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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ㅣ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719/pimg_754104126775938.jpg)
악마도, 깊고 푸른 바다도 어쩌면 바깥이 아니라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 한없이 깊은 해저의 웅덩이를 떠올릴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은 늘 어딘가에서 잠재적으로 우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인생이란 게 뭔가 두렵군요. <p.107>
이름만으로도 전세계 독자를 설레게 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소설을 엄청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많이 접해보질 못했다.
한두권 읽어보고서 섣불리 나랑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기분에 빠져들게 되었고 그 후 이상하게 그의 책은 선뜻 집어들게 되지 않더라는 ~
하지만 이 책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동하더라.
소설이 아닌 에세이란 점이 부담없어 그렇기도 했지만 독특한 제목이 한몫 했달까 ?
에세이 제목으로 너무나 완벽한 듯한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는 주간 <앙앙>의 인기 연재 '무라카미 라디오'의 일년치 글을 묶은 것으로 에피소드마다 곁들인 오하시 아유미의 여백이 있는 동판화 콜래보레이션이 매력을 더하는데 책 제목은 그 단편들의 이름 두개를 묶은 것이기도 하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719/pimg_754104126775939.jpg)
<에세이는 어려워>편을 읽다 보면 자신이 에세이를 쓸 때의 원칙, 방침 같은것이 있는데 첫째, 남의 악담을 구체적으로 쓰지 않기(귀찮은 일을 늘리고 싶지 않다)
둘째, 변명과 자랑을 되도록 쓰지 않기 (뭐가 자랑에 해당하는지 정의를 내리긴 꽤 복잡하지만)
셋째, 시사적인 화재는 피하기 물론 내게도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그걸 쓰기 시작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이 세가지 조건을 지키며 에세이를 연재하려고 하지 결과적으로 화제는 상당히 한정적이지만 본인 스스로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비교적 좋아하니 그건 그것대로 상관없는 이야기는 꽤나 맘에 들더라는 ㅎㅎ
덕분에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고, 이 이야기들로 인해 그의 진짜(?) 모습같은 모습을 많이 알게 됐으니 말이다.
거장이 아닌 옆집 아저씨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오니 너무 좋달까 ~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하는 사람도 많으니 물론 적당히 쓸 수는 없죠. 일단 우롱차를 만들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만들겠다는 것은 글쓰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마음가짐입니다.
그러나 뭐,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나는 어깨 힘 빼고 비교적 편안하게 이 일련의 글을 썼습니다.
어깨 힘 빼고 편안하게 읽어주신다면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작가의 말 中에서>
십대 시절 무엇보다 책을 좋아했다는 것, 좀처럼 책에 사인하지 않는 작가라는 것, 카라멜마끼아토를 마셔본 적이 없다는 것, 아오야마 '바 라디오'의 블러디 메리(칵테일)을 좋아한다는 것, 십오년째 오픈카를 타고 있다는 것(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일을 좋아한다니 낭만적이다 ~ >.<)
<이른바 마트 굿바이>편을 읽다 소장중이지만 읽진 못하고 있는 존 어빙의 '일 년 동안의 과부' 이야기에 이 책도 읽어야지 반성도 해보고 ㅎㅎ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2/0719/pimg_754104126775940.jpg)
이 책의 진짜 묘미는 이것 !!! 놓치지 마세요 +_+
갠적으로 나는 <일 인분의 굴튀김>편을 아주 재밌게 읽었다.
부부끼리 음식 취향이 다른 그 남모를 고충에 대해 너무나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보통 생선과 채소 중심으로 싱겁게 먹는 정도는 비슷하지만 조리나 식재료 취향은 다르다는 작가.
아내가 튀김이나 냄비요리를 좋아하지 않아 굴튀김이나 스키야키가 먹고 싶으면 직접 혼자 만들어 먹을 수 밖에 없다 이야기 하는데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음식 하는걸 싫어하지도 않기에 큰일도 아니지만 혼자 묵묵히 먹을때의 그 쓸쓸함만은 어쩌질 못하겠다는 ~
그 마음이 그대로 녹아있어 공감 100% !!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발견 !!!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도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스멀스멀 ~ 조만간 69편의 美文과 함께하는 하루키 월드로의 여행을 다시 떠날 듯 싶네요 ㅎㅎ
사람이란 나이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살면 되지 애써 더 젋게 꾸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애써 자신을 아저씨나 아줌마로 만들 필요도 없다.
나이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되도록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꼭 필요할 때 혼자서 살짝 머리끝쯤에서 떠올리면 된다.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