성한다.
히스이는 사자가 내는 수수께끼를
고게쓰가 풀어주는 것, 이라고 이야기 한다.

*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 스스로 상처가
남을 걸 알면서도 강령을 하는 히스이.
그런 히스이를 보며 고게쓰는 더욱
수수께끼를 풀기위해 매달리게 된다.
두 사람의 손발이 척척 맞아 갈수록
둘은 더 가까워지고, 묘한 감정들이 솟구친다.
히스이를 '사랑스럽다'라고 표현하는
고게쓰를 보며 왜 내 입가는 이렇게 씰룩이는지ㅋㅋㅋ

* 가네바 경부의 도움으로 경찰에 정보를 얻고
두 사람은 고게쓰의 후배부터 수경장 살인사건,
여고생 연쇄교살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고게쓰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히스이의 힘을
알고 있던 가네바 경부도 이제 슬슬
그 힘을 믿는 눈치였다.

* 책을 읽다보면 히스이와 고게쓰가 마주치는
사건 외에도 여성을 8명이나 죽인 연쇄살인마의
이야기가 인터루드라는 부제를 달고
중간중간에 나오게 된다.
이 연쇄살인마는 다음 타킷으로 히스이를
노리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내 심장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 늘 히스이가 입에 담고 있었던 불길한 이야기,
연쇄살인마의 욕망과 함께
뺨이 불그레하게 물들어 가는 두 사람,
그리고 최종화에 이르는 미친 반전!!!!!
마지막 반전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내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옆에 있는
남편이 얘기해 주었다.
"왜 그렇게 귀신 보는 얼굴이야?"

* 조즈카를 늘 '조지까?'라고 부르던
남편이었는데...
조져진 건 나였다.
작가님한테 제대로 다져졌다.
아, 이래서 후속작이 나올 수 있었구나.
하고 납득이 가는 순간이었다.

* 비채에서 인버트를 받지 않았다면
더 나중에 읽었을 책이었다.
오랜만에 책을 보고 느낀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시, 더 이상 인버트를 미룰 순 없겠다.
빨리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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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살인 사건 요다 픽션 Yoda Fiction 6
전건우 지음 / 요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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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다 출판사에서 받아본 책이다.
전건우 작가님의 신작인데
최근 사회문제로 이슈되고 있는
'촉법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건우 작가님만의 해석이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궁금해서
바로 책을 펼쳐보았다.

* 한 달 사이에 중학생 3명이 사망했다.
한 명은 손을, 한 명은 발을,
한 명은 혀가 절단된 피해자들.
그들 사이에는 큰 공통점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겉보기에 불과할 뿐이었다.

* 사건의 수사를 맡게 된 조민준 형사는
어릴 적, 친구를 크게 다치게 한 전적이 있다.
과거를 숨기고 형사가 된 조민준은
범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방법으로
형사로서는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이 사건은
어딘지 모르게 쎄하다.

* 유튜브 채널 '이슈킹'을 통해
살인 예고 동영상을 보낸 범인.
그는 이 채널을 소통의 창구로 만들었다.
또 다른 소년이 범인에게 납치되고
범인은 3일 안에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하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한다.

* 졸지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경찰들은
CCTV를 뒤지고 검시 보고서를 살피며
범인을 특정하게 이르게 된다.
하지만 전과가 있었던 범인은
경계선 지능장애였다.
순간의 촉으로 범인에게 공범이 있고,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 생각한 조민준.
그는 그 뒤에 숨은 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나오게 하기 위해 고민한다.

* 그러던 중 조민준이 설계한 도발에
걸려든 공범은 채널 이슈킹에
다른 제안을 하게 된다.
스스로를 단죄자라 부르는 그는
딱 하루 동안, 네티즌들의 투표를 통해
촉법소년이었던 이 아이를 죽일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열린 투표창은 압도적으로
촉법소년 아이는 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과연 조민준은 아이를 무사히 구할 수 있을까?

* 나도 늘 촉법소년의 제도는 폐지 되어야 한다,
폐지가 불가능하다면 연령 제한을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촉법소년'이라는 법을 믿고
더 잔인하고 잔혹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요즘에 이런 주장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전건우 작가님이 던진 큰 화두에
'정말 그럴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 번 정도는 봐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럼 그 실수를 판단하는 기준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가.
우리 사법부가 그걸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고,
자신의 기준과 죄의식의 감정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올바르게 사회의 길로
들어가게 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이 된 책이었다.

