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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 청춘의 화가, 그들의 그림 같은 삶
YAP 지음 / 다반 / 2021년 3월
평점 :
작년 겨울 대학 친구들 단톡방에 아침부터 시끄러운 적이 있다.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은 친구 집으로 가서 문을 열자 의식없이 쓰러진 상태로 발견된 것이다. 소속이 없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친구였고 건강보험을 오빠의 밑으로 들어가 있다보니 코로나19로 인해 일이 끊겼음에도 예술인으로 인정받지도, 긴급생계 신청을 받지도 못 한 채 전기는 끊긴 상태로 밥도 잘 챙겨먹지 못 해 극심한 영양실조로 쓰러진 상태였고, 발견이 늦었으면 죽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대학 친구들끼리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면서 예술인의 사각지대에 대해 심각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았을 때 그 친구가 먼저 떠올랐다. 한국에서 아티스트로 산다는 것.
보라색이 갖고 있는 어중간한 색감은 꿈처럼 보드랍기도 하지만, 그 고귀한 이미지 속에서도 우울함과 외로움이 담겨 있는 듯하다. 보라색은 또한 전형적인 몽상가,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색이기도 하다. p170
보라색을 좋아하지만 특별히 몽상가라 우울함과 외로움이 담겨있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 그래도 보라색은 다른 색과 섞여지지 않는 모호한 힘은 있다고 본다. 보라색을 좋아하는 만큼 이우현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고 찾아보기도 했는데 이 책에도 나와서 반가웠다. 자신만의 꿈에 도전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모임으로 꾸준히 다양한 작가들의 활동을 돕고자 한다는 것에 YAP에 관심을 갖게 한다. 아이를 재우고 새벽 2시에 일어나서 그림을 그린다는 작가부터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꾸준히 도전을 한다는 작가까지 꿈이 있어 도전하고 노력한다는 모습이 너무나 멋있고 대단해 보인다. 나는 현실에 쫓기다가 슬럼프를 핑계로 다 놓아버렸기 때문이다.
카메라에 담고 싶은 현장 속엔 그 분들의 체취와 흔적이 있다. 시간의 흐름이 절실히 엿보이는, 겉은 벗겨져 낡아 빠진, 서로 불규칙적으로 나뒹구는... 꾸밈없고 진솔한 이들의 모습은 나를 매료시킨다. 나의 시선이 자꾸 그쪽으로 끌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 p177
평범한 일상이 부러워서 평범함을 쫓았던 나는 내가 쓰는 글에도 사진 속에서도 일상을 담았다. 내게 있어 예술은 돌파구였다. 현실을 벗어나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하나의 출구였기에 슬럼프도 독했고 현실과 글 속의 격차에 많이 힘들었다. 예술에는 자신만의 상처, 꿈, 일상을 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쉽게 감동을 받기도, 애매하기도, 감성적으로 다가가기도 쉬우며 작품을 통해 아픔을 공감하거나 위로를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젊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에 안전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꿈만 쫓기에도 바쁜 젊은 나이를 마음껏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닐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책을 읽었다. 굶어죽는 예술가가 없기를, 하루 살아가는 것이 전쟁터가 되는 일이 없기를, 현실에 굴복해서 내려놓은 것에 자책하며 나약함에 슬퍼하는 사람이 없기를,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