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창창 - 2024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설재인 지음 / 밝은세상 / 202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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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별빛창창 #설재인 #밝은세상


* 갑자기 오른쪽 손목이 아팠다.

부랴부랴 찾아간 정형외과에서는

힘줄이 놀랜 것 같다고 당분간 팔목보호대와

함께 무거운 것들 들면 안되고,

최대한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선생님... 제가 든 건 약 700 페이지 정도의

책 밖에 없는데요.....?

독서대 안쓰고 팔힘으로 버틴 내가 미련스러웠다.


*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얇은 책을 골랐다.

아주 예쁘게 독서대도 썼다.

손목만 안쓰면 되는거니까 페이지는 왼손으로 넘기자!

그렇게 성실히 의사 선생님의 말을 실천하며

태몽이 범상치 않은 그녀에게로 날아갔다.


* 29살의 곽용호.

'용호상박' 할 때의 그 용호가 맞다.

용과 호랑이가 나오는 태몽으로 인해 생긴 이름이다.

그리고 용호는 이름대로 살지 못하는 청년이었다.

삼수해서 간 대학은 그리 좋은 곳도 아니었고

서른을 목전에 두고도 아직 취업도 제대로 못했다.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 가장 큰 암흑.

그건 용호의 엄마 곽문영이었다.


* 문영은 잘 나가는 드라마 작가였다.

용호의 기억 속에 엄마는 늘 글을 썼다.

언제, 어디서든.

그리고 용호는 그런 엄마의 일상 속에서

방치되다시피 하며 홀로 커갔다.

용호가 가장 원하던 것은 엄마의 손길과 사랑이었는데도.

그래서 용호는 문영을 원망한다.


* 용호는 문영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빛 바래다 못해 투명한 아이였으니까.

문영은 자신이 미혼모라는 것도 서슴없이 밝혔고,

그 모든 것을 아는 세상 사람들은 늘 용호에게

엄마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했다.

오히려 상처 받은 것은 용호 자신인데도.


* 그날도 평상시와 비슷했다.

늘 그렇듯 문영과 싸웠다는 얘기다.

나가라는 문영의 말에 용호는 냉큼 집을 나왔다.

그렇게 방황하고 있을 때, 문영이 용호보다

더 믿고 의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오혜진 피디에게 연락이 왔다.

곽문영이 사라졌다고.

한 여름 아스팔트에 내린 가랑비처럼

깨끗하게 증발해 버렸다고.


* 혜진은 용호에게 문영이 돌아올 때 까지만

그녀를 대신해서 드라마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용호는 오랜만에 만난 전 애인 장현과 함께

이 일을 수락한다.

엄마인 문영이 없으니까 오히려 인생이 피는 것 같았다.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


* 그러다 어느 날, 혜진이 고용한 탐정을 통해

문영의 단서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때까지 용호는 한 번도 엄마를 찾지 않았다.

그렇게 수소문 끝에 용호가 장현과

함께 찾아간 곳은 광혜암이라는 이상한 암자였다.

그 곳은 사이비 종교시설로도 보이고,

수련회 건물로 보이기도 했다.


* 입구에는 부서진 성상들이 가득하고

나뭇가지에는 구렁이의 허물이 걸려 있는 곳.

그 을씨년스러운 곳에 정말 문영이 있을까?

그렇다면 문영은 왜 여기로 온 것일까.


* 처음에는 늘 실패만 하면서,

그 실패를 문영 탓으로 돌리는 용호가 같잖았다.

사랑을 주지 않았다고?

웃겼다. 나이 29살 된 아가씨가 엄마의

사랑이 고파 아직도 징징대는 건가 싶었다.

'용호야, 널 버리지 않고 키워준 것만으로도

문영은 엄마로서 할 일을 다 한거란다.'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 이 이상한 이야기는 용호가 광혜암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극적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용호는 자신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본인이 그동안 무엇을 놓치면서 살아왔는지 절실히 느낀다.

그렇게 자신만 알고, 본인의 상처만 아팠던 곽용호가

타인의 상처와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갔다.


* 그 변화가 한번에 휙 다가오지 않아서 좋았다.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다정한 문장들 사이로

용호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또 깨달았다.

'다정함'이란 것이 재능이기도 하지만

학습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 어렸을 적에는 나도 용호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

용호보다 한 15년 정도 더 어렸을 때.

왜 내 부모는 부자가 아닐까,

왜 늘 동생보다 내가 뒷전일까 하는 생각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아프고 아팠던 애를 안버리고

키워준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삼시세끼 밥 먹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준것만으로도 두 분은 할 일을 다 했다고.


* 그래도 나는 아직도 엄마와 다투기도 하고

아빠한테 서운해하기도 한다.

뭐, 세상 사는 게 다 생각처럼 되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그렇게 싸우고, 감정이 상해도

매일 걸던 내 전화를 기다리던 두 양반을 생각해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핸드폰을 든다.

그리고 이런 게 부모, 자식 사이라고 생각한다.


* 용호와 문영도 그랬다.

상처 받은 이는 있었으나 상처를 준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오늘 하루를 삐걱이며 살아가는 청춘들,

내 삶이 빛 바랜 무채색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들,

사춘기 청소년과 그런 자녀를 둔 부모들

모두에게 추천 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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