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미트 패러독스
강착원반 지음, 사토 그림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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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미트는 죽은 고기를 뜻하는데 책에서는 좀비를 의미한다.

책 속에서 좀비를 데드미트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좀비를 뜻하지만 좀비는 아닌 어휘를 선택해서 참신함을 주려고 한 게 아닐까 싶다.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일본 굴지의 출판사 고단샤의 사내 공모전에서 당선된 단편을 장편으로 늘인 것이다.


인간과 좀비가 공생하는 사회

미스터골드는 좀비의 편에서서 변호도 해주는 정의파 변호사다.

그의 동생인 실버는 어릴때 좀비가 되어 아직 어린이 모습을 하고 있다. 

한편 좀비와 인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공존의 사회를 모색하던

귀족가문은 극단 인간주의자들에게 일족이 죽임을 당한다.


부모의 묘에 성묘를 간

골드와 실버는 그곳 땅속에서 좀비가 되어 깨어난 귀족가문의 상속자 딸을 구한다.

귀족 딸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시작한 보험회사와의 보험금 법정싸움

쟁점은 좀비가 된 딸을 산 자로 정의하느냐 죽은 자로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점점 패색이 짙어지고 대형 보험사를 이길 가능성은 낮아져간다.


인간과 좀비의 대결을 내세우고 있지만

좀비가 없는 현실에도 이미 계급은 존재한다.

가진 돈으로도 계급이 나뉘고

살고 있는 집의 평수로도 계급이 나뉘고

졸업증명서의 종류로도 계급이 나뉘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다.


책은 좀비가 등장하는 공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그린 것과 진배 없다.

현대는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는게 진리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평등을 사이에 두고 싸움을 그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평등과 차별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계속 그려지고 쓰여지는 것이다.


참고로 책의 말미에는 '시간죽이기'라는 단편작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자살을 생각했던 여자가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마음을 치유해가는 내용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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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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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을 받은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한 허태연 작가는

2022년 <하쿠다 사진관>으로 많은 독자를 흡입하며 유명세까지 갖게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부지런히 세상에 보인 작품이 <중고나라 선녀님>이다.


선녀는 주인공의 당근마켓 아이디이다.

경영은 하지 않지만 대기업의 주인이나 마찬가지인

선여휘 여사. 남편은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하고 딸은 회사의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

그녀의 일상은 엄청난 자본만이 감당할 수 있는 재벌가들의 생활 그대로다.

다만 남다른 것이 하나있으니

십년전 아들이 음주운전 차량과 사고가 나서 식물인간 상태라는 점이다.

어느날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운명처럼 당근마켓 중고나라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선여사.


그곳에서 만난 화가는 자신의 운전기사가 되고

거래 현장에서 핸드폰을 날치기 당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피가 난무하는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타인과의 일반적인, 때로는 이상한, 때로는 위험한 거래가 벌어지는 와중에

갑작스런 아들의 죽음이 찾아오지만 

이야기는 슬픔에 젖지 않고 희망을 비추면서 내일이 궁금해지는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선여휘가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외로움 때문이다.

'엄마는 창녀다'라는 영화에서는 아들이 엄마의 성매매를 광고하고

엄마가 성매매에 나서는 비상식적인 설정이 나오는데

엄마가 그러는 이유는 따뜻해서 좋기 때문이다.

인류 출현 이후 최고의 풍요를 맞고 있으면서도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고통을 이보다 처절하게 묘사한 장면이 있을까.


재벌인 선여휘도 예외는 아니여서 당근마켓을 기웃거리는 것이다.

물론 재벌의 외로움 극복방식으로 중고거래를 핑계삼아 타인을 만나는 설정은

해리포터 보다 높은 수준의 판타지이기는 하지만

외로움이라는 멍에를 짊어지고 평생 외로움과 싸울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허구로 잘 짚어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바로 그 외로움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찾고

그 마찰열로 세상에 온기가 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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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 슬기로운 경제 수업
강수돌 지음, 신단고 그림 / 동녘주니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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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경제를 논하기에는 세상 변화가 심상치 않다.

인간의 능력 최대치를 한껏 뽐낼 수 있는 자본주의는 과잉생산 과잉소비를 기조로 돌아간다.

살면서 꼭 필요한 것만 생산하고 소비하면 좋을텐데 말은 쉬운데

많이 팔아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소비자의 지갑을 유혹하기 위한 상품들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당연히 수많은 평범한 소비자들은 나의 소비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모른 채

당장 내 관심을 끄는 꼭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구입하느라 돈을 쓴다.


