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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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 <도시락의 시간>은 주위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우리들의 평범한 이웃 39명의 소소한 일상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도시락을 통해 풀어놓고 있다.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스스로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 것은 물론 동생들 도시락까지 챙겨야 했던 기억이 난다.
도시락 반찬이야 엄마가 전날 해놓은 반찬을 그대로 담은 것 뿐이라 특별할 것도 없지만 밥을 첨 해봤을때의 그 기분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ㅎㅎ

그래서 도시락에 대한 생각이 남다른데 이런 책이 나와 너무 좋은 것 같다. 맛있는 음식과 그에 관련된 우리네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 +_+

    

 

도시락 갯수만큼이나 다양한 직업.

집유원, 증류소 직원, 귤재배 아주머니들, 교수, 해녀, 수타면 장인, 마부, 역무원, 고등학생, 유치원생, 승려, 항공기 정비사 등등등

 

도시락 얘기와 한데 어우러진 이들의 삶의 단면들을 살펴보고 있노라니 평범하지만 소박한 일 속에서 매일을 감사함으로 여기며 잘 지내는 사람들이 많구나 싶은 인상을 받았다.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싸는 아내, 키티 도시락을 만들어주는 아버지, 고향에 올 때마다 아들의 입맛에 맞춰 준비하는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까지~

어느것하나 소중하지 않는 것이 없고, 뭉클하지 않는 사연이 없다. 가족의 소중함을 도시락 하나로 매번 느끼며 사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지만

그러하기에 이 책이 가진 커다란 힘 역시 그것이 아닐까 싶다는 ~

 

 

 

 

일본 전역을 돌며 직접 만든 도시락 사진을 찍을 거라 결심하고 취재를 시작했지만 너무 평범해서 재미가 없을 거라며, 사진을 찍을 정도의 도시락이 아니라며 거절하는 사람들.

이렇게 도시락 사진을 몽땅 모으니 그 어떤 작품 사진보다 근사한데 ~ >.<

거절도 많이 당했지만 "좋아요, 오세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꼭 있다며 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여전히 전국 방방곡곡을 돌고 있다는 작가님도 참 대단하신 듯~

취재는 단 하루지만 연하장을 주고 받으며 계속 안부를 주고 받는 사람들.

'도시락의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과 그 후로도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 너무너무 좋아보인다 +_+

 

처음으로 브로콜리를 먹었을 때는 얼마나 맛있었는지.

고급 프랑스 요리 같은 걸 먹어본 적은 없지만, 분명 정말로 맛있는 것을 먹으면 "맛있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

먹는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매일 축적되어 가는 일종의 수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철이 들면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죠. 그래서 엄마에게 감사해요. <p.163>

 

 

  

 

샌드위치랑 각종 과일 챙겨들고 공원으로 소풍가고 싶은 오늘 +_+

출산이 코앞인 38주 6일째 임산부인 나.

첫아이라 예정일보다 늦게 낳지 않을까 싶었는데 어제 오후 이슬이 비친 관계로다가 집에서 5분 대기중이라 아쉽 ㅠ-ㅠ

빠르면 오늘 ?? 늦어도 이번주내로 만나게 될 울아들 튼튼이 !!

무럭무럭 자라서 엄마랑 같이 공원 나들이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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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여행 당신에게 시리즈
최갑수 지음 / 꿈의지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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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화롭고 한가롭기만 한 풍경을 바라보며 느린 걸음으로 걷는 일, 어쩌면 이런 사소한 일이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p.16>

 

그의 책을 하나 둘 챙겨읽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에서 완전 팬이 되어버린 나. 그래서 이 책 <당신에게, 여행>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해외도 좋지만 우리나라 방방곳곳으로 떠나는 여행에 관한 글도 꽤나 마음에 들더라. 꼭 담아두고 싶은 우리나라 감성여행지 99곳에 대한 최갑수 작가의 트래블 에세이 !!!

