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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에릭 오르세나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삶의 한 영역이다. 이 영역에서는 경험이 많아도 아무 쓸모가 없다. 경험이 도리어 방해가 될 수가 있다.
새로운 것에서 느끼는 감동, 그 아찔한 기분이 사랑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상대를 만날 때마다 세상의 첫날 아침 맞는 기분을 느끼는 못하는 사람은 사랑을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p.333>
1960년대 중반, 정상에서 벗어나지 않겠다고 아등바등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가 생각하는 정상이란 결혼해서 사는 것, 그것도 딱 한 번 결혼해서 백년해로하는 것을 뜻했다.
하나같이 파란만장하고 다채롭게, 그리고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게 살았던 선조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는 것. 그 위대한 포부를 실현 하기 위해 더없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던 그. 나쁜 영향을 받을까봐 아버지와의 관계도 끊고, 소설도 영화도, 위험을 피하겠다는 일념으로 떠남을 부추기는 장소들, 항해와 관련된 책을 파는 서점이나 이국정취를 전문으로 하는 골동품 가게도 가지 않고, 평온한 정착민의 행복을 일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직업으로 정원을 가꾸고 풍경을 창조하는 사람이 된 그.
하지만 그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
새해 첫 날, 살짝 얼이 빠진 상태에서 찾은 파리 식물원, 그 중에서도 온기를 찾아 좀 더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도록 만들었던 <진화 전시관>쪽에서 그는 엘리자베트를 만나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가브리엘이라는 이름의 배가 출항을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 자기 삶은 그저 기다림과 그리움일 뿐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전혀 알지 못하던 여인, 이름조차 모르는 여인때문에 10년 세월을 행복하게 살아온 동반자에게 작별을 통보하고서 조상들이 물려준 유전자를 저주하고, 한눈에 반하기 잘하는 그들의 병을 탓하면서 불가능해 보이는 사랑을 향해 먼 길을 떠나는 가브리엘.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된 그 남자 <가브리엘>과 그 여자 <엘리자베트>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내를 떠나고 난 후부터 40년 동안 질긴 인연을 이어간 그 발자취를 . . .
누가 보기에도 운명적이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시작이 아닐 수 없으나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엘리자베트. 프랑스 외교부의 대외교역 담당 직원인 엘리자베트는 '법도'에 얽매인 엘리트답게 가정도, 직장도 버릴 생각이 없는 여자라는게 문제라면 문제랄까 ;;;
그렇게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그들의 사랑이야기. 600여페이지의 도톰한 책 속 내용이 모두 그들의 삶과 사랑을 이야기 한다.
요점을 간추리기는 했으되 왜곡이 전혀 없는, 어떤 거짓으로도 미화하거나 달착지근하게 만들지 않은 진실에 대해 . . .
<오래오래>는 에릭 오르세나의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세계의 유명한 정원들과 파리, 세비야, 헨트, 베이징 등 매혹적인 도시들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진기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부적인 유머와 재치, 프랑스의 역사와 말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묻어 나오는 글로 전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라더니 이 책이야말로 그의 그런 면들이 너무나도 잘 녹아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듯 !!!
꽃샘추위가 기승이던 때, 사랑이야기로 내 맘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싶어 신청해 받게 된 책으로 모든걸 다시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봄에 잘 어울리는 소설이라 생각했는데 사랑에 대한 깊은 생각만이 남았달까 ?
사랑은 무엇일까 ? 무엇이기에 모두들 이 것에 대한 찬양을 멈추니 않는걸까 ?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던지고 난 후에도 매번 긴 기다림과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니 세상에 사랑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해야할 지, 지긋지긋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것이라고 해야할지 . . .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어려운 숙제처럼 남았다.
고맙습니다. 여러분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 선물의 이름은 <지속>입니다. <p.594>
혼외의 사랑, 즉 불륜에 대한 이야기지만 40년이란 세월은 결국 변함없이 아름다운 사랑만을 남겼다. 겹겹이 쌓인 시간으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한 가브리엘.
25년동안 남다른 사랑을 하면서 헤어지고 화해하기를 숱하게 되풀이하고 행복이라는 이름의 모래성을 쌓고 또 쌓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해 왔으나, 그런 그들에게도 약간의 휴식을 누릴 권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른 사람들이 창조해 놓은 정원을 구경하는 것이라 말하는 그.
다른 원예가가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았으니 우리는 그저 문을 밀고 그의 꿈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말하는 그가 말하는 세계 각국의 온갖 정원들의 이야기.
그것이 있어 이 지독한 사랑이야기가 조금은 상큼한 이야기가 되는데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공원 산책하는걸 너무 좋아하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정원 중 스페인 세비아의 알카사르 정원은 꼭 한번 거닐고 싶다 +_+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지만 내 남편의 이야기만은 아니길 바라게 되는 소설, 에릭 오르세나의 <오래오래>
완고하고 때론 이기적인 여자와 낭만적이고 희생적인 남자의 30년에 걸친 혼외의 사랑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실을 맺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서점으로 고고씽 ~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