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 더 옥스퍼드 잉클링스
콜린 듀리에즈 지음, 박은영 옮김 / 이답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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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와 톨킨의 판타지 문학클럽 책을 읽게 됐다. C.S루이스와 J.R.R 톨킨은 유명한 판타지 작가다. [나니아연대기]는 이름만 들어봤고, 그 유명한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이 원래 책이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안 나로서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작품들이 외계의 언어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름다웠다. 가보지 못한 세계를 그림처럼 유려한 문장으로 실존화 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그들의 문학클럽 '잉클링스' 였기 때문이다. 나는 실제로 이런 클럽을 굉장히 사랑하는 바이며, 실존했던 클럽의 역사를 이야기 형태로 듣는 것을 완전히 사랑하기 때문이다.

백탑파의 간서치들이 궤짝에 서로 적은 글귀를 넣어두고 수 많은 미시들을 만들어낸 것처럼 나도 그런 모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청나게 상상했더랬다.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에서 처럼 전쟁 중에서도 서로에 대한 신의와 독서로인한 기쁨을 서신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 존경해 마지않았던 나였다.
그러기에 판타지의 거장들이 모인 이 잉클링스 클럽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메이징한 이 작품들이 쏟아져 100년이 임박한 지금도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사실 서두에서 밝혔듯이 거론되는 작품들을 거의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좀 어려웠고 더뎠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참 읽다보니 사진이 나왔다.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는 좀 달랐지만 루이스와 돌킨이 사진으로 나와서 반가웠고 , 그들이 머물렀던 펍이 현존하고 있다니 가보고 싶다. 유럽은 이런게 잘 보존돼 있어서 부럽다.

또 , 잉글링스 회원들이 그저 말장난이나 유치한 공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와 철학, 세계 신화, 역사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열띈 토론을 거듭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회원모집은 주로 루이스가 했다는데 모두 굉장한 지성인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나는 감히 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판타지는 조예가 없다ㅎㅎ)

나는 가끔 내 글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창작물은 더 그렇다. 그래서 쉽게 내 보이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잉클링스에서는 서로 낭독도 하고 인물의 본성이나 설정 등을 심도있게 토론했다고 하니 굉장히 열린 사고요, 자존감이 높았던 클럽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도전과 꾸준한 노력이 판타지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하고 지금껏 읽히는 저력을 발휘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도 자꾸 공개하고 자꾸만 지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삐거덕거리는 순간도 있었다. 다이슨이라는 사람은 낭독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있으면 발전이 없는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는 이런 사소한 부딪침도 모두 창작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실존하는 친구를 모델링해서 작품세계에 반영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원래 소설가의 곁에 있는 그 누구도 인물 설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이 책을 쓴 저자 콜린이 무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것을 유추해 냈다는 것에도 박수를 보낸다. 정말 대단하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잉클링스가 중요 활동을 하던 시기는 세계대전 당시이다. 물론 전후에도 활동이 이어지긴 했지만 정말 폭발적으로 활발했던 것은 전시이다. 그러나 낭독회는 멈추지 않았고, 전시 체제와 이데올로기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토론을 이어갔다. 굳이 좀 투덜거려본다면 먹고 살기에 전혀 지장이 없고, 전쟁에도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배부른 금수저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나 싶기도 해서 입이 좀 삐죽 나왔다. ㅎㅎ

아무튼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었다.
너무나 아쉬웠던 것은 내가 아는 작가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 책이라도 하나 읽어봤으면 반가워도 하고 장면이 생각나 이해도 팍팍 됐을텐데 너무나 아쉬웠다. 독서모임이 됐든 창작 모임이 됐든 모여서 한 두가지 주제로 같은 텍스트를 놓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특히 꾸준히 한다는 것의 아름다움과 범접할 수 없는 그 시간의 크기가 작품이라는 결실로 돌아올 때의 그 거룩함을 나도 꼭 체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지금도 하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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