휴가철을 앞두고 이 책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어떤 코스로 어디어디를 돌아볼건지 머릿속이 복잡할 듯 ~ 좋은 곳이 너무 많아서 !!

나야 출산을 앞두고 있어 그런 여행은 꿈도 못꿀 시기이지만 애를 낳기만 하면 조금만 키워놓고 아이와 손잡고 어디를 다녀올까 ~ 하는 행복한 상상으로 가득찬다.

아기자기한 벽화로 유명한 통영 동피랑, 홍제동 개미마을이나 청주 수암골도 좋을 것 같고, 대숲 신선한 바람이 좋은 사천 비봉내마을이나 담양 대나무숲과 메타쉐쿼이아 숲길, 소쇄원,

도심속에서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전주 한옥마을, 북촌 한옥마을, 서울 효자동, 청운동 등 서촌 일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다.

내가 꽃을 좋아하니 꽃피는 춘삼월에 가평 아침고요수목원, 서울 응봉산 공원, 광양 매화마을, 하동 쌍계사 벚꽃길을 걸어도 좋겠지 ?

아이가 걷는 일에 한창 재미들릴 그 때, 뽁뽁이 신발을 신고서 아장아장 걸을때 찾으면 너무 좋을 곳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아는 곳, 가본 곳도 꽤나 되는 데 앞으로 나의 인생엔 아이가 함께 할테니~ 하는 생각에 다시 살펴보고 읽어보며 아이와 함께할 그 모습을 떠올려보느라 바쁘다.

같은 곳인데 아이 하나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걸까 ? 그 곳에 대한 닮은 듯 다른 시선이 너무 신기하더라는 ~

 

다 좋은데 ~ 기회가 된다면 만항재 정상에 있다는 '산상의 화원'이란 이름의 야생화 정원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약 10만평, 봄부터 가을까지 꽃들이 만발한다는 그 곳. 세계에서 자동차로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정원일 것이라는 그 곳.

흔한 표현이지만 '구름 속의 산책'이라 부를 수 밖에 없다는 그 곳을 천천히 걷고 있노라면 정말 신선놀음이 따로 없을 것 같다는 !!!

낙엽송 사이로 구름과 안개가 흘러 들어오고, 야생화 사이로 사향제비나비가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간다면 정말 이게 꿈이 아닐까 싶을 듯 ~

작가님 말처럼 사랑 따위는 없어도 살 수 있겠다 싶은 그 곳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찾는 다면 더할나위 없이 근사하지 않을까 ???

 

커피는 복잡하다. 콩의 종류에 따라, 볶는 시간에 따라, 볶는 방법에 따라, 콩을 분쇄하는 방법에 따라, 물의 종류에 따라, 물의 온도에 따라, 불의 세기에 따라, 날씨에 따라, 장소에 따라,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그의 마음에 따라, 함께 마시는 사람에 따라, 함께 마시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그의 기분에 따라, 커피 맛은 달라진다.

그러니까, 커피 맛은 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죽는 날까지 같은 맛의 커피는 결코 맛보지 못할 수도 있다. <p.54>

 

강릉 연곡 바닷가 <보헤미안>이라는 커피점을 이야기하며 다크 로스팅과 핸드드립의 대가로 알려진 박이추 선생님과 나눈 이런저런 커피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단 커피 맛 뿐일까나 ? 우리의 인생도, 여행도 그러하지 않을까 ??

혼자여도 좋고, 둘이여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일 때, 무엇이든 함께 나누고픈 사람과 함께일 때 몇배 더 즐거울 여행길. 인생길.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들에 대한 예의.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가만히 서 있는 것들을 보러 가는 일이 아닐까요 ?

언제 어떤 사건으로 사라져버린 추억속의 그곳이 될지 모르니 !!!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 하늘도 좋고, 햇살도 좋고, 휴가철이라 다들 떠난다는 이유로 나 역시 어디로든 떠나야 할 것 같은 계절.

