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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계곡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5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지옥계곡이라는 무서운 제목과 섬뜩한 표지사진으로 한눈에 스릴러 소설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원서의 표지도 어떤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옆에서 보다시피 원서의 표지는 몽환적(?)인 버섯들의 표지로 싸이코스릴러라는 문구가 없다면, 스릴러가 아닌 말랑말랑한 몽환적 소설일 것 같은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러면에서 우리나라 번역본의 표지가 더욱 소설 내용과 어울리는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2009년 12월 1일, 젊은 여성 라우라가 지옥계곡이라 불리는 험한 곳에서 투신을 시도하며 시작된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구조대원 로만이 간신히 잡았으나, 여자가 보는 로만의 눈에는 공포와 경악으로 가득했고, 이내 손을 놓아 버린다. 로만은 여자가 자기를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그 젊은 여자가 자기를 두려워하여 손을 놓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녀가 죽기 전 친구 마라에게 "위로!"라는 단 한 마디뿐인 단문 메시지를 보냈는데, 읽는 내내 "위로!"의 의미를 오해했었다. "위로!"의 뜻은 방향을 뜻하는 위로가 아니라 위안을 뜻하는 위로였다.
책의 2/3를 넘어서야 "칸딘스키의 이 작품 제목이 <위로>에요."라는 마라의 말이 나올 때까지 산 위로 올라오라는 뜻인 줄로만 알고 있었으니.. 하지만 재밌게도 그림의 뒤에는 지옥계곡의 갱도에 무언가를 숨겼다는 메시지가 있었으니, 모로 가도 지옥계옥으로만 가면 된다는 측면에서 내가 그렇게 틀리게 생각한 것만 아닌 것 같다.
왜 투신을 했을까? 아니 왜 힘들게 지옥계곡까지 올라가 투신을 했을까? 그리고 라우라는 왜 처음 본 구조대원 로만을 두려워했을까? 마라에게 보낸 "위로!"의 의미는 무엇일까? 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많은 의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처음 접한 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약간의 낯섦이 조금은 더 거칠게 다가오며 긴장감을 높여 준다.
책 안에서는 정상적인 사랑은 찾기 힘들고 비뚤어진 사랑이 많이 보였다. 리키 처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 해도 자기 자신만의 사랑으로는 옳은게 아니다. 사랑은 서로 교감하고 응답하는 것일테니..
'스토커들의 감정과 생각을 다룬 기사를 읽은 기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들의 사랑은 망상이 아니라 진짜였다. 그저 응답이 없을 뿐이었다. 그러나 스토커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하려고 하지 않았다.' - p 340
책에서는 모든 의문에 대답을 해주는 친절한 스토리로 마무리 된다. 꽤 많은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 여기서 읽는 즐거움을 빼앗을 수 없어 많은 이야기를 꺼내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래의 부분의 의문은 해결해 주지 않아 아쉬웠다.
분명 베른트가 실종신고를 했다고 했는데, 실제 기록에 실종신고를 한 사람은 마라였다. 작가의 단순한 착오이거나 마라가 공황상태라 착각을 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나름 큰 의미를 부여했는데, 아무런 언급도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나는 거의 공황 상태에 빠져서 흥분이 가라안지 않았어요. 베른트가 산악구조대에 연락했어요. 구조대는 신고를 접수하기는 했지만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고요. 펜션으로 돌아가면 다시 신고하라고 했죠.
- p 150
"누가 실종신고를 했어? 이름도 적혀 있어?"
"마라 란다우라는 여자가."
- p 219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배경이 된 지옥계곡의 다리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한동안 산 속의 저런 다리를 볼 때마다 라우라가 떠오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