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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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나의살인계획 #야가미 #천갑재 #반타 #협찬도서


* 최근 나를 사로잡고 있는 출판사 반타!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 '나의 살인 계획'은

제목부터 내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완벽한 트릭으로

'그'를 죽이겠다는 범인의 다짐이 담긴 이 책.

나는 평소에 완전 범죄란 없다! 라고 믿는 사람이기에,

이 문장만으로도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거기에 작가의 이름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혹시.... 그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


* 데스노트 뮤지컬만 10회 차 이상 관람자다!!

엘에 빙의한 기분으로 숫자들과 데이터,

그래프를 분석해서 이 세상의 규칙을 뼈저리게 알려주지!

자, 시작할까? 게임 스타트!!


* "오늘, 나는 또 살해 당했다."

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

이 문장 하나로 이미 쫄렸지만,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커서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주인공 다치바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이

죽는 이야기에 묘하게  끌렸다.

그 덕분에 미스터리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성장했고, 성인이 되자 자연스럽게 그 성향을 살려

미스터리 소설 편집자라는 직업을 선택한다.


* 나카야마 출판사에 어렵사리 입사한 뒤,

그의 커리어는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게다가 그는 '소설가 bot'이라는

인터넷 상의 또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을 통해 그가 미스터리 업계에서 단숨에

잘나가는 편집자로 떠오르는 과정은 초반부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나의 뒷목을 얼얼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만큼 신선하고 충격적인 방식이었다.


* 하지만 높은 곳에 오른 만큼 떨어지는 것도 쉬웠다.

다치바나가 맡았던 신인 작가가 다른 중견 작가의

플롯을 도작했다는 논란이 터지면서

그는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결국 문예부에서 밀려나 논픽션부로 좌천되었고,

그동안의 노력과 명성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다.

다행히 상사의 배려로 사건 자체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문예부의 촉망받던 에이스가 아닌

평범한 논픽션부 편집자가 되어

그저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한 통의 원고가 도착한다.

그 원고는 소설의 형식을 빌린 살인 예고장이었다.

"추락한 천재가 다시 미스터리 소설을

만들지 못하게 된 지금,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그를 죽이기로 했다.

그것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완벽한 트릭으로."


* 이 문장을 읽자마자 다치바나는 확신했다.

이건 자신이 평생 봐왔던 작품들 중

100점 만점인 작품일 것이라고.

그는 이 완벽한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매료되었고,

마치 야가미 라이토와 엘의 게임처럼

도전장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게임의 막이 오르기 시작한다.


* 하지만 이 게임은 단순히 머리싸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반드시 죽어야만 끝나는, 데스게임이었다.

그리고 승패는 생각보다 쉽게 갈렸다.

그 이후에 이어진 사건들은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다.


* 책을 읽는 내내

어머나!

세상에!

응?

뭐라고??

라는 감탄사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이야기였다.


*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임팩트를 위해 넣은 장치라고 생각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판별하는 과정이

무척 중요한 단서라는 걸 깨달았다.

이 미지의 X를 추적해 나가면서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뒤 나는 결국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치밀하고 완벽한 플롯이었다.


* 주인공이 소설 편집자이다 보니

편집자의 일과 출판계 내부 사정이 디테일하게

묘사된 점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편집자가

작가와 부딪히며 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현실감 넘쳤다.

다만,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인플루언서 미사의

활용이 조금 아쉬웠다.

그녀의 영향력은 충분히 폭발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스토리 속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다.

만약 미사의 영향력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면

더욱 극적인 전개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 또한 F의 정체를 나는 비교적 빨리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약간 김이 새는 느낌도 있었지만,

마지막에 모든 것이 드러나는 순간!

그야말로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와, 이걸 이렇게 연결시키다니!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작가가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아름다운 일'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이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완벽한 살인 트릭과

신선한 플롯,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전개까지.


* 처음에는 조금 부족하다 느꼈던 부분조차

결국 이야기 전체를 완성시키기 위한

잠시 쉬어가는 구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놀이공원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짜릿함을

책 속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 나의 살인 계획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추리 소설이 아니다.

읽는 내내 독자를 시험하고, 혼란에 빠뜨리며,

마지막에는 처음부터 다시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완벽한 심리 게임 같은 작품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처럼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다시 첫 문장을 떠올리며

'오늘, 나는 또 살해 당했다.'

라는 문장을 곱씹게 될 것이다.


