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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 ㅣ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평점 :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을 통해서 받아본 책이다.
추리 소설이라서, 특히 요즘 피드에
꽤 많이 보여서 궁금했던 책이었는데
이렇게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 타오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그 뜻을 짐작할 수 없어서
초록창에 친절히 '타오 뜻'이라고
검색해 봤다.
타갈로그어 사전에는 사람, 인간, 사람들
이라고 나왔고
일본어 사전에는 중국의 민족 종교인
도교의 근본 교리라고 나왔다.
* 중국어 사전에는 덧씌우다, 혹은 거듭하다
라는 명사와 함께
정벌하다라는 동사도 있었다.
아마 한자에 따라 발음은 같지만
뜻이 달라지나 보다.
스와힐리어 사전에는 굽음, 굴곡,
독일어 사전에는 철학과
종교(노자, 도교의)도라고 나왔다.
* 같은 발음의 한 단어이지만
왠지 나라별로 뜻이 묘하게 통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내 기분 탓인가...?
종교와 인간에 대한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어 보였다.
왜냐고? 책 뒷표지에 '이슬람 사원'이라고
나와있었으니까!
* 검색한 단어를 머리 속에 새겨 넣고
책을 펼쳐 들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생사를 달리하는 여인을 지나
나는 형사과장인 오지영 옆으로 갔다.
* K대학교 부근에 있는 이슬람 사원
골목길에서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대학교 교수로 이슬람 사원 건립 당시
교회와 주민들의 반대에 맞선 사회학자이다.
오과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범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건이 흐지부지 되나 싶었을 때,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 교수의 살인 미수 사건으로부터
한달 뒤, 비오는 날.
다문화교류연구원의 자문 변호사가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경찰의 무능과 함께
종교 갈등을 조장하며 오형사를
궁지로 몰아 넣게 된다.
* 애타는 속도 모르고 비오는 날 밤만 되면
새로운 시체가 발견 된다.
하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의
공통점은 찾을 수 없었다.
굳이 찾자면, 이슬람 사원을 둘러싸고
갈등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정도....?
* 언론은 개떼처럼 물어뜯고,
서장이란 놈은 천지분간도 못하면서
자꾸 기자회견을 하자고 한다.
그러는 사이 형사들은 K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
* 사실 이 대목에서 나는 좀 충격을 받았다.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이슬람이든
그래도 한국까지 유학을 올 정도라면
집이 어느 정도 부유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상은 대학을 다니면서 취업을 하고,
졸업 후에는 쌩하니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니.
외국인 불법 취업과 함께
그래도 그들은 꿈을 가지고 한국에 왔을 텐데,
라고 생각하니 입안에 씁쓸했다.
* 그렇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녔지만 실마리는 단 하나도 쥐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오형사의 눈에 들어온 한 단어.
이 단어를 파헤치면서 서서히
사건의 진상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그래도 아, 그럴 수 있지. 라고 생각했다.
여러 외국인 유학생들과 지내다 보면
그 안에서 갈등도 있고, 우정도 있을 것이다.
본국 집의 가계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
불법 취업, 나쁘지만 오죽하면,
타국에서 길거리에 나앉을 수는 없으니까,
하고 이해했다.
* 하지만 그 이면에 보여지는
추악한 한국 사회.
낯부끄러웠다.
그들을 낳은 한국도 원망스러웠고
한국에서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외국인, 특히 외국인 여성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 비 오는 날 밤 섬뜩한 살인으로 시작된 책은
마지막에 눈물로 마무리를 짓게 되었다.
그러면서 학교 다녔을 때 배웠던 것들이 생각났다.
문화 상대주의와 문화 사대주의가 생각났고,
다문화 교류와 여성, 종교와 문화 수업도 생각났다.
대학을 졸업한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좁혀질 수 없는 이 문제들.
* 그러면서 나는 과연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한 번이라도 내민적이 있는가?
도움을 요청하는 그들의 손길을
뿌리친 적은 없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전공 수업들의 제목과 함께
아주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