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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는 법, 서는 법, 걷는 법 - 잘 앉고 잘 걷기만 해도 우아하고 날씬해진다!
곽세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2월
평점 :
“이 책은 하루 1시간씩 하는 운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운동을 하지 않는 나머지 23시간에 관한 이야기다”
책날개에 소개 카피가 눈에 들어온다.
나이가 들면서 하루 1시간씩 하는 운동에 대해서는 강박 비슷한 욕구가 있다. 물론 이래저래 지켜지지 않지만 매년 새해다짐 중 하나였으니까. 그런데 운동을 하지 않는 23시간에 관한 이야기, 앉고, 서고, 걷기를 배운다?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는데.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사실 책을 받았을 때는 요즘 유행하는 하루 OO분 스트레칭 같이 그림으로 운동법을 설명하는 책과 비슷할 것이라는 예상했다. 그러나 읽어본 결과는 No. 참고로 책에는 그림이 하나도 없다. 그렇지만 저자는 광고업계에서 일했던 카피라이터답게 생생한 상황설명과 표현으로 독자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리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잘 앉는 법, 잘 서는 법, 잘 걷는 법을 이해하도록 한다.
책은 잘 앉는 법, 잘 서는 법, 잘 걷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고 생각이 많던 저자는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고 생각기계로 생각하는데 에너지를 다소모하며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의 요구(뭐 새로운 것 없어?/ 딱! 느낌주는 그런거...)에 몸을 돌보지 않고 살다보니 폭식증과 거식증이 생겼고 이렇게 생긴 몸의 이상을 해결하고자 운동을 선택한다.
10년간 피트니스, 요가강사, 자세교정 전문가 등등이 되었다. 그런데 운동도 머리를 쓰는 방식으로 목표를 정하고 더 빨리 해치우고 더 많이 움직이려는 마음으로 하다보니 정작 깊숙한 곳에 있는 자신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까지 공감 100%. 광고는 아니지만 마케팅 관련 일을 하다보니 머리를 쥐어짜는 저자의 현실이 어떠했을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또 생각감옥에서 사느라 몸을 포기하고 사는 것도 너무 잘 안다. 또 그렇게 어딘가가 고장난 후에야 운동이라는 도피처를 찾게 된다는 것도 너무 잘 안다. 이정도면 내 얘기다 싶다.
나는 저자와 비슷하게 생각감옥에 살지만 대체제로 운동을 파고들지는 않았다. 단지 하루 한 시간이라도 하는 생각에 요즘 필라테스를 한다.(물론 하루에 한 시간도 채 안되지만) 흥미로운 것은 수업시간 강사들의 이야기가 그 다음부터 이어지는 저자의 잘 앉는 법, 잘 서는 법, 잘 걷는 법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저자의 잘 앉는 법, 잘 서는 법, 잘 걷는 법은 풍선을 말뚝에 묶어 놓는 게임이다.
- 앉기 전에 기억할 것 : 꼬리, 귀, 앉는 발, 수염, 풍선
- 서서 기억할 것 : 꼬리, 다이아몬드, 귀, 수염, 풍선
- 걷기 전에 기억할 것 : 꼬리, 귀, 마시멜로우, 수염, 풍선
너무 간단하게 적어서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은 전혀 이해되지 않을 것 같지만 계속 나오는 꼬리와 귀, 풍선을 조금 설명하면
귀 - 귀를 쫑긋 세워 어깨를 내려놓으라는 것 : 필라테스할 때 ‘귀, 어깨를 멀리 하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같은 이야기다.
꼬리 - 앉을 때 꼬리를 깔고 앉지 말라는 이야기, 서있을 때는 꼬리가 다이아몬드가 되어 몸 깊숙이 들어가게 하라는 이야기, 걷기는 꼬리가 노를 젓듯이 두 다리를 써서 걸으라는 이야기다.
풍선 – 머리를 풍선처럼 가볍게 띄우라는 이야기다
이 외에 팔을 들고 있지 말라는 이야기도, 꼬리로 작은 동그라미와 점을 찍어보며 꼬리를 단련시켜보라는 이야기도, 쉼표같이 웅크린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암센터 대기실의 사람들도 그 표현들 하나하나가 재미있다.
책을 다 읽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귀를 세우고 꼬리가 노를 젓듯이 걸어봤다. 안쓰던 근육들을 써서 그런지 좀 어색했지만 몸이 편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뭔가 몸을 제대로 쓰고 있는 듯 뿌듯한 느낌이었다.
저자는 1년 걸려 몸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도 앉거나, 걷거나, 서있을 때 코치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나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릴 듯. 웅크리지 않고 목을 찾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이 글을 쓰는 내내 ‘귀 세워, 앉는 발로 앉아 기대지 말고’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한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계속 해야겠지만 뭔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느낌이다.
자, 점심식사 시간이다. 이제 또 꼬리로 노를 저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