@ofanhouse.official

#잘읽었습니다 

#편집자 #살인계획 #살인예고 #살인예고장 

#도작 #좌천 #데스게임 #소설 #완벽한 #트릭 

#반전 #롤러코스터 #심리게임 #소설추천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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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천 기담
남유하 지음 / 소중한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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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양재천기담 #남유하 #소중한책 #협찬도서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책 친구님들 사이에서 워낙 입소문이 자자했던 책이라
단편 모음집임에도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되었다.

* 이미 여러 피드에서 제목과 줄거리를 접해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가 '고양이를 죽인다'는
내용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었다.
얼마 전 반려묘를 떠나보낸 나로서는
그 한 줄만으로도 읽기 전부터 긴장이 됐다.
혹시라도 충격을 받을까,
청심환이라도 준비했어야 했나,
라는 생각과 함께 책장을 조심스레 펼쳤다.

* 책은 총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행히 첫 번째 이야기에서 고양이를 죽이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고양이를 죽인 후 그 업보로 인해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
여자의 이야기는 꽤 익숙한 플롯이었다.
첫 이야기치고는 무난했지만, 역시 시작으로는
적당히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었다.

* 두 번째 이야기 '품은 만두'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기괴한 만두집,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고
더 갈망하게 되는 그 비밀스러운 맛.
지금도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도시 전설 같아
오싹함과 동시에 현실감이 들었다.

* 세 번째 '고강선사유적박물관'은
나를 가장 긴장 시킨 이야기 중 하나였다.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이 밀랍 인형으로
나타난다는 설정도 소름 끼쳤지만,
무엇보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배경이라는 점이 무서웠다.
박물관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평소 익숙하고 편안했던 공간이 순식간에
공포의 무대로 바뀌는 경험이었다.
특히 고고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어
관련 지식을 알고 있기에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 네 번째 이야기 '시어머니와 티타임'은
가장 무섭게 느껴졌다.
공격을 행하는 주체가 어느 순간 휙 바뀌면서
예측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흑주술이나 영혼 결혼식을 연상 시키는 장면과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이의 반격까지!
그리고 홍차를 너무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휴, 당분간은 커피만 마셔야겠다.

* 다섯 번째 '기억의 커피'는 정말 신선했다.
과거의 기억 하나를 되찾는 대신
현재의 기억을 하나 잃게 된다는 설정은
많은 괴담을 읽어온 나에게도 낯설고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기억 속에 감춰져 있던
반전은 꽤나 충격적이었고.

* 여섯 번째 '차판기와 철용 씨'는
슬픔이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사회에서 약자로 불리는 사람들의 삶이
그 속에 담겨 있었고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며
복수를 한 그의 마음이 쉽게 헤아려지지 않아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 일곱 번째 '내가 죽기 전날'은
가장 의문으로 남은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이게..... 왜..... 기담이지.......?
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SF 장르를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내 DNA 때문에 이야기의 핵심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다.

* 마지막 이야기 세 개의 수수께끼가 있는
'사유지'는 늘 스쳐 지나가던 일상적인 공간조차
결코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도사린 어둠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절대 남편한테 첫 번째 질문을 하지 않을테다!

* 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와
단편적인 구성 덕분에 병원에서 접수 후
기다리며 읽기 딱 좋았다.
일상 속 소음과 섞여 느껴지는 가까운 공포가
피부 밑으로 스며들 듯 천천히 나를 잠식했다.

* 그러면서 나도 안전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언제, 어디서든 당할 수 있다는 공포.
책장을 덮으며, 앞으로도 욕심 부리지 않고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하게 되었다.

@chae_seongmo
@sojoonghanbooks
#잘읽었습니다

#양재천 #기담 #도시전설 #일상 #공포
#호러소설 #기담소설 #살 #고양이
#만두 #얼그레이 #시어머니 #박물관
#자판기 #타임머신 #사유지
#소설추천 #소설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한국문학 #한국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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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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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 #교실이혼자가될때까지 #아사쿠라아키나리 #문지원 #블루홀6 #출판사 #도장깨기

* 계속되는 블루홀6 도장깨기!
올해 안에 남은 책을 다 읽으려면 부지런히 달려야한다.
학교 배경 + 초능력이라는 키워드에 끌려 선택한 책.
학생들과 초능력이라니, 얼마나 흥미진진할까 싶었는데...
첫 문장은 예상과 달리 너무 암울했다.

*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학생 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교장의 말로 시작된 소설은 단순한 학원물이 아니라,
자살처럼 위장된 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였다.

* 주인공 2학년 A반 가키우치 도모히로.
그는 등교를 거부한 같은 반 친구 미즈키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다.
죽은 세 학생은 자살이 아니라 살해당했으며,
범인은 초능력을 가진 사신이라는 것.
처음에는 터무니 없는 얘기라 치부했지만,
가키우치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로 인해
상황은 뒤집힌다.

