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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손끝으로 전하는 이야기 ㅣ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지혜라 글.그림 / 보림 / 2014년 8월
평점 :
아주 오래된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어릴 적 큰 아버지 집에 가면 마루에 앉아 흰색 한복을 입고
바느질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
큰 아버지 댁이 우리 집하고 가까워서
여름에 세발 자전거 타고 가서 널따란 마당에서
자주 놀곤 했거든요.
그 때마다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서 나와 남동생이 놀고 있는
모습을 지켜 보시며 바느질을 하고 계셨지요.
아빠의 엄마는 어쩐지 어렵고 무서워서 나와 남동생은 인사만 하고
별다른 말을 붙이지 못했어요.
책 속의 슬이는 나와 다르게 할머니한테 말도 참 잘 겁니다.
할머니가 무얼 만드는지 궁금해 하면
할머니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보여주고 설명을 해 주시지요.
보따리 하나가 풀릴 때마다 요술처럼 섬세한 바느질이 가득한
조각보며, 삼회장저고리, 알록달록 굴레, 자수 가리개, 누비 두루마기가
나옵니다.
슬이는 할머니에게서 보따리 하나마다 담긴 바느질에 대한 이야기와 추억을 듣게
되지요.
물자가 넉넉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바느질은 참 흔하지 않은 일이네요.
내가 어럴 때만 해도 엄마는 구멍난 양말을 바늘로 꿰매기도 하셨지만...
난 기껏해야 떨어진 단추를 다는 정도로만 바늘을 사용하게 됩니다.
잘 쓰지 않아 반짓고리가 어디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딸 아이가 나만큼 크면 바느질이란 것에 대해서 어떤 추억을 가질지 궁금해
집니다.
어린 시절...슬이처럼 할머니한테 한번 물어나 볼 껄 그랬나 봐요.
그 작은 바늘을 가지고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