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잠들 때마다 엄마가 들려주셨던 자장가는 노래자체엔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던 듯 합니다. 그저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잘도 잔다.> 단순한 리듬의 단순한 어휘의 반복이었지만...엄마가 불러주어서 그런지 무척 따스했던 느낌이 남아 있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어 내 아이들에게 불러 주었던 자장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요. 다만...쉽게 잠들지 않았던 울 꼬마들의 특성탓에 이런저런 노래들을 자장가용으로 많이도 불러 댔습니다. 애국가까지 불렀으니까용.ㅋㅋ 보림출판사에서 나온 [머리끝에 오는 잠]은 우리의 전래 자장가를 글과 음반으로 엮은 책입니다. 그림도 꿈 속처럼 푸근한 느낌이라...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났습니다. 우리네 자장가는 비슷한 듯 하면서도 생긴 모습이 참 많이 다르더군요. 울 집 꼬마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같이 노래를 들었는데...단번에 반응이 오더라구요. 엄마, 이 책은 졸려서 보면 안되겠다...ㅋㅋ 잠 오라고 보는 책이라고 했더니 이상해 합니다. 진작에 이런 책이 있었음... 하는 아쉬움마저 느껴졌다지용. 제가 가장 많이 불러주었던 자장가는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슈베르트의 자장가거든요. 이 책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오래 오래 들려주고... 또 우리 아이들이 그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자장가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 가기를 희망해 봅니당.
한자로 염전에는 소금 鹽(염)에 밭 田(전)자가 쓰입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그대로 소금밭이지요. 보림에서 출판되고 있는 우리문화 그림책인 솔거나라 시리즈의 새 책 [소금꽃이 피었어요.]를 보니... 왜 소금을 만드는 장소에 밭 전자를 쓰는지 알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생명을 키워내 우리네 먹거리를 일구는 농사와 소금을 일구어 내는 일은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많이 닮은 듯 했습니다. 염전의 크기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크더라구요. 염전은 제1증발지(난치)와 제 2증발지(느티), 결정지 이렇게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는데 제1증발지의 크기만도 축구장 두셋을 길게 이은 크기입니다. 소금밭에서 한 판이라고 하는 것은, 증발지와 결정지가 하나로 이어져 있어서 소금을 낼 수 있는 기본적인 공간을 말한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한 판의 크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축 구장 네다섯개를 이어놓은 크기와 비슷하다고 하네요. 충청남도 태안에서는바닷물을 끓여서 만드는 소금도 있었다는 군요.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졸여서 소금을 내는 방법이 우리나라에 들어 온 것은 100여 년 전부터라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갯벌에 곱게 갈아 햇볕에 바짝 말린 다음, 이것을 통에 모으고 그 위에 바닷물을 부어서 스며 나온 소금물을 커다란 가마에 넣고 끓여서 소금을 얻었습니다. 염부의 일 년은 농부의 일 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소금밭을 일구는데도 날씨는 농사에서처럼 아주 중요합니다. 게다 봄에 시작한 염부의 일 년 역시 겨울이 시작하는 즈음에 끝이 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하얗고 짠 소금이 그냥 소금이 아니라 제목처럼 소금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계에서 찍어내는 공산품과 달리 오랜 시간 자연과 사람의 노력으로 한 송이 꽃을 맺는 생명처럼 말입니다.
피터 시스의 신작 [배를 타고 야호!]는 글자가 없는 그림책입니다. 한 아이가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는 그림에서부터 상상의 세계가 시작됩니다. 아이가 앉아있던 소파는 이제 바다위에 떠 있는 섬이 되었다가 바다를 항해해 나가는 배가 됩니다. 그 배는 고무보트이기도 하고, 인디언들이 타는 카누 같아 보이기도 하고 돛단배가 되기도 하며, 태국이나 중국에서 봄직한 옛날 배 같기도 합니다. 해적선이 되기도 하고 잠수함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많은 사람들을 태우는 유람선이 되기도 합니다. 소파 위 아이의 항해는 끝없이 이어집니다. 그러다 문득 바다괴물을 만나게 되지요. 아이의 상상의 항해를 방해한 바다괴물은 다름아닌 엄마가 돌리는 청소기의 소음인 듯 합니다. 하지만 영리한 책 속 아이의 상상의 항해는 그대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릴 줄 아는 엄마와 함께 뗏목을 타고 계속 이어지지요. 이 항해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바다 괴물은 조용히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세계에 대한 따뜻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많은 그림책을 지은 작가답게 이 책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배려들이 보이는 듯 합니다. 청소를 하다 말고 책 속 아이와 함께 앉아 책을 함께 보는 엄마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네요. 아마...저라면 청소 방해하지 말고 방으로 가라고 했을 듯 하거든요.^^;; 아이들이 소파 위에서 이런저런 장난을 치는 것이 단순한 말썽이 아니라 엄청한 상상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일부터는 우리 꼬마들의 소파 놀이를 저도 상상의 눈을 가지고 들여다 보도록 노력해야 겠습니다. 피터 시스처럼 말이지요
아이들의 사고는 어른인 제가 이해하기엔 참 독특합니다. 그건 아마도 살아 오면서 겪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정관념이나 틀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아이들의 세계는 상상으로 가득찰 수 있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마술같은 힘이 있는 듯 합니다. 피터 시스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중의 한 명입니다. 특별한 서사없이도 특징을 아주 잘 살린 그림만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잘 표현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번에 새로 나온 [소방차가 되었어]에도 별다른 이야기 구조는 없습니다. 소방차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 매트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소방차가 되어 있었습니다. 소방차가 되었으니 소방차로서 할 일을 하지요. 불도 끄고 동물들도 구하고... 그러다 맛있는 팬케이크 냄새를 맡고는 아침을 먹습니다. 사람인 매트가 사물인 소방차가 된다는 설정 자체가 참 재밌습니다. 사람과 사물을 나누는 사고방식은 어른들만의 것이겠지요. 아이들의 사고에선 그것이 사물이든 동물이든 다른 사람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는 듯 합니다. 그저 그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일 따름이니까요. 피터 시스는 그런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잘 포착해 낸 듯 합니다. 역시나...우리 아이들이 반응 역시 폭발적이구요. 자고 일어나면 자신들도 소방차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합니다. 매트처럼 아침으로 팬케이크를 먹고 싶다고도 하구요. 소방차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은 매트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나 봅니당.ㅋㅋ
한솔수북에서 나온 지식이 잘잘잘 시리즈 중의 다섯번째 책입니다. 정말 지식이 잘잘잘 쏟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이번엔 우리 몸의 절반 이상 그러니까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들에게도 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척 높습니다. 우리는 어떨 때 물을 마시고 이렇게 우리가 마신 물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풀어 준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물은 몸 속에 머물러 있는 것만이 아니라 눈물이나 콧물, 땀, 오줌 등으로 밖으로 다시 배출된다는 것도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물은 정말 우리 몸에 쓸모가 많더라구용.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구요. 몸밖으로 이렇게 물이 배출되기 때문에 목이 마르면 당연히 물을 마셔야 하는 것이겠지요. 지식 그림책답게 책 말미에 물을 어떤 방법으로 마시는 것이 좋은지... 동물들은 어떻게 물을 마시는지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물 한 잔을 마셔도 거기에 담긴 몸과 관련한 과학의 신비함과 건강을 생각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루 평균 1-2리터의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그 정도로 물을 마시고 있지 않더라구요. 건강을 위해서라도 물 먹는 것도 습관화해야 겠단 생각을 했습니당.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한테도 참 유익한 책이었습니당.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