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는 영원을 만들지 - 파도를 일며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인생에서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남아있는 것이 있을까? 삶, 사랑, 행복, 돈, 미움, 시간.... 그 어떤 것도 우리가 영원이라고 말할 수 없다. 유한한 삶과 불완전한 사랑, 유한한 시간. 그래서 시인은 영원을 노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영원을 가질 수 없다면 만들어보지.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유한한 것을 무한하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인으로서 자신이 쓰고 싶은 시만 짓고는 살기가 힘들다.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고 괴로운 지 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저번에 끝이 난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는 드라마는 출판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었다. 한 에피소드에서 시인으로서 살아가기에 삶이 너무 버거워서 삶을 내려놓은 시인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사람들이 시를 더 이상 사랑하지도 읽지도 않는다. 어쩌면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시인이라는 직업이 없어질 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이광호 시인이 묘사한 자신의 각박한 삶에서 우리는 왜 시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학창시절에 시를 배우면서 우리는 마음으로 시를 느끼는 것보다 밑줄치고 이 단어가 함축하는 의미에 대해, 시의 주제찾기에 더 애써와서 그런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시에는 삶의 각박함과 고단함만이 있다. 희망의 메세지가 없다. 아마 시인 자신에게 희망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시인의 삶을 선택하고 나서 현실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경제력을 상실했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것도 자유롭게 할 수있는 의지를 꺽이게 하는 일이다.
아직 젊은 시인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의 마음만 주기에는 너무나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물질적인 것을 연인에게서 지속적으로 받는 것에 미안함과 자신의 부족함만이 남는다. 그의 시집에서 4부 그의 사랑과 그의 연인에 대한 시들이 유독 마음에 와 닿았다.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듯이 보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내려놓고 마음의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그의 시를 읽으면 시인의 삶이 얼마나 궁핍하고 외롭고 힘든지 알 수 있다. 배고픈 시인의 삶을 선택한 시인의 용기가 대단하다. 한꺼번에 다 읽으려 하지 말고 천천히 시를 음미하면서 읽으면 마음이 더 짠해진다. 사실 우리의 삶이란 다 이렇게 힘들고 괴롭지 않나? 꽃길만 걷는 삶이 있을까? 그의 시를 읽다보면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사랑한다 말하기엔
너무 초라한 지금 내 사랑의 모양
다시 그녀를 나에게 반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인 요즘이라기엔
너무 염치없었던
오백 원에 두 곡짜리 코인 노래방 사랑 노래
-<염치없이 키스를 바라고>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sonane_bookstore
https://www.instagram.com/sonane_bookstore