이런 순환 고리가 수십년간 이어지면서 야기한 큰문제가 최근의 기후변화이다.

물건을 만드는데는 에너지가 들어가고 에너지를 사용하는 순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그렇게 축적된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플라스틱 문제 등 지구는 그동안 인간이 팔기 위해 또는 편리하기 위해 행한 행동으로 인해 아주 커다란 부메랑을 맞게 되었다.


경영학자인 강수돌 고려대 교수는

오래전부터 인간이 이렇게 고삐풀린 채 살아도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고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독자에는 어린이도 있는데

본책도 어린이에게 경제 개론을 가르쳐주면서 무비판적인 사실 그대로의 지식을 전수하는게 아니라 한꺼풀 들춰야만 알 수 있는 진실을 함께 들려주는 구성을 취하는 어린이 경제책이다.


이제 사전적 지식만 알려줘선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의 영향에 본격적으로 놓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린이에게 차근차근 경제를 일러주면서 생각하기를 권하고 싶다면 안성맞춤한 책이다.


평소 경제에 문외한이었던 성인도 아주 쉽고 재미있게 경제상식을 쌓아올릴 수 있다.  

경제활동에 얽힌 이면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는 건 덤이다.

이제 '비판'은 따지기 좋아하는 투덜이들의 불평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견지하고, 문제로 인식했다면 수정 실천해야 할 의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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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이름이라도 - 나의 생존과 운명, 배움에 관한 기록
임승남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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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태어난 날도 모르고

거리를 헤매던 전쟁고아가 있었다.

살기 위해 나쁜 일을 하다보니 교도소를 드나들게 되었고

그곳에서 책을 만나자 비로소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저자인 임승남은 한국에서 책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모를수가 없는 돌베개 출판사 사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툭하면 대학가 거리가 최루탄으로 매캐해지던 80년대 세상을 빛을 본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을 기억하는가

오늘날 <전태일 평전>으로 서명을 바꾸어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조영래 변호사가 쓴 책으로

70년대 고도 경제성장을 가장 밑에서 떠받쳤던 봉제공장 노동자들의 삶을 직시하며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한국 민주화에 계속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바로 이 책을 낸 출판사가 돌베개이며 당시 사장이 임승남이다.


도둑질과 구걸을 일삼으며 반짐승처럼 살던 전쟁고아가

흔히 말하는 사람 구실을 하게된 영화같은 일대기가 펼쳐진다.


책제목처럼 지은이는 이렇게 버림받다시피 한 운명으로 태어난 자신도

사람다운? 인생을 사니까 나보다 전혀 부족할 게 없는 여러분도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데도 

사리사욕에 따라 선거에 임하는 국민들의 반복되는 오판을 이어오고 있는 현재에 지르는 외침이다.


지식인이 아닌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전후 시대상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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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속으로 마음틴틴 18
배봉기 지음 / 마음이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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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장르소설 밖의 순수문학?에서도 동성연애를 다룬 청소년 소설이 나온다는데 놀라움을 가질 수 있다.


최근 동성애를 반대하는 어떤 진영에서는

학교나 공공도서관에 동성애를 다루는 책에 대한 검열과 불매를 강요하는 민원을 마구 제기하는 실정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학교때 동성친구에 대한 사랑을 느끼고

그러한 자신의 정체성을 깊은 지하실에 유폐한 차수민은

고등학교 연극동아리 선생님에게 다시한번 사랑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

와중에

동아리 선생님이 일인극으로 카프카의 소설을 극화한

'빨간 피터의 고백'을 상연하는데 극속의 주인공인 원숭이에게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지하실에 가두고 거짓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용기를 내 동아리 선생님에게 커밍아웃을 하고

자신을 아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지하실에 숨은 진짜 자신을 꺼내보여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소설은 유머가 없고 그렇다고 작품만의 고유한 심각함으로 독자를 압도하지도 않는다.

이야기 구성이 단조롭고 예상대로 흐른다.

사전 취재가 얼만큼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동성애자들의 심리와 상황을 현실감있게 드러냈는가에 대하여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뛰어난 이야기에 이르지 못한다면 품격은 조금 포기하고 

청소년 독자들이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의 맛을 강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본작의 미덕을 하나 꼽자면

작중 인용한 카프카의 작품이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작품으로 건너가 연속 독서할 동기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사족, 예전에는 남성을 선호하는 여장남자는 게이

남성을 선호하는 남자는 호모라는 구분이 있었던 듯한데

현재는 게이라고 통칭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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