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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평점 :

<워터댄서>는 흑인들이 미국의 남부로 끌려가 자유를 잃고 백인들의 재산으로 소속되어 부당한 노역을 해야만 했던 노예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 학창시절에는 미국에서 백인과 흑인의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도 못했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여겼었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 아니였기에 나는 그다지 노예제도에 대해서 깊은 고민과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학창시절에 고전 명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당시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 노예제도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북부사람들에게 스칼렛 오하라의 시녀로 있었던 흑인아줌마는 왜 노예를 해방하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이렇게 지내는 게 편하고 좋구만....하는 뉘앙스의 말을 하는 장면이 있다. 내가 봤던 책들에서 간간이 나오는 노예들은 주변인들이었고 그 책들을 집필한 작가는 당연히 권력자인 백인들에 의해서 쓰여졌기 때문에 흑인들의 관점에서 노예제도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나는 그동안 막연히 미국의 흑인과 백인과의 관계를 단순히 인종차별적인 사건들이 유발한 갈등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갈등의 골은 백인들이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데려와 자유를 박탈하고 노역을 시키고 그들을 재산같이 백인의 소유물로 대했던 그 역사와 함께 하고 있었다.

<워터댄스>는 흑인 노예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남부의 버지니아 엠 카운티는 담배농장으로 부를 축척하는 도시이다. 하이람의 아버지는 라클리스 저택의 주인인 백인이고, 그는 흑인노예이다. 하이람은 일찍이 기억력에 특출한 능력을 보였다. 사람들이 하는 말과 그가 보는 모든 것들을 모두 선명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지녔다. 그의 특출난 능력은 곧 아버지의 눈에 띄어 하이람은 자신의 이복형인 매이너스의 시종을 드는 하인으로 일을 하게 된다. 하이람의 관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노예 신분이 어떤지를 극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영화에서 본 주변인에 불가했던 노예가 아니라, 노예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노역을 하는지, 그들의 삶이 어떤지, 백인들이 그들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실제적으로 보여진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것들은 단지 극에 불과했던 노예를 연기한 사람들 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예들은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가축처럼 백인의 소유물로 여겨진다. 노예들은 사랑을 할 수도 없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언제 그들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질 지 알 수가 없다. 백인들이 돈이 될만한 건장한 청년노예들을 노예시장에 팔기 때문이다.
하이람은 매이너스의 시종이 되면서 다른 노예보다는 좀 쉬운 일과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그는 매이너스의 가정교사인 필즈씨에게서 글을 읽고, 쓰는 교육을 받게 되면서 자신의 감정과 자신의 자유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자신의 감정에 눈을 뜨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소피아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게 되면서 그는 소피아와 함께 노예제도로부터 도망치기를 계획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계획은 자유인인 흑인 조지의 배신으로 실패하게 되고 도망간 노예를 잡으러 다니는 사냥개라 불리는 백인 하층민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고 난 후에 그는 우연히 언더그라운드에 들어가게 된다. 언더그라운드는 노예들에게 자유를 주고 북부에서 자유인으로 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단체이다. 하이람이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특출한 능력인 기억력과 물, 기억, 물건만 있으면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인도"라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람은 매이너스와 구스 강에 빠졌을 때 인도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 사고로 매이너스는 사망했고, 그의 약혼자였던 코린 퀸은 하이람을 자신의 노예로 데려오려고 했지만 그가 도망치는 바람에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언더그라운드에서 코린 퀸과 자신을 가르쳤던 필즈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은 백인이었지만 노예제도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교육받다가 언더 그라운드에 들어오게 되었고 흑인들을 도와주기 위해 백인의 지위를 이용해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하이람의 인도능력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그의 능력을 언더그라운드에서 써주기를 바랬다. 언더 그라운드에 속한 멤버들 중 노예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노예시장에 팔려가서 연락이 끊긴 자신들의 가족을 하나 둘씩 찾아가고 있었다. 하이람 또한 자신의 특출난 기억력을 통해서 백인지주들의 서류를 위조하고 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맡았다. 언더 그라운드를 통해서 많은 흑인들이 노예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맛 보았다.
이 책은 언더그라운드가 어떻게 흑인들에게 자유를 주고 남부의 백인 지주들을 어떻게 몰락시켰는지의 필사적인 여정을 아주 세세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작가, 타네히시 코츠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다. 작가는 이 책에 나온 화이트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윌리엄과 피터 스틸, 그들의 가족에 관한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고 노예였던 사람들에게서 들은 실제 이야기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실화를 통해 이야기는 핍진성을 띠면서 더욱 더 탄탄해지고, 자유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했다. 자유를 박탈당한 하이람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인지하고,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이 점점 선명해지면서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커지게 되면서 자신의 자유를 찾아나선다.
그렇다면, 노예제도 따위는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금, 과연 나는 내가 주인으로 살고 있나? 자유를 만끽하면서 진정 나로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야 미국사회에서 흑인과 백인이라는 말이 단지 피부의 색깔만이 아닌, 역사속에서 갈등이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때 흑인을 재산으로 소유했던 백인들은 아직도 흑인을 깔보고 자신보다는 낮은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고, 흑인 또한 자신들을 아직도 낮게 보는 백인들의 우월감에 치를 떨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 계급제도가 있었다. 양반인 지배층과 그들의 재산에 속했던 노비. 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의 다른 점은 우리 나라는 외모로 그것을 알 수 없게 되었지만 미국은 흑인과 백인이라는 피부색 하나만으로 예전의 노예제도가 있었을 때의 주인과 노예를 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주홍글씨처럼.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나의 자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기억에 관해서도.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엘리 위젤을 기리며 그의 제자가 쓴 <나의 기억을 보라>에서, 엘리 위젤은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사람들에게 그 일을 잊지 말고 역사에 남기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 게 기억이 난다. 이 책 또한 사람들에게 기억하라고 말하는 거 같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물건으로 소유했던 그런 끔찍한 인간의 역사를 기억하라고. 그리고 그런 기억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져서 인간이 태어나면서 자유를 가지고 누구나 평등하다는 진리를 모두의 마음속에 새겨놓기를 말이다.
책읽는 치어리더<cheer_reading>
https://www.instagram.com/cheer_reading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