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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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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온다. 이번 명절에 선물로 종합치약세트를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앞에서는 뭘 이런걸 다~ 라고 웃으며 받아들겠지만, 안준것만 못한 그런 아이템이다. 부정적인 말 늘어놓는 사람 만큼 만나기 싫은 유형이 있다면 명절의 치약세트같은 뻔한 소리하는 사람일 것이다. 한 구석에 처박혀 기한이 지나도 쓰여지지 않을 그것의 운명처럼 언어가 디자인 되지 못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 수록 손절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단 한마디를 건내더라도 한우선물세트 같은 말 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한 사람은 평생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며, 그러한 말은 평생을 내 마음에 남아 나를 살아가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난 한번씩 과거에 내가 쓴 글을 들여다 본다. 최근에는 싸이월드가 부활하였다 하여 타임머신을 타듯 20대때의 나의 세계를 보러갔다. 엄마가 딸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듯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그땐 그랬지~ 하며 피식 웃음도 나왔다가, 시꺼먼 역사들이 와르르 예고없이 쏟아져 나올 땐 나도 모르게 화끈거려 일기장을 덮고 싶기도 했다.
20대의 나는 그때의 내가 가진 언어만큼 사고하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가진 언어 안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언어가 풍부한 사람은 그 만큼 넓은 세상에 사는 것이다. 그가 사는 아파트 평수가 넓다고 그의 세계까지 넓은 것은 아닌 것이다.
잠깐의 낯 부끄러움과 함께 오는 흑역사는 반갑다. 그 시간 만큼 앎으로 생긴 생채기들로 비로소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안경이 바뀐 것이니 그동안 나는 제법 남는 장사를 하며 살아 온 거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언어에 관한 책 답게 전체적으로 언어들이 탁월하게 디자인되어 독자를 맞이하고 있다. 빽빽이 들어 차 뇌리에 쏙쏙 박히는 문장들로 나의 언어습관을 리모델링 하기에 너무나 유익하여 일독으로 끝나기엔 아쉬운 책이다.
작가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보고, 내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보라고 말한다. 즉, 나의 언어 레벨이 나의 인생 레벨이라는 점을 강하게 말하고 있다. 언어의 레벨을 높이고 싶다면. 먼저 읽어야 하는데 빠르게 읽기보다는 깊이 읽기를, 사유의 중요함을, 독서의 완성은 글쓰기 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2장에서는 그 언어를 잘 디자인하기 위한 7가지 개념 사전 (신념, 관점, 연상, 감성, 은유, 어원, 가치사전) 만드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을 교수가 아닌 앎으로 삶을 재단하기보다 삶으로 앎을 증명하며 어제와다른 삶을 살아보려 한다는 의미의 지식 생태 학자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누구나 사용하는 기존 개념에 나만의 신념을 담아 자신을 정의하게 되면 그동안엔 남이 정의 한 개념으로 살아 왔지만 내가 다시 정의 한 순간부터 나의 개념으로 나답게 살 수 가 있다.
내가 식모지! 식모야!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돌아서면 또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으이구 지겨워~ 라고 내가 하는 일들을 가족의 뒤처리를 하는 식모의 개념으로 나를 정의 할 수 도 있지만, 나는 오늘부터 가족의 행복을 도맡아하는 행복 매니저야! 또는 내 가족의 키다리 아저씨라고 정의하게 된다면 내가 하는 일들은 나에겐 의미가 있는 일이 된다. 매일 기존 개념 + 나만의 신념을 넣어 신념 사전을 하나씩 채워가 본다면 내 삶은 더 나 다워지고 세상은 아름답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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