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티에리 코엔 지음, 박명숙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어떤 가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때론 평생이 걸리기도 한다네.

성실, 정직, 겸양 같은 것 말일세. 우린 삶 속에서 그런 것들을 배워가는 거라고.

그것들의 가장 큰 적이 뭔 줄 아나? 바로 오만함이야.

마치 오만함을 고귀한 가치인 양 포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네." <p.217>

 

스릴러 소설을 두어권 연속 읽었더니 다시 마음이 차가워지고 삭막해지는 것 같아 로맨스소설로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고 싶어 읽은 책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책을 읽기도전에 카페일까 ? 차 한잔을 앞에 두고 남자는 무언가를 끄적이고, 여자는 책을 읽는 모습의 일러스트가 너무나도 맘에 들어 다시금 이런 여유로운 시간을 꿈꾸며 행복해 했던 나다.

얼마만의 사랑이야기인지 ~ 프랑스소설이라 기욤 뮈소의 이야기와 어떻게 다를지 비교해 읽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 궁금했는데 다 읽고 나니 이런 나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를 반성하게 됐다.

이 책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도 전 난 이미 다른책과 비교하느라 이 책의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자격을 의심하며 선을 그은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 더 길게, 현실의 삶에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가만히 지켜봤어야했는데 ~

 

잠시 마음을 흔들어놓긴 했지만 결코 마음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초기 격정적인 순간이 지나면 곧바로 형식적인 관계로 옮겨가 사랑에 빠진 남과 여, 사랑스러운 한 쌍의 연인들, 미래의 약혼자 같은 역할등 각자 맡은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 한마디로 여자들이 사랑하는건 내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환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도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남자 '요나'

사랑하진 않지만 조금씩 천천히 그에게 빠져들어 한 남자와 한 집에서 살게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행복했고 비로소 진정한 여자가 되기 위한 결정적 단계를 밟고 있다는 느낌에 들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당하고 나서부터는 남자도, 그들의 사랑이나 관심도 필요 없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여자 '리오르'

두 사람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나는 오랫동안 그녀를 꿈꾸었다>

 

서문을 보면 서적상, 힐렐 에딘베르는 우리가 혹시라도 현실세계에 발을 딛고 사는 남녀에 속하거나 과학적 사고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태양 너머의 세계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지 말기를 권한다. 이 이야기는 그런 이들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면서 다소 무례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서적상으로서 무의미한 소설 읽기를 통해 길을 헤매는 일이 없도록 경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말하는 그.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그가 왜 그런 경고를 했는지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사랑이야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책은 작가와 독자가 글을 통해 주고받은 교감을 통해 느끼는 사랑을 이야기하다보니 책 한권을 통해 남녀간의 사랑이야기이자 책에 대한 사랑이야기까지 듣게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만 들려줬더라면 너무나 뻔해 진작 읽기를 포기했을텐데 책에 대한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이 책.

나에게 빛과 같은 책이 무엇이었을지를 한참 고민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삶의 의미를 부여해 주고 고통과 희망에 길을 밝혀주며 인생의 나아갈 길과 지켜야 할 가치를 알려주고 죽을때까지 그를 동반해줄 책과의 만남 !!! 

생각만으로도 너무나도 황홀해지지 않는가 +_+

이 책 역시 내가 그 빛과 같은 책을 만나기위한 여정의 한 단계가 아니었을까 ?

 

책을 읽는 즐거움에 대해 다방변에 걸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준 근사했던 여행길.

내 책꽂이의 책은 작가와 출판사별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데 책 속 '책들의 집' 서점처럼 출판사가 정해놓은 분류, 알파벳에 따른 분류가 아닌 고객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원하는 바대로 묶어놓은 ~

- 사랑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소설, 사랑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소설, 두려움을 자아내는 소설 코너, 다른 곳을 상상하게 하는 소설, 고통에 관한 소설 코너 등등 -

모든 책을 읽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분류 방식이 너무나도 맘에 들어 당장 내 책장의 책들을 그렇게 정리해놓고 싶은 생각에 왜 진작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반성하게 됐다.

이런 서점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평생 단골은 문제 없을텐데 . . .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신간에 유혹되지 말고 책장 한 구석에서 내가 읽어주기만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책들에게 손길 한번, 눈길 한번~

애정을 줘야겠다 맘 먹게 만들어준 책이기도 하다.

레베카(서적상, 힐렐 씨의 쌍둥이 영혼)의 아버지가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는 거라 말씀하셨는데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맞는 말인 것 같아 가슴에 새겨놨다.

눈물의 책꽂이, 꿈의 책꽂이, 웃음의 책꽂이등 더 많은 감정의 책꽂이를 가질 수 있도록 부지런히 읽어야지 ~

 

 

혹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이런 구절 기억나 ?

'내 꿈은 결코 손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책을 갖는 것이다.

다 읽었을 때 작가가 내 친구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 아니 친구 그 이상의 존재였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책.

그래서 마음이 내킬 때마다 언제나 그에게 전화할 수 있었으면.'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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