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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방지 대화 사전
왕고래 지음 / 웨일북 / 2021년 3월
평점 :
염려의 탈을 쓰고 자존감을 들쑤시는 다정한 말들에 대하여
감히 대놓고 파헤치지 못했던 평범한 대화의 결을 해부하다
고래가 되고싶은 저자 왕고래씨. 저자는 나쁜 말은 화살과 같고 미운 말은 바늘과 같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책은 미운 말들의 집합소라고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내상을 입히는 말들 말이다. ‘혹시 나는?’이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목차가 재미있다. 나도 모르게 폴폴 풍기는 후각편, 듣다 보면 싸늘해지는 청각편, 입맛 뚝 떨구며 주먹을 부르는 미각편, 차마 두 눈 뜨고 볼 수 없는 시각편,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촉각편.
개인적으로 후각편을 읽으며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해했어?' 라고 말끝마다 상대를 다그치시던 대표님. 그 말씀은 딱 여기 해석처럼 '너의 이해 수준을 못 믿겠어. 내가 만끽할 수 없다면 더 말할꺼야' 라는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설명이 길고 반복될수록 상대의 자존심에는 진한 스크래치가 생긴다는 저자의 글. 그래 나도 안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누적피로도' 별 5개! 정말 공감 100%의 표현이다. 그래 저자가 대체어로 소개한 ‘더 궁금한 거 있어?’ 꼭 기억해두자. 적어도 나는 '이해했어?' 라는 말은 쓰지 않겠다.
‘차라리’와 ‘난 별로’ 이 말들도 조심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이나 선택이 별로라고 단정짓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상대가 뭔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거나 자신의 선택에 동의를 얻고자 말을 꺼냈는데 단칼에 부인당하는 느낌을 준다는 것.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작은 테니스 공이 입에 박히는 느낌을 받는 다고? 어떤 느낌인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만드는 저자의 글 솜씨가 맛갈나게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나니 쉽게 들을 수 있는 아니 써왔던 '그건 아니지', '맘대로 해', '그러든가' 등등에서 혹시 나의 진심이 이런 의미들은 아니었을까? 혹시 나의 말을 듣는 상대가 그렇게 느꼈으면 어쩌나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졌다. 저자가 말한 바로 그 부작용이다. 그래도 알고 앓는게 낫다. 그리고 조금 반성하고, 조금 조심스러워져야겠지. 그건 이 책의 순작용이다. 그리고 절대절대절대 앞으로 쓰지 않을 말을 찾았다. '넌 그래서 안돼'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괜한 말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 읽어볼만 한 <후회 방지 대화 사전이며 성숙하게 말하기 사전>.
말은 상대와 바르게 소통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