덥다고 에어컨 바람 밑에서만 보냈던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도록, 그가 머물며 밑줄 그어놓은 곳들을 둘러보러 떠나도 좋을 듯!!!

저는 월요일, 작가님이 일러주신대로 파주 나들이를 떠나볼까 합니다.

프로방스, 헤이리 예술마을, 평화누리 공원까지는 항상 들렀던 코스인데 이번엔 보광사까지 들러보려구요 ~

프로방스에서 구입한 마늘바게트, 블루베리 식빵, 12띠 빵을 들고서 오물오물 거리며 연신 손부채질을 하고 있을 제 모습을 상상하니 이 무더위에 덜컥 겁이 나면서도 간만의 외출이라 내심 기대가 되네요~

 

  

사람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해서 꽃 필 때는 봄이 제일 좋다고 생각되다가 이렇게 단풍숲에 드니 또 가을이 가장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아무렴 어떨까. 분명한 건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가장 좋은 자리이고 지금이 가장 좋은 때인 것을.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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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두 아이두 1
박이정 지음, 조정화 극본 / 노블마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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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어홀릭인 황지안. 30대에 대기업 구두 브랜드의 이사 자리까지 올라간 능력있는 여자로 성공가도를 달리지만 백태강이라는 연하남과 술김에 하룻밤을 보낸 후 덜컥 임신하면서 일 뿐만 아니라 사랑과 인생설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사장 자리도 포기하고, 은성이라는 능력있고 괜찮은 남자도 잃을(?)위기에 처한 그녀.

메두사라는 호칭도 마다않을만큼 앞만보고 달려온 그녀. 성공한 커리어우먼으로서 살아남기위해 그동안 노력했던 고생이 물거품이 될 상황.

하지만 점점 모성애를 발견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 엄마라는 새로운 지위를 더하기로 결심하는데 ~

그녀의 일과 사랑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

 

수,목 재미나게 챙겨봤던 드라마 '아이두 아이두' 그 원작소설을 북곰 덕분에 책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드라마를 통해 일주일에 두어편 만나 보는 것도 좋았지만 책을 통해 1권(8회 분량)을 한꺼번에 쫘악 읽어내려가니 내가 이미 드라마를 통해 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나게 읽히더라는 ~

원작이 이렇게 재밌으니 드라마도 재밌을 수 밖에 +_+

보통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원작과 이런저런 다른점이 꽤나 많은데 이 책은 비교적 충실하게 책의 내용을 잘 따라간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드라마속 장면, 대사가 고스란히 영상&음성지원이 되더라는 ~

 

결혼이 아닌 미혼모의 길을 선택하면서 사회적 안정과 체면보다는 가시밭길에서 세상과 싸우며 성장해가는 험난한 길을 선택한 지안. 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싶을만큼 쉽지 않은 결정인 것만은 분명하다. 냉정한 현실과 다르게 그녀 옆에는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태강과 은성, 그리고 친구 준희라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

어떤이는 미드를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재미난 드라마라 했지만 마지막으로 달려갈수록 한국드라마의 현실을 보여줄 수 밖에 없겠구나 싶은 뻔한 결말로 진입해 살짝 아쉽게 만들기도 했던 ~

(모든 면에서 너무나 완벽한 완벽남!!! 조은성을 어찌 내칠수 있단 말인가 ㅎㅎㅎ)

하지만 로맨스 퀸이라는 타이틀이 부럽지 않은 김선아. 눈물과 웃음, 이성과 감성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열연을 펼쳤던 그녀가 있었기에 더 빛날 수 있었던 '황지안'역이 아니었나 싶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소재를 재치있게 잘 풀어낸 듯 ~

세상 모든 미혼모들이 황지안처럼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뭐가 억울해? 현실은 이것보다 훨씬 더 냉정하고 억울한 거야. 자존심? 쪽팔림 ?

