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 - 생각이 자라고 말과 글이 깊어지는 시간
박균호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지원
며칠 전,
둘째가 한밤중에
손발을 발발 떨며 잠에서 깼어요.
아주 무서운 꿈을 꿨다면서,
차마 말로는 꺼내지도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며칠째 비슷한 꿈을 꾼다는 아이의 떨리는 눈빛을 보는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그런데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니
저도 어릴 때 그런적이 있었더라고요.
괴물이 쫓아 온다던지,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던지,
누군가와 몸이 바뀐다던지.
그리고
지나보면 별 일 아니지만,
‘지금 이 마음을 어떻게 건너게 해줘야 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알아보니 이 시기 아이들에게
‘엄마와 몸이 바뀌는 꿈’, ‘자아가 뒤섞이는 꿈’은
상상력과 자아 인식이 급격히 자라면서 나타나는
아주 흔한 심리적 꿈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줬어요.
“은결아, 낮에 생각들이 계속 들어오면,
뇌는 밤에 잘 때 그 정보들을 한꺼번에 정리해야 하거든,
너 요즘 짧은 영상이나 쇼츠 같은 거 재밌다고 자주 보지?
그런데 그런 얇은 생각들만 자꾸 들어오게 되면,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생각들이 서로 엉켜서 뇌가 잠시 오류가 나기도 한대, 그래서 무서운 모습으로 나올 수도 있대.
그런데 말이야,
고전처럼 오래 숙성된 굵직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쌓이면,
그러한 오류가 덜 나겠지. 그리고 무서운 꿈을 꾸더라도 마음이 그걸 견딜 힘을 갖게 된대."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어봤어요.
“그래서 말인데,
엄마랑 고전 같이 읽어볼까?”
아이의 대답은 의외로 짧고 담백했어요.
“응, 좋아.”
그렇게 우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주 조용하게 고전 대화를 시작하게 됐거든요.
그날부터 우리가 함께 펼친 책이
#100문장으로쓰고배우는청소년필수고전 이에요.
이 책은 두껍고 어려운 고전을 읽기 전에
중요한 문장들을 경험 해보고
하루 한 문장, 관련 질문, 한 번의 필사로
아이 스스로 생각의 문을 열게 해줘요.
줄거리 요약도 없고, 정답 풀이도 없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읽다 보면 이런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거든요.
“이 문장은 왜 여기 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지금 내 삶과는 어디가 닿아 있을까?”
그래서 이 책은
공부라기보다는 대화에 더 가까운 고전 같아요.
지식을 쌓는 느낌보다는
생각의 체력이 조금씩 길러지는 느낌이 더 크고요.
책 속에는
논어, 장자, 데미안, 레 미제라블, 맥베스,
자유론, 죄와 벌, 죽음의 수용소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같은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고전들이 등장해요.
삶, 선택, 책임, 자유, 용기,
인간의 한계와 존엄 같은 이야기들이
사춘기 아이들이 언젠가는 꼭 마주하게 될 질문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거든요.
어렵게만 느껴지던 고전이 아니라,
지금 내 삶에 필요한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고전이 되는 구조예요.
우리는 요즘 시간을 내어 매일 한 챕터씩
같이 읽고, 같이 쓰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있어요.
잘 차려진 밥상 앞에 앉아서
한 숟갈씩 나눠 먹듯이
생각도 그렇게 오가고 있거든요.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요,
둘째의 그렇게 무섭다던 꿈은
그 이후로 더 이상 오지 않고 있어요.
그렇다고 저는 이 책의 힘이
‘꿈을 없애는 데’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제가 진짜 믿게 된 건 이거예요.
무서운 꿈을 꾸지 않는 아이가 되는 게 아니라,
무서운 꿈을 꾸더라도
그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고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아이가 되는 것.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고전》은
그 힘을 아주 조용하게,
하루 한 문장씩 길러주는 책이었어요.
사춘기 아이에게 고전이 필요한 이유는
시험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흔들릴 때
붙들 수 있는 문장 하나가 필요하기 때문이거든요.
저는 이 책을 통해 그걸 다시 믿게 되었어요.
#100문장으로쓰고배우는청소년필수고전 #그래도봄출판사 #고전필사 #가족필사 #고전토론 #청소년고전수업 #청소년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