* 마지막에 범인이 밝혀지는데
그 마지막 말이 오래도록 맴돌았다.
처음에는 후두부를 강타하는 듯한 충격이었으나
그 이후로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나를 지배했다.
책을 읽은 후에는 촉법소년 법안의
무조건적인 폐지가 아니라
적어도 실수를 저지른 아이에게는 선처를,
고의성이 다분한 아이에게는 벌을
내리는 법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 피해자들은 무슨 죄인가, 싶어서
무조건 적인 폐지를 외치다가도
그러면 또 피해를 보는 아이가 생길 것만 같은
두려운 마음도 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정말 그 어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고 납득할 수 있는 법안이
있기나 한 건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

*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들을
무조건 옹호하는 입장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강력하게 외쳤던 폐지도
과연 맞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찬찬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이건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의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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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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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한일 수호의 해를 기념하기 위한 합작소설로
초판이 약 20여 년 전의 책이다.

* 사실 공지영 작가님의 홍이 이야기가
너무 가슴 절절해서 한 템포
쉬어갈까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내 준고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렇게 펼쳐본 책은 나를 연인과 이별한
일본 남자에게로 데려갔다.

* 한 순간의 눈 맞춤과 계절을 지나는 연애,
그리고 7년의 이별을 한 준고.
준고는 자신의 이름을 한국식 이름으로 발음한
'윤오'라는 이름도 매우 좋아했다.
그도 홍이를 일본식 발음으로 '베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 준고와 홍, 윤오와 베니.
이름을 부르는 방식만큼이나 달랐던 두 사람.
그들은 조국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결국 멀어져 버렸다.
돌아올 줄 알았던 홍이가 그대로 떠나버리고
'후회'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긴 채
준고는 소설을 썼다.
자신과 홍이의 이야기를 담아서.

* 7년이라는 이별의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소설을 쓰고, 베니처럼 달렸던 윤오는
그녀를 이해하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홍이를.
그렇게 소설로 성공해서 한국으로 왔다.
꿈에 그리던 홍이를 만났지만 둘은
여기서도 엇갈리기 일쑤였다.
서로 대화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판단으로
상대를 이해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정말 영원한 사랑은 있는 걸까?
준고를 향한 홍이의 한 걸음이,
베니를 향한 윤오의 한 걸음이
용기가 되고 속내를 툭 털어놓게 되었다.
그 한 걸음이 뭐가 그리도 어려워서
7년이나 걸렸던 걸까?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특성, 차이 만큼.
딱 그만큼이 그들의 거리였던 것 같다.

* 책을 읽기 전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후회와 분노, 혹은 씁쓸한 미련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사람만 생각하는 준고를,
또 홍이를 바라보면서 상대에게 닿고 싶은
용기와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남아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홍이가 일본에서 겪었던 외로움이란 감정은
홍이 자신의 이야기보다 준고의 이야기에서
훨씬 더 깊고 진하게 보여준 것 같아
더 마음에 들었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 나였는데
지금은 어딘가에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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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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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만나본 책이다.
한국의 여성 작가와 일본의 남성 작가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쓴
사랑이야기라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여기에 영상화까지 되다니.

* 사실 책 말고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아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아는
기대작으로 판명이 났나 보다.
이런 핫한 책을 받았으니
틀림없이 나는 행운아인가보다.

* 사실 두 권의 책 중에 어떤 책을
먼저 읽을지 많이 고민했다.
여성의 입장에서,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느끼는 분홍색 책도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나와 전혀 다른,
공통점이 1도 없는 파란색 책도 궁금했다.
그렇게 고민을 하며 살펴보던 중,
띠지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는 걸 믿어요?"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 분명 어딘가엔 있을 거야."
그래, 질문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보자!
하고 분홍색 책을 집어들었다.

* 아버지를 도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홍.
통역사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그녀는 통역사를 대신해 일본 작가를
마중하러 공항에 나간다.
7년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일본어였지만
'오늘만이야.'를 다짐하면서.

* 일본에 유학을 갔던 홍은
그곳에서 영원과도 같은 사랑을 한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한눈에 홍을 사로잡았던 그.
그리고, 그가 돌아왔다.
원래 통역사가 마중 나갔어야 할 작가가 되어서.

* 그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홍은 아직도
준고를 잊지 못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었다.
홍의 곁에는 어린 시절부터 곁을 지킨 민준도 있지만
민준과 준고는 다른 영역의 사람이었다.
그저 밥을 먹고, 숨을 쉬듯이
시시때때로 홍은 준고가 생각이 났다.

* 준고와 함께할 때, 홍이는 그 누구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빠도, 엄마도, 동생 록이도, 할아버지와 민준도.
그런 그를 다시 만난 순간, 홍의 가슴은 철렁했다.
하지만 마음처럼 그에게 달려가지 못했다.
오히려 외면하며 늘 그랬던 것처럼
호숫가를 달릴 뿐이었다.

* 대체 어떤 사랑을 하면 이렇게
가슴 절절한 단어들만 골라서 내뱉을 수 있을까?
내가 본 홍은 사랑에 반짝임은 잠시였고
내내 후회와 미련으로 점칠된 사람이었다.
그래도 작은 틈새로 비집고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이내 또 다시 주저앉고 마는.