고작 그딴 거 땜에 포기할 만큼 인생이 우스워? 넌 지금 그냥 도망치는 거야. 겁쟁이처럼 !" <p.314>

 

안전한 길만이 인생의 베스트가 아님을, '모험'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길 어딘가에서 생각지도 못한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삶의 묘미와 가치를 되살리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던 아이두 아이두.

여자들이라면 좋은 구두를 신으면 그 구두가 좋은 곳으로 준다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임신중이라 굽있는 구두는 못신고 발편한 운동화만 찾고 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서 예쁘고 세련되지만 편안한 구두한켤레 사고싶다라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던데 조만간 매장을 한번 찾게될 것 같다.

한 걸음을 뗄 때마다 마법같은 시간을 선사할 예쁜 구두로 한켤레.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행복이 사랑이 퐁퐁 솟는 그런 구두 하나 장만해야겠다 ~ >.<

 

 

 

책을 펼치니 이렇게 김선아씨 사인이 ~ >.<

예상치 못한 선물에 기분 업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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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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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도, 깊고 푸른 바다도 어쩌면 바깥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 한없이 깊은 해저의 웅덩이를 떠올릴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은 늘 어딘가에서 잠재적으로 우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인생이란 게 뭔가 두렵군요. <p.107>

 

 

이름만으로도 전세계 독자를 설레게 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소설을 엄청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많이 접해보질 못했다. 

한두권 읽어보고서 섣불리 나랑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기분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 후 이상하게 그의 책은 선뜻 집어들게 되지 않더라는 ~

하지만 이 책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동하더라.

소설이 아닌 에세이란 점이 부담없어 그렇기도 했지만 독특한 제목이 한몫 했달까 ?

에세이 제목으로 너무나 완벽한 듯한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주간 <앙앙>의 인기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일년치 글을 묶은 것으로 에피소드마다 곁들인 오하시 아유미의 여백이 있는 동판화 콜래보레이션이 매력을 더하는데 책 제목은 그 단편들의 이름 두개를 묶은 것이기도 하다.  

 

 

  

<에세이는 어려워>편을 읽다 보면 자신이 에세이를 쓸 때의 원칙, 방침 같은것이 있는데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뭐가 자랑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긴 꽤 복잡하지만)

셋째, 시사적인 화재는 피하기 물론 내게도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그걸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이 세가지 조건을 지키며 에세이를 연재하려고 하지 결과적으로 화제는 상당히 한정적이지만 본인 스스로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비교적 좋아하니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는 이야기는 꽤나 맘에 들더라는 ㅎㅎ

덕분에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고, 이 이야기들로 인해 그의 진짜(?) 모습같은 모습을 많이 알게 됐으니 말이다.

거장이 아닌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오니 너무 좋달까 ~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하는 사람도 많으니 물론 적당히 쓸 수는 없죠. 일단 우롱차를 만들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만들겠다는 것은 글쓰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마음가짐입니다.

그러나 뭐,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나는 어깨 힘 빼고 비교적 편안하게 이 일련의 글을 썼습니다.

어깨 힘 빼고 편안하게 읽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작가의 말 中에서>

 

 

십대 시절 무엇보다 책을 좋아했다는 것, 좀처럼 책에 사인하지 않는 작가라는 것, 카라멜마끼아토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 아오야마 '바 라디오'의 블러디 메리(칵테일)을 좋아한다는 것, 십오년째 오픈카를 타고 있다는 것(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일을 좋아한다니 낭만적이다 ~ >.<)

<이른바 마트 굿바이>편을 읽다 소장중이지만 읽진 못하고 있는 존 어빙의 '일 년 동안의 과부' 이야기에 이 책도 읽어야지 반성도 해보고 ㅎㅎ

 

 

 
 

 

이 책의 진짜 묘미는 이것 !!! 놓치지 마세요 +_+

 

 

 

갠적으로 나는 <일 인분의 굴튀김>편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부부끼리 음식 취향이 다른 그 남모를 고충에 대해 너무나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보통 생선과 채소 중심으로 싱겁게 먹는 정도는 비슷하지만 조리나 식재료 취향은 다르다는 작가.

