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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많은 미술관 - 미술관만 가면 말문이 막히는 당신을 위한
정시몬 지음 / 부키 / 2022년 8월
평점 :
루브르부터 바티칸까지,
유럽 미술을 즐기는 색채 가득한 대화의 향연!
미술품 감상은 예술가와의 대화라고 말하는 저자.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미술관 방문이 다채로운 체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고 한다.
책은 저자가 방문했던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우피치, 아카데미아, 바티칸 미술관과 내셔널 갤러리에서 만난 작품과 그 작품을 그린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르네상스 이후 18~19세기 서양 근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지만, 워낙 유명한 작품들이라서 그런지 읽는 내내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특히 오랑주리 미술관과 소장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1차 세계대전 중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고, 전쟁이 끝난 직후 국가에 기증했다는 모네의 <수련 연작>. 저자는 이 작품들에서 빛을 기다리기 보다 마음 내키는 대로 빛을 만들어 내는 대가의 내공이 느껴진다고 했다. 오랑주리에서 12미터가 넘는 모네의 <아침>과 <버드나무의 아침>을 만난다면 나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또, 마티스와 피카소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20세기 전반기에 활약한 가장 유명한 작가라 평가받는 이 두 작가는 서로를 자극시키는 예술적 라이벌이자 협력자였다고 한다. 서로의 기법을 작품에 적용하며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오랑주리의 마티스 작품들은 장년의 원숙기 작품으로 안정감과 여유가 느껴진다. 단순화 시킨 얼굴과 편안한 움직임, 수채화에 가깝게 밝고 가벼운 색채감을 가진 실내 작품들. 마티스의 작품이라는 설명이 없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듯 하다. 저자는 힘찬 붓질과 강렬한 색채의 풍경화나 인물이 포함된 야외 장면을 즐겨 그렸던 마티스가 이런 변화를 보인 것에 대해 내적 성찰로 관심이 옮겨갔던 이유가 아닐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다음으로 피카소. 오랑주리에서 만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1900년 부터 1920년대까지의 초기 작품들이다. 1900년대 초 그가 한 때 주도했던 큐비즘 운동은 몰락했지만 새로운 미술적 방법론을 실험하고 완성시키며 현대미술에 영향을 미쳤던 피카소의 실험정신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피카소를 천재성에 눈치까지 겸비했던 작가로, 당연히 대성할 수 밖에 없었던 작가라 말하고 있다.
‘지구가 멸망할 때 단 하나의 미술품을 구해낼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를 건인가?” 에필로그의 질문에 지금까지 전시장에서 만났던 작품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어떤 그림이 좋을까.
그런데 저자는 이 이야기들을 어디서 들었을까?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