* 처음에는 이렇게 절절하게 그리워하고
아파할 바에야 차라리 민준에게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홍이는
그때의 그 기억, 준고와 함께했던 시간들만 가지고도
충분히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 흔히 우리는 일본을 '가깝고도 먼나라'라고 한다.
문화도, 생활 습관도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 많은 곳.
그리고 우리의 땅을 짓밟고 빼앗아
피를 흘리게 한 곳.
이런 역사적 사실이 사랑하는 연인도
갈라놓아야 했던 것일까.
홍이 준고에게 했던 '너희 일본사람들은······.'
이라는 말이 그에게 어떤 상처가 되었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 국제 결혼, 국제 연애에 있어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입장의 차이.
그것은 언어의 차이도 있을 것이고
문화와 관습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며 헤어졌던 연인에게서
일본과 한국의 모습을 봤으면 했는데
사실 그건 잘 모르겠다.
그저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에
푹 빠져서 봤다.
중간에 나오는 윤동주 선생님의 시는
여기서 보니 또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르던지.

* 스물 두 살, 그 어린 나이에 타지에서
평생을 잊지 못할 사랑을 한 홍이가
안타까우면서도 부럽기도 했다.
그렇게 모든 걸 팽개쳐버리는 기개와 용기,
그 젊은 시절이 부러웠다.
한국에서의 홍이는 이렇게 지냈는데
일본에서의 준고는 또 어떻게 지냈을까?
절절한 사랑 이야기에 가슴이 아파
한 템포 쉬어갈까 했는데,

아무래도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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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왁자지껄 심리상담소
이광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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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에서 받아본 책이다.
심리상담소라고 하면 '왁자지껄' 보다는
'조용하고 평온한' 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 마음이 앓는 감기라고 알려진 우울증부터
타인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을 받는 곳이 '심리 상담소'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전혀 어울리지 않은 단어를
앞에 둔 이 곳에서는 어떤 일이 생길까?

* 인구 30만의 서남시, 그 중에서도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전통시장의 맨 안 쪽에
1층에는 떡 카페 소담이, 2층에는
왁자지껄 심리상담소가 자리잡고 있다.
떡 카페 소담은 친화력이 좋은 상엽의
사촌동생이 운영하는 카페이다.

*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오히려
심리상담소 운영이 어려워 보이는 상엽이
2층의 왁자지껄 심리상담소 원장이다.
전처와 이혼을 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상엽은
사촌동생 소정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바로 윗층에 심리상담소를 차린 것이다.

* 전혀 어울리지 않는 '왁자지껄'이라는 단어도
상엽이 생각해냈다.
상담소를 찾은 내담자들이 자유롭고 활동적이기를,
또 상담소가 자리잡고 있는 전통시장이
활기 넘치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 처음부터 상담소가 잘 되진 않았다.
하지만 친화력 좋은 소정의 소개로
내담자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남편이 암으로 죽은 이후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을 비롯해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 등
다양한 고민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 그런데 이 사람들이 상엽의 심리상담소를 찾고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조금씩이나마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
심지어 상담소 운영자인 상엽도
일상 속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이다.

* 상엽은 이런 일상 속에서 자신이 받은 상처를
그들 나름대로 어떻게 풀어내고,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은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삶의 가이드처럼 보였다.
살아가면서 상처없이 살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타인에게,
또는 스스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그 상처를 어떻게 아물게 하는지가 중요한데
상엽은 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상엽이 제시한 방법을 결코 허투루 듣지 않고
꼬박꼬박 실천하는 내담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래, 늘 착한 사람만 상처 받는 법이지.

* 이런 종류의 힐링 소설을 읽다보면
가끔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을 툭
끄집어내 줄 때가 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잊고 사는 그런 것들.
이 책이 그랬다.
적어도 태어나면서부터 나는 축복의
존재라고 이야기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 특히 나는 더더욱 많은 축복 속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막내딸인 엄마의 언니들과 오빠는
줄줄이 아들만 낳았다.
졸지에 딸 귀한 집의 하나뿐인 딸이
되어버린 나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내 발로 땅을 딛고 일어선 사진이
하나도 없을 정도이다.

* 엄마와는 반대로 장남인 아빠의
첫 아이가 나다.
외가에서는 딸 귀한 집의 막내로,
친가에서는 장남의 첫 손주로
자라왔던 나는 분명 완전한 축복이다.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왜 잊어버리고 살았을까.

* 나는 사랑 받으며 산 사람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람은 사랑을 받으며 살아간다.
여러분도 그렇다.
모두의 축복 속에 태어난 이들이
다치고 상처 받지 않고 살아가면 좋겠다.
혹여 다치고 상처받더라도
그 아픔이 금새 아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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