* 그 편지에는 학교에는 대대로
능력을 지닌 학생이 존재하며,
이번 33대 수취인이 바로 너다! 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적혀 있었다.
가키우치를 포함해 총 네 명의 수취인.
그리고 그중 한 명이 학생들을 죽이고 있다.

* 숨진 학생들이 남긴 기괴한 유서 ㅡ
"나는 교실에서 너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조율되어야만 합니다.
안녕!"
이 문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초능력은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범인은 누구이며,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 소설은 초반부터 모든 의문을 쏟아내고,
가키우치는 여러 번의 고민과 실패 끝에
진실에 접근해 간다.
그는 명석한 추리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학생이기에
독자 또한 함께 헤매며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 그리고 범인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
나의 마음은 씁쓸하게 가라앉았다.
작품이 그려낸 교실의 풍경이
내 학창 시절과 겹쳐졌기 때문이다.
나는 모두와 두루 어울리고
목소리도 큰 학생이었는데,
혹시 내 곁의 누군가는 그 속에서
소외되고 힘들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같은 교실에 있다고 해서
모두 친구일 필요는 없다."
라는 예전에 들었던 오은영 박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왠지 목구멍 안쪽이 콱 막힌듯한
씁쓸함을 떨쳐낼 수 없었다.

* 이 작품은 단순한 미스터리 소설이 아니다.
교실 속 스쿨 카스트, 목소리가 큰 학생과 작은 학생,
겉과 속이 다른 관계들...
결국 학교라는 작은 사회와 졸업 후에도 이어지는
사회적 카스트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첫 장을 펼칠 때는 깃털처럼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역도처럼 무겁고
깊은 생각만이 남아있었다.

* 출판사 도장깨기 49/89

#교실 #학교 #초능력 #연쇄자살 #연쇄살인
#사신 #수취인 #조율 #복선 #마술사
#본격미스터리 #카스트 #스쿨카스트
#계급 #학원 #초능력자 #두뇌싸움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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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워진 이름들 사이드미러
김준녕 지음 / 텍스티(TXTY)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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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제 #김준녕 #텍스티 #협찬도서

* 텍스티에서 받아본 책이다.
사이드미러 시리즈의 신작으로,
다문화 혐오를 다룬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극히 한국적인 표지와
다문화 혐오라는 단어가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그 낯섦이 오히려 궁금증을 자극했고,
나는 조심스레 책장을 넘겼다.

* 이야기는 두 갈래로 진행된다.
1998년, 미국에서 연인으로 지내는
민경과 한의 현재와 1979년, 어린 시절의
한이 교차하며 펼쳐진다.
두 시점은 한이라는 인물이 가진 상처와
비밀을 드러내며 서서히 맞물린다.

* 1979년, 어린 한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엔젤타운으로 이사한다.
부자인 아버지와 핑크색 캐딜락, 으리으리한 저택.
겉모습은 화려했지만 그들은 철저히 이방인이었다.
작은 마을의 배척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버지가 교회에 성실히 출석하고
많은 기부를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완전히 고립되었을 것이다.

* 그러던 중, 또 다른 동양인 가족이
마을로 이사왔다.
그들의 아들 준 덕분에 한은 폴과 잭을 비롯한
아이들의 무리에 조금씩 섞일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한은
이상한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 몸은 집 안에 있으면서도 준의 감각으로
세상을 느끼는 것이다.
준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한에게만은 마음을 열었다.
그리고 둘은 약속했다.
꼭 버텨서, 이 지옥같은 엔젤타운을
함께 떠나자고.

* 이민자들의 삶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끔찍할 정도로 강렬했다.
책을 읽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손톱을 까드득 깨물고 있었다.
그렇게 불안과 공포를 삼키며 책장을 넘겼다.
그들은 마을의 일원이 되기 위해 많은 돈을 바치고,
오히려 자신들보다 더 가난한 유색인종을
배척하며 살아야 했다.

* 교회는 유일신을 믿는 신앙의 장이자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자유가 아닌 또 다른 속박이었다.
엔젤타운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그곳은 지옥이었다.
알 수 없는 준의 힘과 교회의 폭력적인 모습은
묘하게 겹쳐지며 강한 대비를 이루었다.

*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며 '다문화'를 이야기할 때
받았던 질문이 있다.
한처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한국인일까, 미국인일까?
그때 나는 그들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들에게는 선택할 권리조차 없었다.
애초에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책을 읽는 동안 뉴스 속 사건들이 떠올랐다.
지게차에 묶인 채 학대 당한 이주 노동자,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차별들.
우리가 그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차별의 색깔만 다를 뿐, 본질은 같았다.