아내가 튀김이나 냄비요리를 좋아하지 않아 굴튀김이나 스키야키가 먹고 싶으면 직접 혼자 만들어 먹을 수 밖에 없다 이야기 하는데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음식 하는걸 싫어하지도 않기에 큰일도 아니지만 혼자 묵묵히 먹을때의 그 쓸쓸함만은 어쩌질 못하겠다는 ~

그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어 공감 100% !!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발견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스멀스멀 ~ 조만간 69편의 美文과 함께하는 하루키 월드로의 여행을 다시 떠날 듯 싶네요 ㅎㅎ

 

 

사람이란 나이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살면 되지 애써 더 젋게 꾸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애써 자신을 아저씨나 아줌마로 만들 필요도 없다.

나이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꼭 필요할 때 혼자서 살짝 머리끝쯤에서 떠올리면 된다.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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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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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든지 일단 굳은 믿음이 중요하지. 어차피 세상의 거의 모든 일에는 정답 같은 게 없거든.

재미있다든가 올바르다는 식으로 뭐든지 굳게 믿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P.75>

 

 

어느날부터 매일같이 듣게 되는 학교폭력의 피해사례들.

미치오 슈스케의 신간 <물의 관> 역시 '달과 게'에 이은 가슴 아픈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표지부터 가슴이 목메는 아픔이 느껴진다.

맑은 날도 아닌 비오는 날에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아쓰코나 이쿠 할머니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우울함이 땅을 뚫고 들어갈 정도였다는 ㅠ

 

평범한 가정, 평범한 성적, 평범한 외모를 가진 '이쓰오'는 자신이 '평범함의 막'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답답해하고 괴로워한다.

반면 부모의 이혼과 엄마의 무관심, 그리고 전학 온 이후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겪으며 오직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아쓰코'.

학교 문화제 행사로 '유령의 집'을 준비하던 중 아쓰코는 이쓰오에게 초등학교 졸업 행사로 묻은 타임캡슐에 넣어둔 '20년 후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바꿔치기하는 것을 도와달라 말한다. 전학온 이후 내내 왕따를 당한 아쓰코는 타임캡슐에 넣은 편지에 나에게 쓰는 편지가 아닌 자신을 괴롭힌 반 아이들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고 20년 후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이 편지를 읽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모두에게 복수하는 맘으로 썼지만 어느날부터 거짓말처럼 친구들의 괴롭힘은 멈추고 아쓰코는 과거의 일을 잊기 위한 평범한 내용의 편지로 바꾸고자 한다. 이쓰오 역시 아쓰코의 평범한 삶을 위해, 그리고 스스로의 평범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 . .

 

반 아이들의 괴롭힘이 느닷없이 멈췄을 때, 아쓰코의 마음을 덮친 더 큰 공포를 표현하기 위한 표현으로 아쓰코는 아버지의 대학생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손전등을 들고 밤바다를 수영하던 그 때의 이야기를 . . .

'보이지 않는 캄캄한 곳에 뭔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지. 하지만 그쪽에 손전등을 비추면 그때까지 보이던 곳이 캄캄해지잖아.

그러면 이번에는 그쪽에 괴물이 있을 것만 같은 거야. 불을 켜지 전에는 자신이 캄캄한 곳에 있는 줄도 몰랐으면서, 일단 알고 나니 무섭더라고. 정말로 무서웠어" <P.58>

너무나 적절한 표현에 소름이 돋았던 ~

이런 섬세한 표현은 정말 미치오 슈스케가 아니면 힘들듯 ~~

 

모두에게 복수하려고 썼지만 이제는 잊고, 아무 짓도 당하지 않았다고 믿으려 해도 타임캡슐 속에 진신을 쓴 편지가 있는 한 아무 소용 없다며 평범한 이야기를 잔뜩 적어뒀다 말하는 아쓰코. 아버지가 없고 돈도 별로 없지만 밝고 즐거운 집, 잘 웃는 돌쟁이 여동생, 어머니와 마주 앉아 평범한 이야기를 하는 밤. 동경하고 또 동경하지만 자신은 절대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체념할 때마다 다시 동경하고 마는 모든 '평범함'. 그 평범함 속에서 자신의 뜻에 따라 죽기로 결심하는 아쓰코지만 모두 함께 사이좋게 평범하고 즐거운 생활을 했다고, 자신이 만든 추억 속에서 살아가기로 했다며 이쓰오에게는 거짓말 하는 아쓰코.

