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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아픔은 나이가 필요 없다. 사람이면 아픈 것, 사람이기에 아픈 것, 사람이니까 아픈 것아닐까.
아이들이 우리보다 부족한 게 있다면 사람을 만나온 시간, 상처를 받아온 시간뿐이지 감정을 깨닫고 표현한 시간은 어쩌면 더 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p.135>
소아 병동 中에서
소설도 좋지만 한템포 느긋하게 쉬어갈 수 있는 감성충만한 에세이도 참 좋아라하는데 '그곳과 사귀다'는 모든 에세이집이 그렇듯 소소한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놓은 스타일이 맘에 들더라 ~
그러고보니 이 책이 2013년에 읽은 첫 에세이집이 되었네 +_+
당신의 마음을 슬쩍, 혹은 과감히 보여주는 50개의 공간들이란 타이틀 아래
- 가장 솔직한 '마음'을 주고받는 곳 (테이크아웃 커피점, 팬터마임 공연장, 노래방, 놀이터, 결혼식장, 동창회, 생일 파티장, 영화관, 강연장, 산후조리원)10곳,
- 웃기도 울기도 하는, 여러 감정을 만나는 곳 (서점, 공항, 사진관, 무대 뒤편, 114 안내센터, 포장마차, 비디오 가게, 토론장, 여행사, 민박집, 전시회장, 소아 병동, 사찰) 13곳,
- 잊었지만 기억하기 위해, 한번 더 돌아보는 곳 (우체국, 고속도로, 사주카페, 공원, 헌책방, 작명소, 옥상, 연습실, 지하철 환승역, 면접장, 산, 인쇄 골목, 재활센터) 13곳,
- 어제와 오늘을 다르게 만드는, 순간을 마주하는 곳 (꽃 가게, 분실물센터, 인터미션, 응급실 앞, 이벤트용품점, 재활용센터, 막차, 골동품 가게, 첫 버스, 벽화 거리, 길, 뷔페, 입학식장, 새벽 시장) 14곳. 그 각각의 공간, 그곳에 담긴 이야기가 솔직 담백하게 담겨 있다.
표지부터 내 스탈이라 책 받자마자 후다닥 읽기 시작했는데 페이지 순서대로 읽기 시작하니 의외로 지루하더라는 ;;
공간별, 지극히 개인적인 작가의 이야기로 빼곡히 담겨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혈액형별 장단점을 읽을때처럼 작가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내 이야기 같기도 한 ~
어디선가 한번쯤은 읽은듯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기분에 신선함이 떨어졌달까 ㅠ-ㅠ
은근 페이지가 안나가 고생했는데 페이지 순서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곳, 궁금한 곳을 우선순위로 읽기 시작하니 금방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술술 잘 읽히더라는 ~
내가 좋아하는 곳 - 영화관, 서점, 사진관, 여행사, 사찰, 공원, 산, 꽃 가게, 벽화 거리, 길.
내가 궁금 한 곳 - 산후조리원, 무대 뒤편, 소아병동, 사주카페, 작명소, 인쇄 골목, 분실물센터, 골동품 가게, 새벽시장.
그 중에서도 '공원'에 관한 이야기는 공감 백배 !!! 특히나 일상과 하나가 되는 휴식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ㅎ
아이 키우며 매일매일 반복되는 생활에 두근두근 설레임을 잃고 나태하게 보내다 이러면 안되지 싶어 책도 읽고 운동도 하며 나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 봤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삶의 질은 높아가고 만족도도 높지만 자연스레 아기에게 무관심해지고 아이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는 부작용이 ㅡ.ㅜ
결코 두가지가 병행이 안되는 나를 꾸짖으며 자는 아이를 볼때마다 얼마나 미안하던지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지만 그걸 일상생활에 접목시키기가 쉽지 않은것 같다.
은근히 전처럼 나 혼자 보내는 시간만을 휴식이라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영원히 그런 휴식의 시간은 찾아오지 않을 듯 싶어 아차!! 싶더라는 ~
나 혼자가 아닌 아들과 하나가 되어서도 누릴 수 있는 휴식도 있다는 걸 빨리 터득해야 할텐데 ㅎㅎ
문자메시지와 전화와 같은 '즉각적인 전달'이 아닌 편지지에 마음을 적어 보내는 것 처럼 읽고 또 읽는 사이 마음이 시나브로 열렸던 책.
빨리 가는 것이 '고속'이 아니라 천천히 가는 것이 마음에 신선한 속도를 선물하는 것이란 말 또한 잊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