* 민경의 이야기가 조금만 더 풍부했더라면
완벽했을 것이다.
그러나 해설과 대담을 통해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이 그 아쉬움을 덜어주었다.
목차 속 방울 그림에서부터 작품의 색채가 짙게 느껴졌다.
나와 너는 서로 다르지 않다.
상처는 똑같이 아프다.
우린 빨간색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피부색과 문화로 선을 긋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책을 덮었다.

@txty_is_text
#잘읽었습니다

#사이드미러 #같이읽고싶은이야기
#txty
#이민자 #이주노동자 #다문화 #다문화혐오
#인종차별 #엔젤타운 #교회 #무속
#문화 #교포 #이방인 #지옥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한국소설추천
#한국문학 #책스타그램 #소설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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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여신 네오픽션 ON시리즈 36
박에스더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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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불량여신 #박에스더 #네오픽션 #전자책

* 책태기는 아니었지만,
몸이 좋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며칠째
일본 호러만 읽어서인지
갑자기 한국 소설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마침 링거를 맞으러 병원에 갔는데,
간호사가 혈관이 터질 수 있다며
손을 움직이지 말라고 했다.
바늘도 세 번 만에 꽂아 놓고서....ㅠㅠ
들고 간 책은 포기하고, 오랜만에 밀리와
크레마를 뒤적이다가 시선을 확 끄는
표지를 발견했다.

* 까만 후드티에 선글라스,
그리고 손에 들린 야구 방망이!
말로만 듣던 테토녀 아니겠는가.
게다가 뒤편에는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는 호랑이까지!
이거다, 이거!!!
한 손만 쓸 수 있는 상황이니,
이럴 때 전자책이 제격이지!

* 바로 읽기를 누르자 표지 속
그 여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달 문양이 새겨진 검은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허주신에게 사로잡힌 여자를
단숨에 잡도리하는 월신 보름.
그리고 그 뒤를 든든히 지켜주는 수호.
마치 액션 영화의 오프닝 장면 같아
스크롤을 멈출 수가 없었다.

* 읽다 보니 조금씩 그들의 정체가 드러났다.
보름은 원래 달에 살던 월신,
산호는 한때 산신을 모셨던 산군이었다.
사랑을 쫓아 달을 떠나 칠일 낮과
칠일 밤을 떨어져 땅에 도착한 보름.
그러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첫사랑의 배신이었다.

* 호수 속 깊이 잠들어 있던 그녀를
깨운 건 산호의 울음소리였다.
마고를 모시던 산군이었지만, 어린 시절
눈앞에서 마고를 잃은 뒤 더 이상
다른 산신을 섬기지 못하던 산호.
그는 보름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때부터 두 존재는 묘한 인연으로 얽히게 되었다.

* 이제 그들은 인간 세상에 섞여 살며
의뢰를 받고 악귀 사냥을 한다.
보름이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두더지 잡듯 처단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통쾌했다.
막힌 코가 뻥 뚫리는 기분!!

* 그러던 어느 날, 뱀이 한 번 꼬인 모양의
문신을 지닌 여인을 발견하게 된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상황이지만,
우리의 테토녀 보름은 그런 거 안 한다.
일단 들이박고 본다.
하지만 그 뒤에 더 큰 어둠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그녀는 아직 알지 못했다.

* 읽는 내내 느낀 건, 보름의 시원시원함과
산호의 다정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테토녀와 에겐남의 표본이랄까.
서로 잊지 못한 상처를 가슴에 품고
친구이자 가족처럼 살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두 캐릭터의 티키타카는 말해 뭐해~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 또한 이야기 속에는 한국적인
한(恨)의 정서가 깊게 스며 있다.
산신과 산군, 선문대 할망, 이무기,
마고신, 그리고 달의 이지러짐에 따라
달라지는 이름인 보름, 그믐, 삭까지.
전통적인 요소들이 현대적인 악귀 사냥 이야기와
어우러지면서 완성된 K-오컬트 세계관은
시리즈로 이어지길 바랄 만큼 매력적이었다.

* 한국적인 신화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와
시원한 액션, 그리고 가슴 시린 이야기까지 담긴 작품.
보름과 산호가 펼치는 악귀 사냥의 세계에,
다음 이야기가 너무나 기대된다.

#월신 #산군 #산신 #악귀사냥 #K오컬트
#테토녀 #에겐남 #보름 #산호 #마고신
#한국신화 #액션 #판타지 #한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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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사냥 #소설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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