공감하진 못했지만 아쓰코의 그 거짓말이 실혔됐으면 좋겠다,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된 이쓰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타임캡슐의 편지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기 위해 바꾼다. 그렇게 믿고 싶었던 이쓰오.

과연 아쓰코와 이쓰오의 '동상이몽' 같은 바램은 이루어질까 ? 과연 그들의 선택은 ???

 

 

세상 모든 것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그 중에 더 알고 싶은 이야기는 수없이 많지만 우리가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 방법은 없다.

뉴스나 신문에 오르내리는 이야기 외엔 왜 그런일들이 벌어졌는지 알길이 없기 때문에 그 속사정이 더 궁금한 이야기들 !!

헤드라인 기사만 읽고 만 듯한 찜찜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해결해주는 프로가 시사프로그램인데 요즘 갠적으로 즐겨보고 있는 프로그램은 금요일 저녁에 하는 [궁금한 이야기 Y]다.

이 프로그램 역시 시청률을 의식한 화제성 짙은(?) 사건들만 펼쳐놓는 듯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어찌됐든 평소 궁금했지만 알지 못했던 간질간질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 되어 자꾸만 보게 되는데 지난주 방송분에 영주 자살 중학생 이모군에 대한 어머니의 못다한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그러면서 신문기사론 접해보지 못했던 또다른 내용에 대한 사실들을 알게 되었고 타인인 나에게도 절절한 그 아픔이 부모에겐 얼마나 슬프고 원통할 일이 됐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정도다.

그 아픔이 잊혀지기도 전에 읽은 이 책 미치오 슈스케의 물의 관. 이 책이 나를 다시 한번 흔들어 놓았다.

<궁금한 이야기 Y>라는 프로그램처럼 <물의관> 역시 내가 타인이 아닌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되어,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친구가 되어 그 아픔을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도롱이 벌레는 . .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끔 한단다."

"사람하고 비슷하다고요?"

"도롱이를 보고 모두 도롱이벌레라고 부르지 않느냐. 네 동생뿐만 아니라 어른도 그렇지.

도롱이를 보면 모두 도롱이벌레라고 불러. 실은 안에 든 까만 애벌레가 도롱이벌레인데."

"그게 왜 사람이랑 닮았다는 건가요?"

"그도 그런 게, 사람도 모두 밖에 나와 있는 부분만 보지 않니.

진짜 알맹이는 보지도 않고 밖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고 믿어버리지."

"아아 . . ."

"색종이랑 털실로 꾸며놓으면 모두 예쁜 도롱이벌레라고 말하지만, 알맹이는 똑같아. 그냥 까만 애벌레 그대로야." <p.323~324>

 

더 이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없는 아이들. 먼저 간 자식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할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

이런저런 현실을 탓하기전에 앞서 아이들을 그런 막다른 곳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모두 생각해보고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 역시 목숨을 버리기 전 부모와 조금이라도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건 어떨까 ? 목숨이 아닌 학교를 버리는 걸 선택하는건 어떨지 ~

죽는건 무섭고 싫으니까. 살고 싶으니까 ~ 아쓰코처럼 누군가가 알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그 마음.

나 역시 그 마음을 쉽게 지나치고 방관하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하면 무섭고 슬픈데 겉모습이 아닌 마음으로 사람을 보고 쓰다듬을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자기가 아무리 원해도,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으면 절대 받을 수 없는 법이지"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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